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생명 공학 기술' 영화 3선
섬뜩한 '생명 공학 기술' 영화 3선
  • 이승아
  • 승인 2017.08.15 14:57
  • 조회수 3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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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스포 있습니다. (-편집자 주)

 

공포영화보다 더 확실하게 여름 더위를 날려줄 이른바 생명공학 판타지 영화를 소개합니다. 아니, 판타지가 아닐지도 모르죠. 가까운 미래가 될지 몰라 더 무섭고 섬뜩한 영화 세 편입니다. 

 

가타카(GATTACA, 1997)

 

유전자를 골라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언뜻 상상이 안 되지만 이 영화의 세계에선 인공수정으로 유전자와 성을 골라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합니다. '자연적인' 임신과 수정, 출산으론 '완벽한' 아이를 가질 수 없으니까요. 

 

태어나자마자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을 가질 확률과 사망 시기까지 줄줄 뽑혀나옵니다. 이곳에선 유전자가 그 사람의 얼굴이자 이력서, 사실상 전부입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유전자가 좋지 않으면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세계가 펼쳐집니다.

 

가타카, 과연 먼 미래의 말도 안되는 이야기일까요? 출처: IMDB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아침마다 온몸의 피부각질을 긁어내고, 소변주머니를 차고 인공 지문에 혈액을 채워 손에 붙입니다. 우주항공회사 가타카의 1등 항법사군요. 일을 하는 중간 중간 모습을 보면 더 수상합니다. 키보드에 각질 가루를 뿌리고 유리병에서 머리카락을 꺼내 빗에 꽂아 놓습니다.

 

그렇습니다. 대개 이런 인물이 주인공이죠. 자연잉태로 태어나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99%인 '부적격자' 빈센트(에단 호크)는 우주비행사를 꿈꾸지만 매번 유전자에서 실패합니다. 청소부로 살아가던 그는 우성인자를 가지고 수영선수로 활약하다 사고로 하체를 못쓰게된 제롬(주드 로)의 유전자 증명을 빌립니다. 

 

치아를 갈고, 유전자에 맞게 눈동자 색을 보정하는 렌즈를 끼우고, 심지어 키도 늘립니다. 유전자 검사를 위해 제롬의 소변과 혈액, 각질을 매일 가지고 다니는 거죠. 

 

좌측에 있는 빈센트(에단 호크)는 자연잉태로 태어나 심장병을 앓을 확률이 99%인 이 곳의 부적격자이지만, 이를 철저히 숨깁니다. 출처: 로튼토마토

영화는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이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20년 전에 나온 이 영화가 말했던 가까운 미래는 언제였을까요? 아마 지금이 영화에서 말했던 가까운 미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8월 3일 <Nature>에 가타카를 엿볼 수 있는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OHSU)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팀과 서울대 김진수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배아에 유전자 가위로 특정 유전자를 교정하는데 성공했다는 결과입니다. 

 

유전자 가위라 불리는 크리스퍼(CRISPR,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laindromic repeats)는 DNA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해 해당 지역의 DNA를 자르는 가위인데요. 이 잘린 이중나선 DNA가 복원되는 과정에서 기존에 문제됐던 유전자가 사라지게 됩니다. 

 

연구진은 유전성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를 교정하고자 했는데 58개의 배아 중 42개가 성공했다고 합니다.

 

20년 전 주드로. 출처: 로튼토마토

과연 주인공 빈센트는 그가 꿈꾸던 타이탄으로 떠날 수 있을까요? 혹은 아무리 그가 체력 테스트를 통과하고 뛰어난 지식을 가졌다 하더라도 유전자에 아플 수 있는 '확률'이 있으니 가면 안 되는 걸까요. 여러분은 어떤 판단을 내리시겠습니까.

 

아일랜드(Island, 2005)

 

내가 복제인간이라면 나는 나일까, 아니면 그 사람일까? 

 

출처: IMDB

하얀 옷을 입고 매일 정해진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환경오염으로 인해 멸망한 지구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일부 생존자들입니다. 이 폐쇄된 공간 밖은 모두 오염돼서 생물체가 살아갈 수 없죠. 이들의 꿈은 '아일랜드'로 가는 겁니다. 매주 복권 추첨을 해 당첨된 사람만이 유토피아로 떠날 수 있죠.

