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의 소수자 차별 "심각해"
과학계의 소수자 차별 "심각해"
  • 이웃집과학자
  • 승인 2017.04.21 14:25
  • 조회수 8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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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도 성차별을 비롯한 소수집단 차별이 존재한다. 출처 : 포토리아
과학에도 성차별을 비롯한 소수집단 차별이 존재한다. 출처 : 포토리아

현대 과학에도 차별이 존재할까?

 

영국의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영국 내에서 과학에 종사하는 학자들 중 여성이 남성보다 교육과 대중참여 업무에 많은 시간을 쏟지만 연구에는 적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조사는 '아테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과학, 공학, 기술 분야를 조사하는 ‘아테나 조사(Athena Survey of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 ASSET)’ 시리즈의 첫 단계로 성별, 민족, 성적 지향, 장애여부, 연령에 따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시되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아테나 프로젝트?

'아테나 프로젝트(Athena Project)'는 99년에 결성됐습니다. 아테나 여신의 이름을 본떴습니다. 영국의 대표적 여성 생명과학자 낸시 J. 레인 캐임브리지대 교수가 의장입니다. 과학·기술 분야 여성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주요 대학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됩니다.

 

성차별 존재

 

지난 4월 5일 발표된 이 조사에서는 43개의 영국 기관에서 과학에 종사하는 남성 2,495명과 여성 2,374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과거에 진행된 조사의 결과와도 비슷한 결과를 보이는데요. 과학 양성평등을 위한 영국의 비영리조직 ‘Portia’의 담당자 Elizabeth Pollitzer는 “이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구와 관련없는 행정업무와 교육이 남성보다 여성의 직장생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연구에 들이는 시간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다고 했는데요. Pollitzer는 “과학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커리어를 향상시켜주는 것은 거의 항상 연구 생산성이었다”며 “이 조사는 여러 통계 분석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연구 생산성이 낮다고 보고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밝혔습니다.

 

설문조사에 이어 진행된 면접에서는 여성이 교육이나, 전문가가 비전문가와 소통하며 이해를 돕고 연구의 저변을 확대하는 '대중참여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연구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의견이 존재했습니다. 응답자들은 그 이유를 “위의 활동들은 연구할 시간을 빼앗을 뿐만 아니라 연구에 비해 학술적인 명성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성별별 업무 시간을 할당하는 양 Credit: Nature
성별별 업무 시간을 할당하는 양 Credit: Nature

예일 대학의 천문학자 Meg Urry는 “주의할 점은 시간에 대한 위의 결과가 실제 업무량을 관찰한 것이 아니라 응답자가 스스로 응답한 양이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Urry는 이어서 “결과를 살펴보면 성별별, 항목별로 시간 분배 비율이 다르게 나타나지만 교육, 연구, 대중참여 업무의 이상적인 분배 비율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조사 보고서는 과학기관에 ‘업무, 책임 할당에 성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현재의 업무 할당 체계가 모든 직원들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살펴보라고 권고했습니다.

 

직장에서 얼마나 많은 지지와 격려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인식은 많은 차이점을 보였습니다. 여성 응답자들은 남성이 여성보다 전문성 개발의 기회가 더 많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회의에 초대되는 횟수도 많다고 응답했습니다. 반면 남성 응답자들은 자신에게 별 다른 이점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었습니다.

 

남성 응답자의 47.3%는 성별을 불문하고 높은 직위로 올라가는 것이 어렵다고 대답했습니다. 반면 이와 같은 응답을 보인 여성 응답자는 23%에 불과했습니다. 한편 59.7%의 남성 응답자가 승진 권유나 승진 추천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여성 응답자는 48.8%만이 승진 권유나 승진 추천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 국립대학 공대 교수 2,372명 가운데 여교수는 62명에 불과합니다. 또한 여성가족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 관계 기관이 함께 추진하는 <제 3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지원 기본 계획>에 따르면 공공연구 기관의 최상급 관리자 중 여성의 비율은 2012년 기준 5.7%, 과학기술연구개발 인력 승진자는 전체의 11.8%에 그칩니다.

소수자 집단의 교집합에 있으면 더 많은 부당함을 겪습니다.  출처 : 포토리아
소수자 집단의 교집합에 있으면 더 많은 부당함을 겪습니다. 출처 : 포토리아

성별 외에도 많은 차별이 존재

 

면접에서 소수집단에 속한 학자들은 엄청난 부당함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흑인 여성이나 소수 민족 여성들은 교장이나 부서장 같은 높은 지위에 있을 가능성이 가장 낮았습니다. 또한 승진의 가능성이나 커리어에 도움이 될만한 업무를 맡게 될 가능성도 낮게 나타났습니다.

 

Urry는 “조사 결과, 해당되는 소수자 집단의 수가 많을 수록 더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계속해서 “여성은 남성보다 안 좋은 대우를 받고 백인이 아닌 사람은 백인에 비해 안좋은 대우를 받는다”며 “LGBTQ, 장애인 등 다른 소수자 집단도 마찬가지”라고 밝혔습니다.

 

doi:10.1038/nature.2017.21839

 

이승아 수습에디터 (singavhihi@scientist.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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