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멸종 위기종" 이종필 교수
"기초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멸종 위기종" 이종필 교수
  • 이승아
  • 승인 2017.05.28 10:25
  • 조회수 9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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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이 넘도록 즐거운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출처 : 이웃집과학자
한 시간이 넘도록 즐거운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출처 : 이웃집과학자

 

물리학과 우주론을 사람들이 보다 재밌게 접할 수 있도록 저술 활동과 칼럼 기고로 활약하고 있는 분이죠. 이종필 건국대 교수! 최근 신간이 나와 책 이야기도 나눌 겸 이웃집과학자 에디터들이 이 교수의 연구실에 떴습니다. 과학대중화에 대한 진솔한 생각과 새 정부에 바라는 과학 정책에 대한 그의 지론을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과학자가 나라를 걱정합니다'라는 책을 냈어요? 제목을 왜 저렇게 지으셨나요?

책 제목은 출판사에서 정했어요. 제목은 일임을 했죠. 거의(웃음). 한창 탄핵국면과 조기대선 등의 일정이 전망되며 개인적으로는 지난 정부의 10년을 돌아볼 필요가 있었죠. 제 취미가 시사평론이라서, 취미로 해왔던 글을 모아 내 시각에서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을 했죠.

 

출판사랑 이야기하면서 정치의 계절이 다가왔고, 누구나 대선국면에 들어가면서 이런 이야기를 할텐데. 이왕이면 다양한 목소리가 나가는게 좋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한거죠. 그 중에 과학자가 바라본 세상의 모습, 이런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라고 생각을 했고, 과학책을 내던 출판사 사장님도 과학자의 목소리가 대선국면에 들어가는거 의미가 있겠다고 해서 이제 책 제목에 ‘과학자’가 들어가게 된거죠.

취미가 시사평론이라는 이종필 교수의 '걱정' 이 담긴 책. 출처 : 동아시아
취미가 시사평론이라는 이종필 교수의 '걱정' 이 담긴 책. 출처 : 동아시아

혹시 이웃집과학자 콘텐츠를 보신 적이 있나요?

이번에 페이지만 한 번 들어가봤어요 (웃음).

 

느낌이 어떠셨나요?

이웃집 같았어요.

 

성공했네요! (일동 웃음) 과거에 비해 대중이 과학콘텐츠를 가볍게 즐기는 트렌드가 생겼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개인적으로 2000년대 중 후반부터 이런 (과학에 대한) 흐름을 느꼈어요. 대중 과학강연을 하러다니면서 과학을 대하는 느낌이 달라졌고, 뭔가 저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인간은 배고픔을 해결하고, 1차적인 생존문제만 극복한다고 인간이 되는게 아니잖아요? 고차원적 생각을 하고, 공부를 하며 지적인 욕망을 충족시키는 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거거든요.

 

사회가 발전하며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욕구가 터져나왔는데 그 조건 중 하나가 저는 '우리의 기원'에 대한 고민, 우주의 기원과 근본적인 원리에 대한 고민을 탐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답을 준비해온 게 과학의 역사니까요.

2014년 인터스텔라는 인간과 우주의 기원에 대한 욕구가 폭발하는 계기가 됐죠. 출처 : 이웃집과학자
2014년 인터스텔라는 인간과 우주의 기원에 대한 욕구가 폭발하는 계기가 됐죠. 출처 : 이웃집과학자

그러다 2010년 전후로 가며 이런 욕구가 본격화되고, 이걸 충족시키려는 흐름이 과학자 내에서도 생겨났죠. 사회와 소통하려는 과학자도 많아지고 책도 많이 나오고. 말하자면 '이웃집과학자'도 그런 흐름 중 하나인거죠.

이런 사람들의 욕구에 과학자들이 호응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지 않았나 싶어요. 폭발한 게 2014년 인터스텔라죠. 하지만 하루아침에 인프라가 만들어지진 않으니까 사람들의 잠재적 욕구에 비해 채워진 것은 아직 부족하다고 봐요.

 

앗, 그럼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나요?

지금은 전성기가 아니다. 잠재되어 있죠. 마음놓고 누리기에는 아직도 사회가 사실 안정된 상태는 아니잖아요. 과학이나 학문이 융성하려면 사회가 안정되어야 하거든요.

 

옛날에 과학이 시작된 게 돈많은 사람 후원받아서했잖아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네이처>에서도 과학계 전망할 때 중요한 이슈로 꼽는 것 중에 하나가 유럽의 정치 현황, 그리고 트럼프의 등장과 기후 협약이에요. 정치가 안정되지 않으면 탄력받기 어렵죠.

