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모성 본능? "그런 게 따로 있는 건 아냐"
女 모성 본능? "그런 게 따로 있는 건 아냐"
  • 이승아
  • 승인 2017.08.25 23:31
  • 조회수 8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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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야. 출처: pixabay

모성 본능만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어렸을 때 넘어지거나 다치면 자연스럽게 엄마를 외치며 울곤 했습니다. 운다고 엄마가 와줄 것도 아닌데. 평범하게 90년대를 자란 에디터에게 主양육자는 엄마였습니다. 주위 친구들도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건 당연했습니다.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엄마는 아이를 낳으면 자연스럽게 엄마가 되는 걸까요? 마치 본능처럼 말입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수인 진화인류학자 허디는 그녀의 책 <어머니의 탄생>에서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여자에겐 엄마가 되도록 하는 생물학적 본능은 따로 없으며 그저 섹스하는 본능이 있을 뿐이라는 거죠.

 

남녀 차이는 시간과 경험

 

허디는 아빠보다 엄마들을 자연스러운 양육자로 만든 건 '시간'과 '경험'이라고 말합니다.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가 약간 굽어있다"는 표현으로 아기가 선천적으로 엄마를 좋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허디 교수는 이에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여성과 남성이 본래 가지는 차이는 굉장히 미미하며, 뇌는 가소성, 즉 외부요인으로 변형되고 나면 그대로 그대로 남는 성질을 가지기 때문에 경험이 쌓이면서 변화하죠. 허디 교수는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며 남녀의 간극이 커진다고 설명합니다.

 

2008년에 진행된 한 연구를 보면 남성과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다르며, 뇌 구조도 다른 것이 사실입니다. 아이오와 대학의 Peg Nopoulos 교수와 Jessica Wood 박사 연구진은 2008년 3월 저널 Social Cognitive and Affective Neuroscience에 <Ventral frontal cortex in children: morphology, social cognition and femininity/masculinity >이름으로 성인 여성의 경우 대뇌 전두엽 피질의 곧은 이랑(straight gyrus)이 남성에 비해 더 발달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부위는 대인을 인식하는 것과 연관되어있는데요. 연구자들은 여성이 아이들을 주로 양육하기 때문에, 더 잘 기르기 위한 진화적인 결과일 수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빨갛게 표시된 부분이 성인 남녀 간 차이를 보인 전두엽의 곧은이랑 부분입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하지만 그 차이가 발생하는 과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만약 생물학적 성에 따른 차이가 맞다면 어린 아이들도 차이가 명확해야 하는데, 7세에서 17세 사이의 아이들의 뇌를 비교하자 오히려 남자 아이들이 여자 아이들에 비해 곧은 이랑이 더 발달해있었던 거죠.

 

또한 실험 참가자를 생물학적 성이 아닌 사회적 성, 젠더로 구분하자 또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허디 교수는 책에서 엄마와 아빠의 차이는 성별보다 경험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 설명합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빠의 몸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출처: Pixabay

남자도 아기 태어나면 변해

 

심지어 남성도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처럼 변화를 겪습니다. 쿠바드 신드롬(couvade syndrome)은 아내나 여자친구가 임신을 하면 남자의 체중이 증가하거나 입덧을 하는 일을 말합니다. 비교적 긴 시간동안 이 증상은 심리적인 원인에 의해 나타난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위스콘신 대학의 토니(TE Ziegler) 교수는 마모셋원숭이 같은 영장류와 타마린(남미에 사는 비단원숭잇과) 수컷도 똑같은 증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2006년 저널 <BIOLOGY LETTER>에 실렸습니다.

 

토니 교수의 연구진은 아빠가 될 원숭이와 그렇지 않은 대조군의 체중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마모셋 원숭이와 타마린 두 종 모두에서 눈에 띄는 체중 증가가 있었습니다. 수컷 마모셋 원숭이는 5개월 간 연속적으로, 타마린은 6개월 가량 꾸준히 체중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논문에 따르면 이런 변화는 아마 아빠가 되면 에너지가 더 많이 필요하므로 미리 준비하는거라고 합니다. 엄마가 임신하는 동안 아빠도 준비를 하는거죠. 살이 찐 건 기분 탓이 아니었던 겁니다. 

 

임신은 아내가 했는데 살은 남편도 쪘다고. 출처: dziennik

워싱턴 포스트 기자 브리짓 슐츠의 책 <타임푸어>에 따르면 아빠도 엄마처럼 아기를 돌볼 때 신체에 변화가 일어난다고 합니다. 코르티솔과 프로락틴 호르몬 수치가 높아집니다. 코르티솔은 일종의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상시 분비되면 건강을 해칠 수 있지만, 아기와 애착을 형성하고 공감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합니다.

 

프로락틴은 엄마의 모유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입니다. 남성에게 이 호르몬 수치가 높아지면 아기의 울음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아기가 태어나고 3주 동안 아빠가 된 남성의 몸에서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3분의 1로 떨어집니다. 아기와 애착을 형성하고, 아기를 돌보는 일이 가능합니다.

 

셋이서 쑥! 함께 경험을 쌓으며 가족을 만들어요. 출처: Maxpixel

인간을 돌보는 능력이 오히려 본능

 

허디 교수는 인간에게 서로를 신뢰하고 돌봐주는 능력이 오히려 본능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기는 본능적으로 자기가 의지하고, 자신을 돌봐줄 사람을 찾도록 진화했는데 그 대상이 꼭 부모일 필요는 없습니다. 브리짓 슐츠는 <타임푸어> 책에서 아기 얼굴의 사진을 보는 뇌를 촬영한 결과가 소개했습니다. 그 결과 이 때 부모는 물론 아이가 없는 성인의 뇌에서도 소통, 애착, 돌봄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됐습니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엄마에게 모성애나 본능이라는 이름을 붙여 책임을 지우기 보다 함께 키우고 협력해나가며, 양육에 필요한 더 큰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는 시도들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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