 

 

 영화의 주인공인 링컨6-에코와 조던2-델타. 델타가 드디어 복권에 당청됩니다. 그러나 링컨이 '아일랜드'가 유토피아가 아닌 죽음을 의미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지구가 멸망하고 살아남았다고 믿었던 생존자들이 사실은 인간복제공장에서 생산되는 아그넷(Agnet, 영화에서 복제품을 이르는 단어)이었던 거죠. 대리모 혹은 장기 공급을 위해 필요에 따라 쓰고, 버려지는 아그넷.. 두 주인공은 아일랜드에서 탈출을 시도합니다.

 

배운 적도 없는데 어떻게 저렇게 잘 싸우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출처: 로튼토마토

감독이 설정한 영화의 시간은 2019년. 지금이 2017년이니 2년 남았네요.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생식세포가 아니라 엄마의 체세포로 태어난 복제양 돌리의 성공을 발표한지도 20년이나 지났습니다. 특히 이 영화가 나올 당시 대한민국은 황우석 박사의 체세포 복제 배아 줄기세포로 들썩이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마이클 베이 감독도 2005년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황우석 박사의 연구를 알고 있다며 "인간 복제가 언젠가 실현될 거라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죠. 

 

당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체세포 복제한 배아 줄기세포는 없던 걸로 밝혀졌습니다. 인간복제도 과거 우리가 상상하던 것처럼 빠르게 일어날거라 믿는 사람도 얼마 없겠죠. 그렇지만 영화에서 봤던 아일랜드의 불행한 미래가 오지 않을 거라곤 선뜻 말하긴 어렵습니다. 

 

스플라이스(Splice, 2009)

 

조류, 어류, 파충류, 갑각류 등 여러 종류의 DNA를 섞은 동물이 탄생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가시나요. 여기에 하나 더. 인간의 유전자까지 결합시킨다면?

 

스플라이스, 에디터는 극장에서 봤을 때 충격이 아직 생생합니다. 출처: IMP Awards

과학자 커플인 클라이브(애드리언 브로디)와 엘사(사라 폴리)는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단백질 생산을 위한 동물 개발 연구를 진행합니다. 조류, 어류, 파충류 등의 DNA를 잘라 붙이며 프레드와 진저라는 유전자 재조합 생물을 만드는데 성공하죠. 그런데 이 유전자를 실험실에 있던 난자와 결합시켜 새로운 생물체가 탄생합니다.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혼합시키는 건 2003년 중국이 인간과 토끼의 혼합배아를 만들고, 2008년 영국에서 파킨슨 병의 치료 연구를 위해 소의 난자에 인간 세포핵을 주입한 결과가 있기에 단순히 영화적 상상에 그치지 않습니다. 작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인간과 돼지의 유전형질을 결합한 '키메라 배아'를 연구한다는 BBC보도도 있었습니다. 

 

너는 어떤 종이야? 출처: IMDB

이 아이(?)의 이름은 드렌(DREN). 빠르게 성장하며 자신의 DNA에 있는 여러 종류의 동물 특징을 드러내고 인간의 모습에 가까워지는 듯 보입니다. 지능은 물론 감정까지 가지고 있죠. 함께 춤을 추던 클라이브와 드렌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둘은 선을 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아직 드렌에게 나타나지 않은 어류의 특성이 있었거든요.

 

이게 끝이 아니야. 출처: IMDB

책 <짝짓기: 생명진화의 은밀한기원>에 의하면 지구 생물들 중 쉽게 성을 바꾸는 종들이 꽤 많다고 합니다. 특히 어류나 연체동물의 경우 비율이 높다고 하는데요. 놀래기류의 물고기는 정소와 난소가 같이 만들어져 난소가 먼저 발달해 난자를 배출합니다. 이후 몸이 더 커지고 주변에 자기보다 작은 같은 종 개체가 늘어나면 차츰 남성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 정소가 발달해 수컷이 되는 거죠. 

 

영화는 임신한 엘사의 모습을 비춰주며 끝납니다. 어떤 일이 있었고, 연구를 지원받던 제약회사와는 무슨 약속이 오갔을까요?

 

귀신이 존재할 확률보다 이런 미래가 다가올 확률이 더 높게 느껴지는 건 에디터뿐일까요? 공포영화보다 과학기술이 한계를 뛰어넘으며 발전할 때 정말 만나게 될지도 모를 디스토피아가 더 무섭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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