 

이 시기를 겪고나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거고, 다시 과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거라고 생각합니다.

 

2003년에 '이공계 위기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셨는데요. 이공계는 아직도 위기일까요?

그 때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이공계가 위기다!라고 하면 문과 출신들에게 미안하죠. 지금은 문송(문과라 죄송합니다)이 도미넌트(dominant)한 시대죠. 2003년에도 인문계 출신 사람들은 우린 이미 망했다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이공계가 너무 이슈가 되다보니 주목을 받은 거고.

 

지금 이공계가 잘 나가냐고 하면, 어차피 다 위기인데 조금 덜 위기다라고 말할 수 있겠죠. 알파고 시대고, 4차 산업혁명을 많이 이야기 하니까. 고급 이공계 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하니까 덜 한거지 이쪽이 되게 잘 풀려서 사정이 나아진 것 같진 않아요. 10년 전 이야기했던 위기의 본질과 좀 다르죠.

왜 과학을? 굳이? 어려운데? 출처 : 이웃집과학자
왜 과학을? 굳이? 어려운데? 출처 : 이웃집과학자

왜 과학을 배워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해주신다면

과학이 인간 지성의 프론티어(Frontier)다! 한 마디로, 인간 지성의 경계를 확정 짓는 일을 과학이 하고 있다, 옛날에 철학이 했는데, 지금은 과학이 다 하고 있다. 그래서 그걸 모르면 우리가 어디까지 아는 지를 모른다는 거죠.

 

그렇다면 산업이나 과학기술이 아닌, 우리 사회에서 학문으로서 과학의 역할이 어떤 걸까요?

가장 근본적인, 호모 사피엔스가 호모 사피엔스인 것은 과학이 등장하며 본격화 된 것이라 생각해요. 과학이 인간 지성의 왜 프론티어냐라고 하면, 과학의 방법론을 말하는거죠. 믿을 만한 보편 지식을 추구하는 가장 성공적인 방법론이 과학적 방법론이었죠. 히포크라테스를 의학의 아버지라 부르는 것도 주술을 벗어나 방법론적으로 새로운 의학을 만들었기에 그런거죠. 

그렇기에 단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도 과학의 방법론을 우리가 '익힐' 필요가 있다. 생각의 방식이라는거죠. 생각의 방식, 사유의 방식을 익히는게 중요하기에 과학을 배워야하죠. 결과론적인 지식이 아니라 작동원리를 배워야 하는 거죠.

 

예전 한 인터뷰에서 현대 물리학을 쉽게 설명해달라고 하지 말라는 당부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과학의 대중화에는 언제나 '쉽고 재밌는'이라는 형용사가 붙습니다. 쉽고 재밌는 과학으론 진정한 의미의 '과학'의 대중화를 이루기 어려운 걸까요?

희생하는 것들이 있지 않나 싶어요. 쉽고 재밌다는 워딩도 바꿀 필요가 있죠. 우리나라의 쉽고 재밌는 과학은 즉흥적인 도깨비 방망이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아요. 한 방에 이해되는 원리. 그런데 그런 건 19세기로 끝났어요. 상대성이론, 혁명이 나오기 전 이야기에요. 전혀 그렇지 않죠. 이제 한 두개의 원리로 끝나지 않아요. 

 

한계가 뚜렷하다는 거군요.

쉽고 재밌는 걸 누가 싫어하겠어요. 다만 그런 게 한계가 있다는거죠. 신기한 현상이 있을 때, 전공자들에겐 이걸 쉽게 이해하는 도깨비 방망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거 없거든요. 현대 과학은 하나가 엄청나게 거대한 복잡한 구조물이에요. 하나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줘야해요. 그런데 그걸 못 참는 거죠. 여전히 도깨비 방망이를 원하는데 그런 건 없거든요. 거기서 괴리감이 생기는 거죠. 

 

미시세계로 내려가면 거시세계에서 생각하는 게 안 맞아요. 이걸 알게 된 게 겨우 백년전이고, 그걸 알아낸 현대과학이 얼마나 위대하냐는 거지. 자연의 본질을 볼 수 있게 된거거든요. 쉬운 게 아니죠. 어렵지만, 어려운만큼 가치가 있는거죠. 

 

쉽고 재밌는 과학은 여전히 필요해요. 그런데 관습이 남긴 안 좋은 폐해(도깨비 방망이)가 있기 때문에 그걸 극복하는 것도 필요해요. 문제를 잘 푸는 것보다 중요한 건 새로운 규칙을 찾는 거거든요. 우리가 그런 걸 잘 못해요. 그래서 노벨상이 없어. 이게 쉽고 재밌는 것만 찾았을 때의 폐해죠. 

