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은 'OOO'을 먹었다
네안데르탈인은 'OOO'을 먹었다
  • 박연수
  • 승인 2017.03.10 11:50
  • 조회수 17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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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인의 식사 모습을 재구성한 애니메이션 아트  Credit: Mauricio Anton/Science Source
네안데르탈인의 식사 모습을 재구성한 애니메이션 아트 Credit: Mauricio Anton/Science Source

네안데르탈인의 치아를 조사했다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고인류학자 Laura Weyrich 박사는 3~4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섭취하던 음식을 조사했습니다. 연구진은 화석의 치아에서 플라그를 채취해 유전학 성분을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3월 8일 'Nature'를 통해 발표되었습니다.

 

치아 플라그에는 사람이 섭취한 음식이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양치질을 하기 때문에 플라그가 많이 끼지 않지만 네안데르탈인은 양치질을 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Weyrich 박사는 화석이 된 치아에서 네안데르탈인들이 먹었던 음식의 단서를 연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벨기에는 짐승, 스페인은 식물

 

연구진은 벨기에 Spy 동굴과 스페인의 El Sidrón 동굴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치아와 턱 화석을 채굴했습니다. 이 동굴들은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이 여러 차례 발견된 곳이죠.

 

네안데르탈인의 치아와 턱 화석에서 연구진은 코뿔소, 양과 유사한 DNA를 발견했습니다. 3만6천년 전 그곳에 살던 네안테르탈인은 털코뿔소와 무플런이라는 양을 먹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치아 화석에서 재흙물버섯이라는 버섯 DNA도 발견되었습니다.

 

Spy 동굴 발견은 네안데르탈인의 식성도 알게 했을 뿐더러 고대 동물의 분포도 가늠하게 해주는 시료가 됐습니다. Weyrich 박사는 “털코뿔소와 무플런이 유럽 전역에 서식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스페인의 El Sidrón 동굴에서 채굴한 화석에서는 몸집이 큰 동물의 DNA를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대신 잣과 숲이끼, 버섯의 유전자 구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El Sidrón 동굴 주위의 지역은 빽빽한 숲이었고 Spy 동굴은 나무가 희박한 초원지대 였을 것으로 주장합니다.

네안데르탈인의 치아 화석으로 부터 DNA를 채취했다.  Credit: Paleoanthropology Group / MNCN-CSIC
네안데르탈인의 치아 화석으로 부터 DNA를 채취했다. Credit: Paleoanthropology Group / MNCN-CSIC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의 고인류학자 Amanda Henry 박사는 “네안데르탈인이 섭취한 음식이 다양하다는 결과는 아주 흥미롭고 새로운 발견”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이어 “네안데르탈인은 단순히 칼로리나 맛을 위해 섭취한 것이 아니며 식량의 의학적인 가치를 알고 섭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El Sidrón 동굴에서 발견한 두 개의 화석에는 포플러나무와 푸른곰팡이균의 DNA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스피린과 페니실린

 

가톨릭대학교 중앙병원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기원전 1500년 무렵에 버드나무와 포플러나무 껍질을 사용해 통증과 열을 치료했다고 합니다. 포플러나무는 진통제에 자주 사용되는 아스피린의 활성선분인 살리실릭 산을 함유하고 있어 통증을 완화하는 데에 좋다고 하네요. 독일의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이 버드나무의 학명 Spiraea에서 이름을 따 아스피린을 만들었다고도 합니다.

 

토양비료 용어사전에 따르면 푸른곰팡이는 페니실린이라는 항생물질을 잘 생성하는 성질이 있어 의약품을 제조하는데에도 사용이 됩니다. 책 <발명 상식 사전>에서는 패니실린을 알렉산더 플레이밍(Alexander Fleming)의 푸른 곰팡이로부터 얻은 박테리아로 발생한 병을 치료하는 항생물질이라고 설명하죠. 포플러나무와 푸른곰팡이 모두 자연 속 자가요법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겁니다.

 

네안데르탈인이 자가요법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는 발견은 새로운 건 아닙니다. 2012년에 연구자들은 El Sidrón 동굴에서 발굴한 화석을 화학 분석하여 서양톱풀과 캐모마일의 흔적을 발견했었습니다.

 

이런 식물들은 영양소적인 가치는 없다고 합니다. 생으로 먹으면 맛도 굉장히 쓰죠. 따라서 연구자들은 식욕을 억제하거나 의학적인 용도로 이 식물들을 섭취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방법론에 대한 이견

 

Henry 박사는 이번 연구 방법에 대해선 비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때까지 실시된 연구와는 조금 다른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Henry 박사는 “인류의 삶에 대한 연구는 치아에서 얻은 음식 성분만으로 알아낼 수 없으며 치아에서 채취한 DNA가 가장 최근에 먹은 것인지 주식으로 자주 먹어온 것인지도 모른다”며 새로운 연구 방법에 너무 의존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독일 튀빙겐대학 고인류학자 Herve Bocherens 박사는 “연구 방법에는 각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존 연구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분석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아주 좋다”며 이 연구가 흥미롭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전에 고대 인류의 몸에서 버섯의 흔적을 발견한 적이 없었지만 새로운 방법을 사용한 이번 연구를 통해 최초로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DOI: 10.1126/science.aal0884

 

 

이웃집편집장(editor_in_chief@scientist.town)

수습 에디터 박연수(flowers1774@scientist.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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