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동설? 지동설? '큰 그림'의 시작
천동설? 지동설? '큰 그림'의 시작
  • 이웃집과학자
  • 승인 2017.08.2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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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 삽화가의 상상도: 우리 태양계와 그너머로 보이는 은하와 천체들  Credit: NASA

원제 : 우리 태양계로의 여행(1) 

 

그래도 지구는 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우리 태양계의 중심이 지구가 아니라 태양임을 믿었기에 당시 사회는 그의 연구 성과에 대하여 많은 반대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는 자진하여 로마 교황청을 방문하였고 그의 이론을 설명하였으나 결국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지동설의 포기와 철회를 명령 받았습니다. 종교재판소에서 풀려나자마자 갈릴레이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땅을 내려다보면서 발자국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래도 지구는 돈다” 라고 혼잣말을 했습니다[1].

 

“eppur si muove (그래도 지구는 돈다)” - 갈릴레오 갈릴레이

 

그림 1. Justus Sustermans의 갈릴레이 초상화

옛날 사람들이 생각했던 우리 태양계는 어떠했을까요? 옛날 사람들은 지구중심설 혹은 천동설[2]로 알려진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며 모든 천체가 지구 주위를 돈다’ 는 학설을 믿었습니다. 물론, 물리학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도 여전히 지구가 우리 태양계의 중심이라고 믿고 있을 겁니다. 그만큼 천동설은 우리가 느끼기에 직관적이고 당연해 보입니다. 밤하늘을 바라보고 수많은 별들 사이에서 행성들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이들이 이동하는 길은 태양이 지나가는 길과 비슷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행성들의 공전 궤도면이 지구 공전궤도면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지구를 중심으로 행성들을 비롯한 태양계 천체가 돌고 있다는 천동설이 확립되었습니다. 하지만 천동설은 화성의 역행같은 특이한 현상을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불과 300여년 전에야 폴란드의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Copernicus)의 태양 중심설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망원경이 없었던 시절이라 육안으로의 관측이 상당히 힘들었고, 당연스럽게도 천동설에게 밀렸습니다. 이에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직접 제작했으며 목성의 위성과 금성의 위상 관측으로 지동설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갈릴레이는 목성의 위성을 관측하면서 4개의 천체가 목성으로부터 일정한 거리 내에서 좌우의 개수만 달리하며 운동한다는 것을 관측하여 이 천체들이 목성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목성의 위성임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모든 천체가 지구를 돌고 있다는 천동설의 첫번째 반박을 뜻합니다. 또한 그는 금성의 위상을 관측하여 보름달 모양에 가까운 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금성이 보름달로 관측된다는 것 역시 금성이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들은 지구가 중심이라는 천동설 이론에 직격탄을 날리게 됩니다. 또한 화성의 역행같은 특이한 사항도 지동설로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갈릴레이 당시에는 타원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갈릴레이가 주장한 지동설이 실제의 모습과 비교해서 100% 똑같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타원의 개념은 독일의 천문학자 케플러(Johannes Kepler)가 해결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케플러의 위대한 연구는 천동설의 신봉자이자 그의 스승이었던 덴마크의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Tycho Brahe)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17세기의 어느날 케플러는 두 달 정도 튀코의 집에 손님으로 머문일이 있었는데, 이때 케플러는 튀코의 화성 관측 일부를 분석했습니다. 튀코는 처음부터 자신의 자료를 철저히 극비에 부쳤습니다. 하지만 곧 케플러의 이론 지식에 감동을 받았고 자료를 허락했습니다. 케플러와 튀코는 가깝지만 호의적인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자료에 의하면 둘은 첫 만남부터 죽을 때까지 싸우고 화해하기를 밥 먹듯이 반복했다고 합니다. 화려한 튀코는 시골에서 온 '촌뜨기' 학자인 케플러를 잠재적 경쟁자로 생각하였고, 둘의 관계는 불 보듯 뻔했습니다. 하지만 둘은 운명의 파트너이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의 복잡한 종교적, 그리고 사회적 변화탓에 그들의 다른 동료들은 모두 그들의 곁을 떠나 결국 둘만 남게 되는 상황이 왔기 때문입니다. 

