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솟구치는 번개
몇 해 전 사진 공유 사이트 flickr에 올라와 화제가 된 사진입니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번개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칩니다. 사진의 번개는 그와는 반대로 땅에서 하늘로 솟구치고 있습니다. ‘거꾸로 번개’라 부를 수 있겠네요. 이런 현상을 처음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종종 일어나는 자연현상입니다. 정식 명칭은 영어로 ‘Positive lightning’, 우리말로는 ‘정극성 낙뢰’라고 합니다.
‘거꾸로 번개’ 어떤 원리일까?
번개는 번개를 만드는 구름(뇌운) 하부에 있던 전자들이 다른 구름이나 지면에 순간적으로 방전되는 현상입니다. ‘전자’는 전기를 일으키는 아주 작은 입자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의 성질을 가진 전자가 ‘+’의 성질을 가진 물질로 움직이면서 전기에너지가 발생하는 걸 ‘방전’이라 합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번개를 일으키는 구름의 아랫부분에 전자가 집중되고 그 전자가 지면의 +성질의 물질로 옮겨갑니다. 그런데 특정한 상황에서 그와는 반대로 지면 쪽에 전자가 집중되어 있다가 번개 구름에 있는 +입자를 향해 위로 솟구치며 방전됩니다. 이때 거꾸로 치는 번개가 생기는 거죠.
땅에서 하늘로 번개 치는 조건
정극성 낙뢰가 발생하기 위한 특정한 조건은 일반 번개가 내려친 후, 혹은 겨울 뇌운이 형성됐을 경우에 종종 갖춰집니다. 구름 쪽에 +입자가 몰려 있고, 지면에 -입자가 몰려있는 상황인데요. 먼저 일반 번개가 내려친 후 어떻게 그런 조건이 만들어지는지 알아보죠.
한국전력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일반 번개가 내려치면 순간적으로 구름과 땅이 강한 전기에너지로 연결된다고 설명합니다. 그 안에서 전기가 흐르죠.
다른 상황에서도 정극성 낙뢰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이 네이버 캐스트에 기고한 글을 보면 우리나라의 겨울 뇌운의 구조가 정극성 낙뢰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여름 뇌운은 위아래로 길게 형성이 되고 내부의 기상현상에 의해 +입자가 높은 고도에 위치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형태의 뇌운에서는 일반적인 땅으로 내려치는 번개가 발생합니다.
겨울 뇌운은 다릅니다. 가로로 비스듬히 누워 형성되죠. 여름 뇌운과 겨울 뇌운의 이러한 차이는 빙결고도 때문에 생깁니다. 빙결고도란 대기의 온도가 섭씨 0도가 되는 고도입니다. 습도가 높은 공기가 저온에서 응결되어 만들어지는 게 뇌운이기 때문에 뇌운의 형성에 빙결고도는 아주 중요합니다.
여름철엔 지면 쪽의 대기의 온도가 높고 따라서 빙결고도 또한 더 높은 곳에 위치합니다. 한마디로 더 높이 올라가야 기온이 섭씨 0도가 되는 거죠. 추운 겨울엔 빙결고도가 그보다 4~5 km 정도 낮아져 구름의 위치도 더 낮아지며 여름보다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구름의 모양 또한 비스듬히 누운 형태로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런 겨울 뇌운의 특성상 +입자가 그리 높지 않은 고도에 위치하게 되죠. 이렇게 지면에 가까운 +입자가 특정 장소에 모여 있던 -입자와 마주치게 되면 거꾸로 치는 번개가 생기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