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력이 뭐기에
정력에 좋다면 장어, 낙지, 전복 심지어 누에까지 뭐든지 찾는 분들 계실 겁니다. 조금 더 명징하게 짚는다면 성기능 강화를 위해서지요. 웅담은 정력 강화용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약재 중 하납니다. 인간에게 쓸개즙을 제공할 목적으로 2015년 기준 전국 53개 농가에서 998마리의 곰들이 사육되고 있습니다.
웅담보다 뉴담? "조심!"
뉴트리아를 살벌하게 바라보던 사람들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월 30일 뉴트리아 쓸개즙에 웅담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이 보도된 겁니다. 경상대 수의대 연성찬 교수팀이 2016년 4월 발표한 <뉴트리아 퇴치 및 관리 효율성 증진방안 연구>에 따르면 야생 뉴트리아 20마리를 연구한 결과 곰보다 더 많은 웅담 성분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연성찬 교수팀은 “뉴트리아 20마리의 담즙을 분석한 결과 웅담의 주성분인 우르소데옥시콜린산(UDCA) 성분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뉴트리아 담즙의 UDCA 비율은 평균 43.8%로 아메리카흑곰 38.8%, 불곰 18.6%, 오소리 4.5% 보다 높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주요 언론과 각종 커뮤니티는 뜨거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력에 좋다고 알려진 웅담을 쉽게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죠. 낙동강 유역에서 뉴트리아를 전문으로 잡는 전홍용 씨의 포획틀이 통채로 도난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러다 뉴트리아가 멸종위기에 처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개도 나왔습니다.
'정력이 곧 성기능'은 아니라고?
그런데 일반적인 속설과는 다르게 웅담의 주 성분은 성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정의하는 정력(精力)의 첫 번째 뜻은 ‘심신의 활동력’입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정력에 좋다’고 말할 때는 정력의 두 번째 뜻인 ‘남자의 성적(性的) 능력’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죠.
대한남성과학회와 대한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의 설명에 따르면 남성의 성기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혈액순환이라고 합니다. 혈류 개선을 통한 당뇨증 치료 및 예방이 성기능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웅담의 주성분인 UDCA는 간 기능에 도움을 줄 뿐입니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이규택 교수가 쓴 <담즙산 제제 : UDCA를 중심으로>를 참고하면 UDCA는 세포막 재생 및 담석 증상 개선 그리고 간 질환 증상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간이 좋아지면 피로를 빨리 회복할 수 있고 숙취도 오래가지 않습니다. 간 기능 개선으로 전체적인 몸 건강이 좋아진다면, 성 기능에도 일부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기능과 간 기능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UDCA는 심신의 활력에는 도움이 되지만 정력 강화엔 큰 도움이 안되는 겁니다.
오히려 건강 해칠 수 있어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뉴트리아의 쓸개즙은 성분은 아직 독성 실험이나 임상 실험이 이뤄지지 않아 날로 먹으면 기생충에 감염되는 등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고 경고했습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러시아산 웅담과 같이 현지에서 허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허가 받지 않고 수입되는 제품들은 모두 불법"이라며 "위생이 검증되지 않은 보양식품은 오히려 질병을 초래할 수 있어 구매할 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전했습니다. 정력에 좋다고 알려진 웅담. 잘 알아보고 먹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