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아기와 침팬지 함께 키운 결과...'충격'
인간 아기와 침팬지 함께 키운 결과...'충격'
  • 이승아
  • 승인 2017.11.01 15:16
  • 조회수 417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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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가 먼저냐 환경이 먼저냐

 

 

아이를 침팬지와 함께 키우면 어떨까요? 침팬지가 아이처럼 자랄까요, 아니면 아이가 침팬지처럼 자랄까요? 

 

침팬지와 함께 자란 아이, 도널드(좌). 인간과 함께 자란 침팬지 구아(우). 출처: madsciencemuseum

실제로 이 실험이 1900년대 미국에서 이뤄졌습니다. 1927년 미국의 심리학자 윈스럽 켈로그(Winthrop Niles Kellogg)는 자연(nature)과 문화(nurture) 중 어린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게 무엇인지 궁금했거든요.  이는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가 흔히 궁금해하는 유전자가 먼저냐, 환경이 먼저냐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물음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아이와 침팬지를 함께 기르기로 결정합니다. 아내를 설득하는데 매우 애를 먹었다고 전해지죠.

 

레토 슈나이더의 책 <매드사이언스북>를 보면 켈로그가 이런 실험을 고안하게 된 계기는 신문에 난 늑대소녀 기사 때문일 거라고 합니다. 당시 동인도의 한 동굴에서 늑대와 자란 여자아이 두 명이 발견됐습니다. 네발로 걷고, 늑대처럼 먹고 마셨죠. 구조된 이후에 교육을 받고 두발로 서는 법은 배웠지만 여전히 밤이면 늑대처럼 울부짖었다고 합니다. 

 

켈로그는 이런 행동이 지능이 낮아서가 아니라 아주 어린 시절 행동이 각인됐기 때문이라고 여겼습니다. 이걸 증명하려고 젖먹이 아이를 자연 환경 속에서 키워야한다고 생각했지만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 실험은 가능했죠. 어린 침팬지를 아이와 함께 키우는 겁니다.

 

이 둘은 똑같이 자랐습니다. 출처: madsciencemuseum

침팬지와 사람 아기 동시에 키우다

 

1931년 6월 26일, 7개월 된 침팬지 '구아'가 인간의 집, 켈로그의 가정으로 입양됩니다. 10개월 된 켈로그의 아들 '도널드'와 9개월 동안 한가족처럼 지냈습니다. 똑같이 기저귀를 채우고, 옷을 입히고,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시켰습니다. 

 

이 둘은 동일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공포에 대한 민감성을 실험하기도 했죠. 날마다 키와 몸무게, 혈압을 재고 지각과 운동기능을 시험했습니다. 심지어 머리를 두드렸을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로 두개골 차이까지 기록하려했습니다. 

 

똑같이 기저귀를 찼지만 똥을 먼저 가린건 구아. 출처: viralnova

침팬지, '놀라울 정도로 잘 적응'

 

침팬지 구아는 놀라울 정도로 인간의 환경에 잘 적응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인간인 도널드보다 여러 부분에서 더 나은 모습도 보였습니다. 더 말을 잘 따랐고, 입맞춤으로 용서를 청하고, 똥도 먼저 가렸습니다. 

 

인간 아기 도널드가 구아에 비해 더 우월한 능력은 한 가지 뿐이었습니다. '모방'이었죠. 도널드는 구아를 잘 따라했습니다. 구아가 장난감을 발견하고, 놀이를 개발하면 도널드가 그대로 따라했습니다. 구아가 먹이를 달라고 할 때 내는 소리를 완벽히 흉내내기까지 했죠. 윈스럽 켈로그와 루엘라 켈로그 부부의 책 <유인원과 어린이(An Ape For a Kid Sister)>에 이 실험의 결과가 상세하게 기록됐습니다. 

 

이 실험은 10개월이던 도널드가 19개월이 될 때까지, 7개월 구아가 16개월이 될 때까지 진행됐습니다. 이후 실험이 중단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매드사이언스북> 책에서 저자는 아마 침팬지가 인간처럼 자란 게 아니라 반대로 아이가 침팬지처럼 자랐기 때문일 거라고 합니다. 당시 19개월 도널드가 사용할 줄 아는 낱말이 세 개밖에 없었습니다. 평균 또래 아이들은 50개 가량의 단어를 구사하고 문장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에 비하면 발달이 늦은 거죠. 엄마 루엘라가 이런 상황을 참지 않았으리라 추측됩니다.

 

이 실험은 큰 화제였습니다. 출처: madsciencemuseum

"45년에 걸친 살인"

 

이렇게 9개월의 실험이 끝났습니다. 침팬지와 인간 아이의 동거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요. 침팬지 구아는 침팬지 우리로 돌아가 진짜 어미와 함께 살게됐습니다. 하지만 구아는 진짜 어미 침팬지와 사는 걸 힘겨워했습니다. 이듬해 죽고 맙니다. 

 

도널드는 언어 능력이 빠르게 향상됐습니다. 나중에 하버드 대학 의대에 진학해 정신과 의사가 되었죠. 하지만 그의 부모가 죽고난 후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사이가 좋아보이는데요. 그 끝은 마냥 웃을수만은 없습니다. 출처: madsciencemuseum

미국의 심리학자 루디 벤저민은 도널드의 자살이 어릴적 실험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며 "그의 우울증은 대단히 엄하고 자신과 관련한 모든 사람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는 점"으로 더 잘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도널드의 아들 제프는 "아버지의 자살은 실험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확신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무심했고 성과에만 집착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 실험'의 영향이 더 컸다고 말합니다. 

 

제프는 후에 미출간 된 논문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45년에 걸친 살인'이라고 불렀습니다. 도널드는 1972년, 42살에 자살했는데 왜 45년이라고 했을까요? 켈로그는 아들 도널드가 태어나기 전인 1927년부터 이 실험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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