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과학적 설명 된다?!
트럼프 당선, 과학적 설명 된다?!
  • 김영돈
  • 승인 2016.11.18 17:00
  • 조회수 5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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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 트럼프 당선

지난 9일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 확정 됐습니다. 의외라는 평가였습니다. 전 세계 정치 전문가들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우세를 점쳐왔기 때문입니다. 숨어있는 트럼프 지지층이 있더라도 대선 결과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결국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자의 신분이 되었습니다.

 

올해 6월 영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브렉시트, 즉 영국의 EU 탈퇴와 관련된 국민투표에서 세간의 예상과 달리 EU 탈퇴 결정이 났었죠. 당시 BBC는 빗나간 여론조사 예측의 원인을 '숨은 보수표', 이른바 '샤이 토리(shy Tory)’ 유권자에서 찾았습니다. '샤이 토리'는 1992년 영국 총선 직전 최종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이 1% 포인트 차이로 집권  보수당에 우세한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7.6% 포인트 차로 패배한 데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여기서 Tory는 영국 보수당의 전신인 잉글랜드 정당의 명칭 'Tory Party'를 가리킵니다.

 

샤이 트럼프, 겉 지지 No! 속으로는 Ok

트럼프 당선 소식이 전해진날 '워싱턴포스트'의 1면
트럼프 당선 소식이 전해진날 '워싱턴포스트'의 1면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대선 결과를 '샤이 트럼프'(shy Trump)' 현상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샤이 트럼프’란 여론조사에 뿐만 아니라 공화당 내부 경선에서도 트럼프 지지 의사를 드러내지 않은 숨은 유권자들을 뜻합니다.

트럼프와 힐러리, 출처 : BBC
트럼프와 힐러리, 출처 : BBC

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 조사와 관련해 <모닝컨설트>의 수석 연구관 카일 드롭은 "응답자들이 여론조사원에게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유세 기간 내내 보여준 그의 인종 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이미지 등이 지지자들로 하여금 대놓고 그를 지지하기엔 부끄럽게 만드는 측면이 있었죠. 무엇보다 카일 드롭은 설문 응답자들이 자신의 생각과 크게 상관 없이 대세라고 여겨지는 ‘여론’에 가까운 답을 선택하려고 한다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과학적 분석 가능할까?

침묵의 나선이론의 모델, 출처 : 광고정보센터
침묵의 나선이론의 모델, 출처 : 광고정보센터

카일 드롭의 분석을 독일의 사회과학자 노엘레 노이만(Noelle-Neumann)이 1966년 발표한 ‘침묵의 나선이론(Spiral of Silence Theory)’에 대입하면 사회과학적으로 설명이 됩니다.

 

노엘레 노이만에 따르면 현재 여론과 향후 여론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따라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기 전 눈치를 보게 된다고 합니다. 특정한 의견이 다수에게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보일 때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자신들이 소수파라고 느끼게 된다는 거죠. 때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소외되는 걸 피하려고 침묵을 지킨다는 논리가 ‘침묵의 나선 이론’의 핵심입니다.

 

노이만은 저서 〈Öffentliche Meinung und Soziale Kontrolle(여론과 사회 통제)〉를 통해 “매스미디어가 수용자에게 여론 분위기를 전달함으로써 사회적 압력을 가한다”고 주장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것은 대중매체이며 사람들의 의사표현 과정에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침묵의 나선 속 ‘샤이 트럼프’가 이겼다

지도에 나타낸 주별 승패, 파란색이 트럼프 우세 빨간색이 힐러리 우세, 출처 : uselectionatlas.org
지도에 나타낸 주별 승패, 파란색이 트럼프 우세 빨간색이 힐러리 우세, 출처 : uselectionatlas.org

<CNN>의 11월 9일 개표 직후 보도 중에는 “미국의 주요 언론 중 단 한곳도 트럼프 후보를 공개지지한 곳은 없다”며 “이러한 보도 행태가 선거와 선거 예측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언급이 나오는데요. 샤이 트럼프들로 하여금 '대세는 힐러리'라는 여론이 팽배하다고 인식케 하기 충분했습니다.

 

‘침묵의 나선이론’상 샤이 트럼프들은 자기 의견이 다수의 여론과 반대될 거라고 생각하기 충분했을 겁니다. 대놓고 트럼프를 지지하거나 전화 면접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를 찍을 거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투표장에서 아무도 모르게 도장을 쿵 찍은 배경으로 여겨지는 대목이죠.

 

특히 중서부 지역에서 공화당 득표율이 많이 늘어난 편입니다. 보도에서는 미시간(+2.9%p), 오하이오(+4.4%p) 등의 미국의 중서부 지역과 북동부 지역의 일부 영역을 부르는 ‘러스트 벨트’ 지역이 부각됐지만, 통계적으로만 본다면 노스다코타(+5.8%p), 아이오와(+5.6%p), 웨스트버지니아(+6.4%p) 지역의 트럼프의 지지율이 더 크게 상승했습니다.

 

이들의 가세 덕분인지 트럼프는 최대 격전지라고 평가받던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펜실베니아를 포함한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에서 대결에서 힐러리에게 승리했습니다. 이 지역들은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승리했던 지역이기도 합니다.

 

여론조사는 완벽하지 않다

‘침묵의 나선이론’을 증명하듯 선거 결과가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는 자주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브렉시트에 대한 예측이 그러했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난 2012년 매체와 조사기관 별로 엇갈리는 선거예측 속에 결국 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습니다. 

 

트럼프의 기행 때문에 힐러리의 낙승을 예측하고 있던 미국인들은 뒤통수를 얼얼하게 맞은 기분일겁니다. 이젠 대통령 트럼프의 행보를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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