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왜 ‘탈주’하는지 ‘뇌(Brain)’는 알껄?
네가 왜 ‘탈주’하는지 ‘뇌(Brain)’는 알껄?
  • 이웃집과학자
  • 승인 2016.07.05 15:05
  • 조회수 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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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Brexit = Britain + Exit)에서 ‘탈주’가 보인다

 

브렉시트가 확실시 된 뒤, 영국의 일간지 더 선의 표지
브렉시트가 확실시 된 뒤, 영국의 일간지 더 선의 표지

지난달 23일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영국에서 시행됐습니다. 개표 결과는 72.2% 투표율에 탈퇴 51.9%(17,410,742표), 잔류 48.1%(16,141,241표)였습니다. 영국은 유럽연합을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그 중에는 이번 투표 결과가 ‘유럽 연합이라는 팀플에서 혼자 도망치는 영국’이라며 조별 과제 탈주범이 떠오른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었습니다. 물론 브렉시트는 조별 과제와는 그 주체와 규모, 이해관계의 차원이 다릅니다. 하지만 구성원 하나가 탈퇴를 선언했고, 남은 구성원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없잖아 있긴 합니다. 

영국인들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요. 여러 가지 분석은 차치하더라도, 어느 소속 집단에서 한 나라가 이탈하기까지 이성적 판단과 감성적 결단이 점철됐을 거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탈주’에 나선 영국을 하나의 인격체로 치환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탈신도주’ 
 

탈주를 소재로 한 영화 '탈주'의 포스터
탈주를 소재로 한 영화 '탈주'의 포스터

집단에서 나가는 행위를 모두 탈주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불합리하고 손해 볼 일만 남은 곳에선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는게 합리적이죠. 여기서 말하는 탈주란 조직 구성원과 뚜렷한 합의 없이 ‘나 안 해’하며 나가는 걸 의미합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탈주는 ‘탈신도주’(脫身逃走)의 줄임말 임을 알 수 있습니다. 몸을 빼쳐 달아난다는 건데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이런 개념으로 비춰볼 수 있겠죠. 


탈주 자극, 뇌에서 찾는다 

망가진 인간관계든 당장 맡은 일이 너무 버겁든 스트레스를 과하게 받으면 누구나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본능에 가깝죠. 사람의 뇌는 이처럼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이성적 판단을 하는 기능이 약해져 감정적 판단을 하게됩니다.

 

우리 뇌와 해마 그리고 편도체의 위치, 출처: 브레인월드
우리 뇌와 해마 그리고 편도체의 위치, 출처: 브레인월드

2012년 <한국심리학회지 : 인지 및 생물> 24권에 실린 “스트레스와 해마”를 보면 스트레스는 뇌의 '해마'와 ‘편도체’의 기능에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해마'는 뇌의 인지와 서술 기억(장기 기억)을 담당하죠. '편도체'는 해마와 밀접해 있으며 대뇌 변연계에 감정과 공포에 대한 기억을 담당합니다. 

'해마'가 이성적인 친구라면 '편도체'는 생존을 위한 행동 대장인 셈입니다. 둘은 평상시 서로 균형을 이루며 뇌의 기능을 담당하죠.

 

하지만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 몸은 ‘코르티솔’이란 물질을 분비합니다.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인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물질이 과도하게 분비될 경우 '해마'의 기능을 저하 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해마'는 장기적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맥락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스트레스로 뇌의 균형이 깨져 '해마'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흥분한 '편도'체가 맥락 없이 감정적인 판단을 해버리죠. 스트레스 상황에서 차분히 문제해결을 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너 때문이야!? 

뇌에서 감정의 영향력이 강하다고 모든 사람이 스트레스 받은 후 탈주하는 건 아닙니다. 집단에 소속감이 있거나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이라면 함께 해결책을 찾으려 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소속감이 약하고, 자기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집단을 탓할 공산이 큽니다. 

이러한 행동 방식은 인지심리학의 귀인(歸因, attribution) 이론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귀인 이론은 타인의 행동이나 사건의 원인을 설명하는 방법으로 ‘내적 귀인’과 ‘외적 귀인’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2008년 서울시 교육직 행정학에 출제된 문제라고 한다, 출처 http://www.ggulpass.com/2015/12/2008.html
2008년 서울시 교육직 행정학에 출제된 문제라고 한다, 출처 http://www.ggulpass.com/2015/12/2008.html

‘내적 귀인’은 결과의 원인을 특정한 기질이나 능력에서 찾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게임에서 졌을 때 ‘내 플레이가 좋지 못해서’라고 여기는 겁니다. ‘외적 귀인’은 원인을 환경과 상황에서 발견합니다. ‘우리 팀이 너무 못해서’라 생각하는 셈이죠. 

보통 사람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내 잘못과 주변 환경을 적당히 구분해서 원인을 찾습니다. 하지만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은 다르죠. 이들은 자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제에서 ‘남 탓’을 합니다.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입니다. 

이처럼 지나치게 ‘외부 귀인’에 의존하는 판단 또한 구성원 사이에 불화를 만들고 스스로에겐 탈주 심리를 자극하는 명분이 될 수 있습니다.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디든 남을 탓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출처: 대학내일
어디든 남을 탓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출처: 대학내일

인간이든 조직이든 한 나라든 간에 ‘탈신도주’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는 특정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많습니다. 열이면 열 사람마다 마음이 다르고, 그런 구성원이 수천만 명이라면 의사결정 과정 자체가 너무도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심지어 ‘팀원들이 고통 받는 모습을 즐기기 위해 탈주한다’는 증언까지 들었습니다. 이성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스트레스 때문에 감정이 격해진 결과 또한 아닌 겁니다. 

그럼에도 하나의 주체가 탈주하는 이유를 우리가 지닌 두뇌에서 찾아보려는 노력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인간의 두뇌가 지닌 잠재력을 발견하고 일깨울수록 인류의 미래도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해마다 630억 원이 넘는 국고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1998년부터 뇌연구촉진법을 제정해 국가적 차원에서 뇌연구 발전을 위한 로드맵을 그리고, 실행하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한편, 생뚱맞지만. 세상의 모든 탈주자들에게 이 한 마디는 꼭 하고 싶군요. ‘뿌린대로 거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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