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젖 달라며 밤새 보채는 진짜 이유 "헉! 정말?!!"
아기가 젖 달라며 밤새 보채는 진짜 이유 "헉! 정말?!!"
  • 이승아
  • 승인 2017.06.16 14:24
  • 조회수 204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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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또 깼어... 출처 : 포토리아
애가 또 깼어... 출처 : 포토리아

이번엔 자기 차례야

 

겨우 잠 든 새벽, 다시 아기의 울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내는 남편에게 “아깐 내가 재웠어, 이번엔 자기 차례야”라고 말하며 뒤돌아 눕습니다. 아기 침대를 확인한 남편이 돌아옵니다. “밥 달라고 보채는 것 같은데?” 젖먹이 아기를 키우는 부부들은 공감하실 장면입니다. 뭐 응당 애들은 그러려니 할 법하죠.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이 행동에 생각보다 많은 과학자들은 학문적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그렇게 아기들은 새벽에 계속 잠을 깨우고 보채며 (특히) 엄마의 잠을 방해하는 걸까? 아마 그들도 새벽에 아이를 달래러 깼던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벽에 잠 못이루고.. 출처 : 포토리아
새벽에 잠 못이루고.. 출처 : 포토리아

동생 임신을 막아 자기 생존률 높이려고

 

하버드 대학교 데이비드 헤이그(David Haig)교수는 2014년 발표한 그의 논문 <Troubled sleep: Night waking, breastfeeding and parent–offspring conflict>에서 아기가 새벽에 칭얼거리는 것이 살아남기 위해 진화적으로 적응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헤이그 교수는 잘 자던 아기들도 생후 6개월 즈음되면 밤중에 자주 깬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모유 수유를 할 경우에 더 두드러졌다고 합니다. 교수는 아기가 칭얼거려서 엄마를 불러내고, 엄마 젖을 먹는 행위가 '동생의 탄생을 지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동생이 만들어지지 않게 함으로써 자신의 생존률을 높인다는 거죠.

모유 수유하면 엄마의 몸에선 프로락틴이 만들어집니다. 출처 : 포토리아
모유 수유하면 엄마의 몸에선 프로락틴이 만들어집니다. 출처 : 포토리아

이게 무슨 소리야?

 

이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밤에 엄마를 불러내 단순히 엄마와 아빠가 물리적으로 만나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젖먹이 아기의 칭얼거림은 동생의 탄생 확률을 0에 수렴하게 합니다.

 

아기는 자궁에 있을 때 이렇게 밤마다 칭얼거리지 않아도 됐습니다. 다른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할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죠. 태반에서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엄마의 난소에서 난자가 못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내가 태어났으니 태반도 없고, 엄마 몸에서 새로운 배란을 막을 방법이 없어졌습니다. 즉, 잠재적 동생과 경쟁하게 된 겁니다.

엄마, 아빠! 아직 동생은 안 돼요! 출처 : 포토리아
엄마, 아빠! 아직 동생은 안 돼요! 출처 : 포토리아

프로락틴 호르몬 통해 동생 막아

 

그래서 아기가 밤에 모유를 찾게 됩니다. <해부 병태생리로 이해하는 SIM 통합내과학 9 : 내분비> 책에 따르면 갓난아기가 엄마의 젖을 빨면(suckling) 엄마의 뇌하수체 전엽에서 이에 대한 반응으로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이 만들어집니다. 이 호르몬은 난소에 작용해 배란을 막습니다. 이렇게 되면 동생이 탄생할 가능성은 없어지고, 자신의 생존률은 높아지겠죠.

 

아기가 모유를 달라고 보채 다음 출생을 지연시킴으로써 모종의 이익을 얻은 셈입니다. 데이비드 헤이그 교수는 그렇기에 자연 선택이 이러한 행동양식을 보존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 쌓이는 엄마의 피로도 출생 간격을 증가시키려는 전략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고 하네요.

평화로워 보이지만 안은 엄청난 갈등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출처 : 포토리아
평화로워 보이지만 안은 엄청난 갈등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출처 : 포토리아

유전체가 갈등해? '유전체 갈등론'

 

밤에 보채는 아기의 행동을 ‘진화적 적응’이라는 가설로 설명하는 이 교수는 유전체 갈등(genomic conflict)라는 이론을 정립한 바 있습니다. 왜 아기가 이런 행동을 보이는가를 알기 위해 우리가 짚어볼 만한 부분입니다.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의 책 <거품예찬 : 넘쳐야 흐른다>에 따르면 이 이론은 한 몸을 이루는 유전자들도 '협력만 하는 게 아니라 각자 자기의 이득을 위해 경쟁'한다는 겁니다. 이게 바로 유전체 갈등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엄마와 아기도 유전체 갈등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아기는 엄마와 아빠의 유전자의 조합을 가졌죠. 엄마의 유전체와 아이의 유전체가 동일한 정도는 대략 50% 정도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아버지로부터 온 유전체죠. 

 

때문에 엄밀히 얘기하면 엄마랑 아기는 '남'입니다. 서로 유전체가 절반 이상 다르니까요. 이 유전체들이 서로 살아남기 위한 갈등이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태아는 엄마로부터 좀 더 많은 영양분을 빨아들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로 인해 엄마는 임신 빈혈을 겪기도 하죠. 엄마는 또 엄마 나름대로 이 다음에 태어날 아이들을 생각해야합니다. 뺏기기만 할 수는 없죠. 엄마와 태어난 아기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는 겁니다.

다 저도 먹고 살자고 우는 겁니다. 출처 : 포토리아
다 저도 먹고 살자고 우는 겁니다. 출처 : 포토리아

물론 이 유전체 갈등이론에 기반한 가설이 밤중에 깨는 이유의 전부가 될 순 없을 겁니다. 데이비드 헤이그 교수는 이 논문에 대한 여러 코멘트에 “유아 수면 조절이 간단하다고 말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수면 패턴은 유전자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과 각 문화권의 생활양식, 그리고 돌보는 사람과 아이 사이 등에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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