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누군가 있다?!
2015년, 의학계에서는 독특한 소식이 올라왔습니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던 인도 태생의 20대 여성 Yamini Karanam은 두통이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두통 때문에 집중이 안 되고 책을 읽지도 못했으며 나중에는 걷는 것도 힘들어졌다고 하는군요.
그녀는 병원에서 뇌 깊숙이 위치한 송과선에서 뇌종양을 진단받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첨단내시경 뇌수술 전문기관 두개저연구소(Skull Base Institute)의 연구원 라이르 샤히니안 박사는 그녀의 수술에서 종양을 제거했습니다.
그런데 수술에서 제거한 것은 뇌종양이 아니라 자라다 만 환자의 쌍둥이였습니다. 이 쌍둥이 배아는 머리카락, 치아, 뼈가 뭉쳐있는 상태였다는데요. 배아는 여러 조직들이 잡다하게 섞인 종양 ‘테라토마(Teratoma)'로 밝혀졌습니다.
샤히니안 박사는 7천 ~ 8천 개의 뇌종양을 떼어냈지만 두개골 내에서 테라토마를 제거하기는 이번이 두 번째라고 회고하는데요. 테라토마, 도대체 무엇일까요?
테라토마의 독특한 특징
테라토마는 여러 종류의 세포들로 이루어져 비정상적으로 분화된 세포를 말합니다. 종양학에서는 ‘기형종’이라고 말한다는군요.
라정찬의 책 <고맙다, 줄기세포>에 따르면 줄기세포의 개념에서 테라토마는 피부, 근육, 신경세포 등 다양한 세포와 조직으로 이루어진 종양이라고 합니다. 보통의 종양은 단일한 세포들로 구성되지만, 테라토마는 다양한 세포와 조직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암은 외형상 혹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테라토마는 치아나 손톱이 나고, 털이 생기는 등 기형적인 형태로 나타납니다.
테라토마는 생식세포에 생기는 경우가 많아 여성의 난소나 남성의 정소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특징 때문에 적은 확률로 테라토마를 갖게 된 일부 여성들은 난소에 마치 임신한 것처럼 혹이 생기는 경우도 나타납니다. Michael H. Ross의 책 <조직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난소 기형종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단성생식을 할 수 있는 난모세포의 발생을 통해서 일어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난소 기형종은 대부분 양성 종양이지만, 복부에 불쾌감을 일으켜 기본적으로 복통, 구토 등의 증세를 보인다고 합니다. 또 안세영의 책 <갑상선 클리닉>은, 대부분이 갑상선 조직으로 되어있어 과량의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해 갑상선 중독증을 일으킬 수 있기에 즉시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테라토마와 줄기세포의 인연
라정찬의 책 <고맙다, 줄기세포>에 따르면, 테라토마는 배아줄기세포와도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암처럼 무한히 증식하는 특징을 나타내기 때문에 스키드마우스(Severe combined immunodificiency mouse - 유전자 조작으로 면역능력을 결핍시킨 쥐)에 주입하면 다양한 조직의 세포로 분화해 테라토마가 된다고 합니다.
테라토마의 이러한 특징 덕분에 이한음의 <호모 엑스페르투스>는 테라토마가 연구자들이 분리한 세포가 정말로 배아줄기세포인지 판단하는 데에 쓰인다고 저술합니다.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생쥐에게 이식하면 테라토마가 생깁니다. 다시 말하면 쥐에게 테라토마가 생기지 않으면 배아줄기세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테라토마의 특징 때문에 과학자들은 배아줄기세포를 임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배아줄기세포는 윤리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테라토마를 형성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지요. 과학자들은 여전히 테라토마의 양날의 검과 같은 특징을 활용해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중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