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초 '블랙홀의 진짜 모습' 볼 수 있을까?
역사상 최초 '블랙홀의 진짜 모습' 볼 수 있을까?
  • 이승아
  • 승인 2017.04.10 23:17
  • 조회수 1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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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블랙홀 사진 볼 수 있을까? 블랙홀 상상도.  사진 출처 : 포토리아
'진짜’ 블랙홀 사진 볼 수 있을까? 블랙홀 상상도. 사진 출처 : 포토리아

지금까지 우리가 본 블랙홀은 진짜가 아니다

 

무서우면서도 신비한 블랙홀. 사실 우리가 본 블랙홀의 이미지는 모두 상상력을 동원해 그래픽으로 표현한 것들입니다. 실제로 블랙홀을 ‘촬영’한 사진은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1년 내로 블랙홀의 모습을 직접 촬영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지난 5일 한 과학자들이 우리 은하계 중심부 초거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Sagittarius A*)를 관측하기 위해 망원경을 작동시켰습니다. 이 임무는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 프로젝트(Event Horizon Telescope, EHT)’라고 불립니다.

 

전 세계 34곳의 대학과 천문대가 참여하며 전 세계에 위치한 대형 망원경들을 이용해 거대 블랙홀을 관측하는 임무입니다. 각 망원경들은 4월 5일부터 구동해 같은 달 14일까지 작동했습니다. 관측 결과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메사추세츠 대학의 Gopal Narayanan은 “이 관측은 블랙홀에 대한 기초적인 이론들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로 얻어낸 자료를 통해 우리가 이해하지 못했던 블랙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하와이섬의 JCMT 망원경, 출처 :  East Asian Observatory
미국 하와이섬의 JCMT 망원경, 출처 : East Asian Observatory

우리나라 천문우주연구원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합니다. 미국 하와이 섬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 칠레 북부의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 관측망(ALMA : 알마)’ 두 곳에서 블랙홀을 관측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딨는지 아는데 볼 수가 없네...

 

우리는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건 확실히 알고 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습니다. 단지 블랙홀이 별의 움직임과 은하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블랙홀의 존재를 역으로 추론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은하 중심부에서 천체들이 보이지 않는 어떤 물체 주위를 공전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블랙홀에서 엄청난 양의 X-선과 여타의 물질들이 분출되는 것을 통해서도 블랙홀의 존재를 짐작할 수 있었죠.

 

블랙홀은 태양보다 수백만에서 수십억만 배 큰 질량을 가지고 있지만 반지름은 태양보다 몇 배에서 단 몇십 배 정도 클 뿐입니다. 그리고 빛을 집어 삼키기 때문에 우리가 블랙홀의 영향력은 많이 측정해왔지만 실제 모습을 측정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궁수자리 A*의 경우 태양보다 크기가 약 30배 큰데요. Narayanan은 우리 은하계에서 궁수자리 A*를 관측하는 것은 “달에 포도를 가져다 놓고 지구에서 관측하는 것과 비슷한 시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형 프로젝트 ‘출격’

 

이 어려운 관측을 EHT 프로젝트가 도전합니다. 궁수자리 A*를 관측하기 위해서 EHT 프로젝트에는 하와이와 북미, 남미, 유럽과 남극 등지의 내로라하는 대형 전파망원경 10개 이상이 사용되었고 14개의 연구 기관이 참여했습니다. 망원경들로 얻어낸 자료를 모두 합쳐 하나의 데이터 자료를 만들어 내는데요. 이 방법을 초장기선 간섭계 관측(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 VLNI)라고 합니다.

 

EHT 프로젝트의 목표는 궁수자리 A* 사진을 찍는 것만이 아닙니다. ‘블랙홀이 어떻게 물질을 끌어당기는가’를 알아내고 5,350만 광년 떨어진 은하 M87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도 관측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블랙홀은 태양보다 질량이 40억 배 크다고 하네요.

 

큰 프로젝트 규모만큼 많은 데이터가 수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수집된 데이터들은 독일 막스플랭크연구소(Max Planck Institute)와 미국 메사추세츠 헤이스탁천문대(Haystack Observatory)에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직접 보낼 예정입니다. 그 이유는 수집된 자료가 워낙 많아서 전송하려면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EHT 프로젝트의 책임자 Shep Doeleman은 “여름 내내 데이터 처리과정을 진행할 것이고, 관측 결과 분석은 가을 내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Doeleman은 “우리가 흥미로운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번 임무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될 것에 대해 들뜬 모습을 보였습니다.

 

임무 결과가 발표되면 우리는 어떤 이미지를 볼 수 있을까요? 임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학자들은 블랙홀 주위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을 관측하고 싶어합니다. 이 지역은 무(無)의 경계를 넘어 빛조차도 없고 탈출할 수도 없는 지역이죠.

 

EHT 프로젝트는 여러 국제 학술지가 뽑은 ‘2017년 주목할 과학계의 도전’에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관측 진행 경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잘하면 전 세계 신문 1면이 블랙홀 사진으로 도배될 수 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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