 

천동설의 신봉자였던 튀코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호크아이만큼이나 시력이 좋았습니다. (튀코의 시력은 5.0이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신의 눈을 전적으로 믿었던 튀코는 보이지 않는 현상에 대해서는 규명하려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케플러는 달랐습니다. 케플러는 우주를 종교적인 관점으로, 태양이 태양계 기동력의 원천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케플러의 저서인 “자석에 관하여(1600년)” 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윌리엄 길버트의 이론과 광학에 유추하여 케플러는 자신의 연구를 이끌어 내었는데, 이 연구에서 위대한 “케플러의 제2 법칙”, 즉 “면적 속도 일정의 법칙”[3]을 이끌어 내게 됩니다. 

 

케플러의 모든 연구는 지동설을 바탕으로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점점 완벽한 지동설이 완성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고 믿었던 지동설이 나오면서 그동안의 여러가지 궁금증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동설은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이 원 궤도로 공전하는 태양계 모형입니다. 지구는 하루를 주기로 자전하며, 달은 지구의 둘레를 공전합니다.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 현재의 지구가 돌고있는 태양계를 묘사하는 이론입니다. 

 

천동설 당시 지구는 정말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지동설이 확립된 직후에도 최소한 태양만은 정말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18세기와 19세기가 지나면서, 태양의 지위가 단지 많은 별들 중 아주 평범한 별들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이 명백해 졌습니다. 실제로 우리 태양은 전혀 특별하지 않습니다. 아주 평범한 그리고 물리학적 법칙을 따르는 수 많은 별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또한 우리 은하계도 전혀 특별하지 않습니다. 아주 흔한 은하계중 하나이며, 특별한 점도 없는 은하일 뿐입니다.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를 포함하고 있는 처녀자리 초은하단(Virgo Supercluster) 역시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초은하단입니다. 

 

이처럼 지동설로부터 시작한 작은 가설들이 결국 우주론(Cosmology)이라는 큰 스케일의 천문학 연구를 지탱하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우주론은 “큰 스케일로 보았을때 우주는 방향성이 없고(등방성) 균일하다” 라는 가정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연현상의 다양성은 너무 대단하고, 하늘에 숨겨진 보물들이 너무 많습니다” - 요하네스 케플러

 

그림2. 요하네스 케플러의 초상화 (1610) 출처: 작자미상

천문학의 작은 분야중 하나인 태양계에 관한 연구는 태양계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연구하는 과정으로 지동설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이론은 천동설부터 현재까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발전하여 왔으며, 여러 학문 영역을 연결시켜 주는 학문입니다. 현재의 엄청나게 빠른 기술 발전 속도에 의해서 그동안 연구 되었던 태양계 연구는 하나씩 검증받게 되지만, 지동설로부터 시작한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덕에 큰 반박 없이 점차 다듬어지는 이론적인 학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검증을 받고 증명된 태양계에 관한 연구를 하나 하나 살펴볼 시간입니다.

 

다음 글 이어보기 : 뜨거운, 너무나 뜨거운 태양!

 

각주

[1] 이는 실제로 갈릴레이가 이런 말을 했다는 뚜렷한 근거나 신빙성 있는 증거가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구전되는 일화일 뿐입니다. 역사학자 스틸만 드레이크에 의하면 갈릴레오에 대한 이 일화는 18세기 이탈리아 작가 주세페 바레티의 창작이라고 합니다.

[2] 천동설은 '지구를 중심으로 하는 모델(Geocentric model)'의 번역어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3] 태양과 행성을 연결하는 선분이 같은 시간 동안 그리는 면적은 항상 일정하다는 법칙입니다.

 

<외부 기고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민재(mkim@astrophysik.uni-kiel.de)

Institute of Theoretical physics and Astrophysics,

Christian-Albrechts-Universität zu Kiel, Germany

- CARMENES scientific member

- FOR 2285 Research Unit “Debris Disks in Planetary Systems” 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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