쉽고 재밌는 과학? 어렵고 재밌는 과학! 출처 : 이웃집과학자
쉽고 재밌는 과학? 어렵고 재밌는 과학! 출처 : 이웃집과학자

이번 펴내신 책 <사이언스 브런치>를 보면 어려운 물리학적 지식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셨는데, 궁극적으로 '과학 대중화'가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하나의 문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정말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내용 자체보다 일상적인) 접근성이 좋았으면 좋겠다.

 

한겨레 만평에 슈뢰딩거 고양이가 나온적이 있어요. 그 만평을 이해하려면 양자역학의 기본을 알아야해요. 굉장히 수준 높은 만평이거든요. 저는 그런 시도들이 굉장히 좋다고 봐요. 세익스피어의 한 구절 정도는 외워야 한다고 했듯이 21세기에는 이 정도 패러디는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지면 좋겠다. 정말 과학이 문화로 연결되는 사례잖아요? 그런 단계로 발전해 나가면 좋겠죠. 정치 만평에 양자역학이 들어가있고, 기본원리로 쓰이는거죠.

 

또, 과학을 배우는 건 학습의 방법론을 배우는 거죠. 이 시대엔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필요하다면 뛰어들고, 필요한 걸 공부하고, 요구하는 바에 맞출 수 있는 새로운 지식을 만들고. 제가 하는게 입자물리학인데 이 사람들이 그런일을 잘 해왔어요. 계속 새로운 분야를 확장하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수학과 알고리즘을 만들고 심지어 기계도 만들죠.  얼마나 알고 있느냐보다 새롭게 생기는 분야에 적응하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는 능력이 필요한거죠.

과학기술정책은 이렇게 되면 어떨까요? 출처 : 이웃집과학자
과학기술정책은 이렇게 되면 어떨까요? 출처 : 이웃집과학자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 향후 과학 관련 정책은 어떻게 수립하는게 좋을지 생각하신 바가 있다면.

10년 전부터 과학정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왔어요. 10년이 지났는데 근본적으로 바뀐 것 같진 않고. 다시 이야기하자면 기초 학문 특별법이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있어요. 기초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멸종 위기종이에요. 국가가 법으로 보호해줘야하는 천연 기념물인거죠. 보호하지 않으면 멸종돼요.

 

반달 가슴곰도 법적으로 보호해주잖아(웃음). 우린 인간인데. 돈 안되지만 정말 가치있고 중요한 분야를 나라가 적극적으로 보호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 나가는 분야는 정부가 안 도와줘도 잘 나가요. 돈 안되더라도 중요한 건 보호할 가치가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보호하는데 돈도 별로 안들어요. 

 

몇 년 전 통계를 보면 4년제 200개 대학 중 정보공시한 160개 대학에서 전공 학과 숫자를 보면 수학과가 있는 대학은 70개가 안 되고, 물리학은 50개가 안 돼요. 컴퓨터 공학, 전기전자 공학은 모든 대학에 있죠. 정부는 그런 일을 해야하는 거죠. 

 

현 정부 정책에 대해 의견이 있으시다면

정책을 보면 ‘사람’을 놓고 과학계 소수자 지원책 이런건 굉장히 좋아요. 박사후 연구원, 학생, 여성과학자의 연구환경 지원 등은 되게 좋아요. 

 

그런데 대학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요. 1차적으로 과학기술이 살려면 제일 먼저 인재 양성과 교육이 대학에서 이뤄져야 하죠. 모든 출발점이 대학인데, 이렇게 물리학과 수학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현장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 새로운 연구자가 나올 수 없는거죠.

 

대학이 좋은 일자리에요. 고급 인력을 흡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이 대학인데. 과학 기술에 대한 정책을 펴는게 대학과 교육에 다 맞물려 있거든요. 이런 통합적인 시각에서 정책이 나온다면 좋겠죠. 

다같이 노력해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요! 출처 : 이웃집과학자
다같이 노력해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요! 출처 : 이웃집과학자

 

<이웃집과학자> 이용자와 미래의 과학자 꿈나무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저도 어쩌다보니 중년이 됐는데, 조금 더 좋은 환경을 물려주지 못한게 미안해요 실은. 다 같이 노력해서 조금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문화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같이 만들어나가면 좋겠네요.

 

-이종필 교수는 뉴규? (예스24 제공)

이종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를 나왔다.

1990년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해

학생운동에 전념하며 학부시절을 보냈다.

1995년 동대학원에 입학하여

2001년 입자물리를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4년간 연세대 BK21 연구원으로,

2005년부터 1년간 고려대 연구조교수로 있었다.

현재 건국대학교 상허교양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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