[음모론타격대] 사라진 비행기 승객 백골돼 돌아오다?!
[음모론타격대] 사라진 비행기 승객 백골돼 돌아오다?!
  • 정기흥
  • 승인 2016.03.31 21:00
  • 조회수 7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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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싱 현상

 

1945년 독일의 아헨 공항에서 브라질 포르투알레그 공항으로 출발한 GE423 여객기가 공중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35년 뒤 목적지인 포르투알레그 공항에 의문의 비행기가 착륙하는데, 조사해 보니 사라졌던 GE423비행기였다는 거죠. 안의 승객들은 모두 다 백골이 된 채로 말입니다. 이처럼 사람이나 사물이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현상을 흔히 ‘베니싱 현상’이라고 합니다.

 

당시 사건을 실은 신문 기사’라며 돌아다니는 사진
당시 사건을 실은 신문 기사’라며 돌아다니는 사진

 

베니싱 현상으로 영국 지하철 증발 사건도 유명합니다. 1863년 1월 10일 평화롭게 운행 중이던 영국의 지하철이 갑자기 증발해 버렸습니다. 그러다가 일주일 후에 다시 나타나는데요. 당시 지하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그저 출근을 위해 20분간 지하철에 타고 있었을 뿐”이라며 되레 일주일 동안 본인들이 실종되었던 사실을 몰랐다고 합니다.

 

이누이트족 실종 사건도 있습니다. 조 라벨이라는 사냥꾼이 1930년 록키 산맥을 오르던 중 이누이트족 마을을 발견합니다. 그 마을은 불과 얼마 전까지도 사람이 살았던 듯했습니다. 생활용품들은 사용하던 그대로 남아 있었고, 배나 썰매 등의 이동 수단도 모두 있었습니다. 단지 사람만이 마치 증발한 듯 없었을 뿐이죠. 캐나다 정부에서는 조사단을 파견하고 대규모 수색 작전을 펼쳤지만 끝내 그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진실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세 가지 사건 모두 거짓입니다. 브라질에는 포르투알레그라는 공항이 없습니다. 비슷한 지명으로 포르투알레그리가 있고 그곳에는 공항이 있죠.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 쳐도 다른 상황도 맞지 않습니다. 여객기의 이름도 이야기마다 다 다르죠. 심지어 독일의 아헨에는 공항이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90년대 일본의 미스터리 잡지에서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마치 실제 사건마냥 꾸며낸 겁니다. 앞의 신문 기사 사진도 거짓이죠.

 

영국 지하철 사건도 마찬가집니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지하철을 개통하는데 그게 1863년 1월 9일입니다. 사건 바로 전날이죠. 현재와 달리 증기기관차를 운행했으며 지금보다 역이 적었습니다.

 

당시 운행하던 증기기관 지하철
당시 운행하던 증기기관 지하철

 

다음 사진은 지하철이 사라졌다고 전해지는 구간(검은 동그라미)인데요. 1863년 1월 10일에는 그 구간에서 지하철을 운행하지 않았습니다. 훨씬 위 쪽인 페딩턴역 ~ 페링턴역 구간(빨간 동그라미)에서만 운행을 하고 있었죠. 즉, 이 사건도 사실이 아닌 도시괴담일 뿐인 겁니다.

 

 

2013년 7월에는 <Skeptoid>라는 대중 매체에서 한 캐나다 경찰 역사 기록관의 인터뷰 내용을 실으며 이누이트 마을 증발 사건 또한 사실이 아님을 밝혀낸 바 있습니다. 경찰 기록관은 인터뷰에서 그 당시의 지역 경찰관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모두들 그런 일이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모든 공식 기록을 샅샅이 뒤져 보아도 그러한 사건은 기록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 역시 허구였던 거죠.

 

경찰 기록관의 인터뷰를 실은 기사. RCMP(Royal Canadian Mounted Police)는 왕립 캐나다 기마 경찰을 뜻한다
경찰 기록관의 인터뷰를 실은 기사. RCMP(Royal Canadian Mounted Police)는 왕립 캐나다 기마 경찰을 뜻한다

 

또 있다!

 

브레이크호 실종 사건도 있습니다. 1940년 10월 2일 버지니아주 해군기지에서 출항한 브레이크호는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날 오후 8시, 함장 밀러 로튼 대령 외 45명의 승무원은 백발의 미라 상태로 마치 100년 정도 지난 듯 빨갛게 녹슬어 있는 브레이크호에 탑승해 돌아왔습니다. 여기까지가 브레이크호 실종 사건의 전말입니다.

 

브레이크호는 이런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걸까?
브레이크호는 이런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걸까?

 

이 사건도 실제 일어났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저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죠. 그 신비함에 혹해서 쉽게 믿으면 안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밖에도 메리 셀레스트호 사건, 아이린모어 등대지기 실종 사건, 로어노크 섬 주민 증발 사건 등이 있습니다. 각각을 살펴보면, 메리 셀레스트호는 아무도 타지 않은 유령선 메리 셀레스트호가 바다를 떠돌다 발견되었다는 이야기고요. 배에 싣고 있던 화물인 알콜 10통 중 9통이 없어졌고 배는 물이 차 있었습니다. 한 척의 구명정은 없어진 상태였죠.

 

발견될 당시 메리 셀레스트호를 묘사한 판화
발견될 당시 메리 셀레스트호를 묘사한 판화

 

아이린모어 등대사건은 스코틀랜드 북부의 작은 섬 아이린모어의 등대를 지키던 등대지기 3명이 실종된 사건입니다. 섬의 해안 상륙지역이 심하게 파괴되어 있었고 두 벌의 방수복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사무실의 의자 하나가 뒤집어져 있기도 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조사대를 파견했지만 실종자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실제 아이린모어 섬과 등대(빨간 동그라미)
실제 아이린모어 섬과 등대(빨간 동그라미)

 

또 가장 유명한 베니싱 현상으로 로어노크 섬 주민 증발 사건이 있는데요. 영국의 식민지였던 로어노크 섬에서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주민이 증발해버린 사건입니다. 주변에 온통 ‘크로아톤’이라는 영문 모를 단어만 남겨둔 채 말이죠. 주민들이 사용하던 모든 물품은 그대로였습니다.

 

실제 로어노크 섬의 위치 Google Maps
실제 로어노크 섬의 위치 Google Maps

 

이 사건들은 말 그대로 사건입니다. 실화고요. 대신 정황 증거들만 있었기 때문에 여러 추측만 나오다가 끝난 미제 사건이라 보시면 됩니다. 메리 셀러스트호는 개인 물품은 그대로이고 구명정이 사라졌다는 점, 그리고 배에 물이 차 있었다는 점을 빌어 풍랑 등의 위기 상황을 맞아 선원들이 급히 배를 탈출했다가 익사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아이린모어 사건 역시 정찰을 나간 두 명의 등대지기가 폭우, 파도 등의 기상현상으로 인해 위기에 빠졌고 등대를 지키던 나머지 한 명의 등대지기도 도와주러 다가갔다 같이 휩쓸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로어노크 섬의 경우 근처 크로아토안 이라는 섬으로 급하게 이주했다는 설이 가장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처럼 앞의 세 사건들은 베니싱 현상이라기보다는 미제 실종 사건이라 보는 게 바람직합니다.

 

로어노크 섬 조사단 상상도
로어노크 섬 조사단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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