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생긴 건 그닥...
이 물컹하고 요상하게 생긴 두족류(頭足類) 동물은 다리 개수 만큼이나 다양한 매력을 가졌습니다. 그 강렬한 인상 때문인지 문어는 영화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디즈니 <인어공주>의 ‘우슐라’나 마블의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닥터 옥토퍼스’ 같은 캐릭터가 대표적이죠.
여러분은 문어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징그러운 생김새 뒤에 감춰진 흥미로운 사실들이 있습니다. 프리랜서 과학 기고가 Rachel Nuwer가 과거 <스미소니언> 매거진에서 다뤘던 내용을 바탕으로 문어의 4가지 특성을 추려봤습니다. 지금 소개해드릴게요!
문어는 심장이 3개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은 심장이 1개, 박지성은 2개, 문어는 심장이 3개나 있습니다. 문어의 몸에는 2심방 1심실을 가진 심장 하나에, 아가미 심장이라는 것이 두 개 더 있습니다. 좌우 아가미 뿌리 밑에 존재하는 이 아가미 심장들은 정맥혈을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나머지 하나의 심장은 내장 기관에 혈액을 공급합니다.
재밌는 점은 문어가 수영을 할 때는 내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은 뛰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때문에 문어는 헤엄쳐 다니기 보다 바닥을 기어 다니는 걸 선호합니다. 얼마 전 개봉했던 디즈니의 영화 <도리를 찾아서>를 보면 문어 캐릭터 '행크'가 단기 기억 상실증이 있는 도리와 헤어지기 직전에 이런 대사를 합니다.
“넌 아마도 날 쉽게 잊어버리겠지? 난 심장이 3개라서 널 잊지 못할 거야.”
다리에 '의식'이 있다
문어의 다리들은 각기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 문어의 신경 뉴런 중 2/3는 머리가 아닌 다리에 있습니다. 문어 본인은 조그만 땅굴을 파며 먹을 것들이 있나 확인하는 동시에 남은 다리들은 조개껍데기를 따는 등 ‘멀티태스킹’을 합니다.
문어의 뇌도 지능이 낮지 않지만, 뇌의 명령 없이도 움직일 수 있는 다리들 덕분에 위기 상황에서 탈출할 때 굉장히 유용합니다. 문어 다리는 견뎌내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바로 반응을 하기 때문입니다.
문어의 피는 파란색입니다. 철이 주성분인 헤모글로빈이 많은 피가 아니라, 문어 피 속에 구리의 주성분인 헤모시아닌이 가득한데, 구리 이온의 파란색 때문에 문어 피가 파란색을 띠는 겁니다. 심해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이렇게 진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수온이 매우 낮고 산소가 희박한 심해에서는 구리 기반의 피가 헤모글로빈보다 산소 전달에 더 용이합니다.
주변 환경 산성도에 굉장히 민감해지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물의 pH가 낮을수록, 즉 산성일수록, 문어는 산소를 충분히 순환시키기 어려워합니다.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해양 산성화로 인해, 문어 같이 파란 피를 가진 해양 생물들이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까 걱정하는 과학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문어는 다리로.. 러브러브를...
문어의 짝짓기는 매우 독특합니다. 생물학자들은 문어의 다리를 제일 긴 순으로 1~8번까지 번호를 매깁니다. 수컷 문어의 경우 3번 다리로 짝짓기를 합니다. 교접완 혹은 교미완이라 부릅니다.
수컷이 이 3번 다리를 이용해 자신의 정자주머니를 떼어 암컷에게 주면 암컷은 깔때기 모양의 기관에 그것을 받아들입니다. 다른 경우 수컷이 정액 자체를 주는 경우도 있어서 암컷이 이를 받는데요. 이 때 암컷이 정자를 넘겨 받는 다리도 특정한 하나의 다리 뿐이라고 합니다.
이런 독특한 짝짓기가 끝나고 나면 수컷의 경우 몇 달 안에 죽습니다. 암컷은 알을 수정시킨 후 최대 40만 개의 알을 낳을 수 있습니다. 주로 바위 틈에 알을 낳습니다. 이후 다리를 이용해 바닷물을 반복적으로 순환시켜 알에 산소를 공급합니다.
문어의 알은 부화까지 5~7개월이 걸리며 이 기간에 암컷은 먹이를 먹지 않습니다. 이렇게 태어난 아기 문어들은 대부분 잡아먹히는데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리 하나만 내어주고 도망가는 습성을 보입니다. 다행히 뛰어난 재생력 덕에 뜯겨나간 다리는 성장하면서 다시 자란다고 하는군요.
대학생 기자단 김승준(tmdwns422@scientist.tow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