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과학에 기여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과학에 기여했다?!
  • 강지희
  • 승인 2017.03.31 07:48
  • 조회수 13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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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앨리스라는 소녀가 이상한 세계에 빠지면서 기묘한 모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 입니다. 수많은 언어유희와 사회 풍자적인 요소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동화죠.

 

과학자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작품에 푹 빠진 일부 과학자들은 <앨리스>에서 과학 이론을 찾거나 끼워 맞추기도 하였죠. 미국의 수학자이자 과학 저술가인 마틴 가드너는 <앨리스>가 여전히 명성을 날리는 이유로 '어른들, 특히 과학자와 수학자들이 계속해서 이 책을 즐겨 읽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앨리스>에서 유래된 과학 이론이나 증후군들이 있습니다. 잠깐 살펴보죠.

 

붉은 여왕과 진화생물학 – 붉은 여왕 가설

앨리스와 붉은 여왕 출처 - 거울 나라의 앨리스
앨리스와 붉은 여왕 출처 - 거울 나라의 앨리스

동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은 앨리스를 만나자마자 나무 하나가 자리를 잡은 땅 위에서 허둥지둥 달립니다. 하지만 아무리 달려도 앨리스와 여왕은 제자리에 있을 뿐이었죠. 앨리스는 깜짝 놀라며 이유를 묻자 붉은 여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에서는 네가 지금 보다시피, 그 자리에 계속 있으려면 쉬지 않고 달려야 해. 만일 어딘가 가고 싶으면 그보다 두 배는 빨리 달려야 하지!”

 

강석기 박사의 책 <과학 한 잔 하실래요?>에 따르면, 시카고 대학의 진화생물학자 리 밴 베일런 박사는 이 장면을 보고 종의 멸종에 대한 새로운 통찰, ‘붉은 여왕 가설’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베일런 박사는 어떤 종이든 환경에 적응했더라도 방심할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종들도 그 환경에 적응하기 때문이지요. 베일런 박사는 어떤 종이든 끊임없는 진화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결국 뒤쳐져서 멸종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붉은 여왕 가설’은 생물학 뿐만 아니라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적용 된다고 합니다. 이남석 박사의 책 <앨리스, 지식을 탐하다>는 경제나 경영학에 나오는 산업계의 지배구조와 청년들의 취업 경쟁을 예시로 듭니다. 회사는 이윤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을 시도하지만, 다른 회사들도 끊임없이 노력을 하기 때문에 좀처럼 성공하기 힘듭니다.

 

청년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온갖 스펙을 만들려는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죽을 힘을 다 해도 다른 경쟁자의 노력 때문에 빛을 잃습니다. 동시에 조금만 속도를 늦추면 나락에 떨어지기 때문에 계속되는 경쟁에 불을 붙입니다. 이런 씁쓸한 현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

출처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출처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 있는 약물이나 간식들을 먹으면서 몸의 크기가 커졌다 작아졌다 합니다. 여기서 비롯된 게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 입니다.

 

배우리의 책 <신드롬을 읽다>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을 앨리스가 작품에서 겪었던 것처럼 그가 처한 공간, 시간, 자신의 몸, 그리고 물체들이 작아 보이거나, 크게 보이거나, 아니면 왜곡되어 보이는 경우가 많은 증후군이라 정의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환각적인 꿈, 공중부양, 시간의 흐름 등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는군요.

출처 - Ofpof
출처 - Ofpof

이동귀 박사의 책 <너 이런 심리법칙 알아?>에 따르면 앨리스 증후군은 아동기에 주로 나타나고 청소년기에 극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앨리스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편두통이 심하다고 하는데요. 재미있게도 <앨리스> 시리즈의 저자 루이스 캐럴도 심한 편두통을 앓았다고 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의 의학적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제일 유력한 가설은 뇌의 측두엽에 이상이 생겨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문제가 발생했다는 설이라고 합니다.

 

거울 속의 우유 – 광학 이성질체

출처 - 거울 나라의 앨리스
출처 - 거울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고양이 키티와 놀다가 이런 말을 꺼냅니다.

 

“거울 속의 집에서 살면 어떨 것 같아, 키티? 저기에서도 너에게 우유를 줄까? 어쩌면 거울 속의 우유는 먹을 수 없는 것인지도 몰라.”

 

미국의 수학자이자 과학 저술가 마틴 가드너의 책 <주석 달린 앨리스>에 따르면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나온지 몇 년이 지나서 이성질체의 개념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성질체는 분자식은 같으나, 구성원자의 연결방식이나 공간배열이 동일하지 않은 화합물을 말하는데요.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거울 속의 우유를 토대로 과학자들에게 ‘광학 이성질체’라는 영감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출처 - StudyBlue
출처 - StudyBlue

강석기 박사의 책 <과학 한잔 하실래요?>에 <앨리스>와 이성질체의 관계가 잘 서술되어 있습니다. 오른손을 거울에 비치면 왼손으로 보이듯이, 우유 속의 단백질 분자도 거울에 비치면 바뀔 것입니다. 이처럼 오른손과 왼손 같이 서로 겹쳐지지 않는 짝으로 이루어진 분자를 ‘광학 이성질체’라고 부릅니다.

 

앨리스가 말한 대로 우리는 거울 속의 우유를 먹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몸은 거울 속 우유의 단백질을 소화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연계에는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이 왼손 형태로만 있기 때문에 단백질도 왼손 형태로만 존재한다고 합니다.

광학 이성질체 중 하나인 카본 이성질체 출처 - Textbook Chemistry
광학 이성질체 중 하나인 카본 이성질체 출처 - Textbook Chemistry

우리 몸에는 우유를 마시면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해주는 단백질 분해 효소가 있는데요. 단백질 분해 효소는 왼손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단백질만 분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왼손이 비친 오른손 같은 단백질이 함유된 우유를 마시면 우리 몸은 우유를 소화시킬 수 없다고 합니다.

 

주니어 필진 강지희(jihee04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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