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자세 불안하면 연인 관계 불안해져?!
몸 자세 불안하면 연인 관계 불안해져?!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7.09.21 11:35
  • 조회수 17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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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바르게 앉아' 연애하라

 

신체적 불안정성(physical instability)과 연인 관계

 

연애 과정에서 느끼는 만족, 그리고 관계의 지속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일단 기본적으로 행복한 연애, 오래가는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요건들을 무시하기 어렵다. 한 번의 데이트 비용부터 시작해서 결혼자금, 그리고 결혼생활에서 필연적으로 소요되는 자녀 양육비, 생활비, 주거비 등등. 

 

 

물질적 요건만 갖춰졌다고 해서 그것이 곧 행복한 연애, 결혼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물질적인 배경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복하기란 쉽지 않다. 

 

한편 물질적인 요건뿐 아니라 심리적 측면들도 연애 관계의 만족 및 지속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서로 간의 성격은 잘 맞는지, 성생활 등에서 오는 주관적 만족감은 어떠한지, 가치관 측면에서 충돌은 없는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등 상대에 대한 애정과 헌신을 좌우하는 심리적 측면에서의 난관들 또한 적지 않다.

 

사실 물질적 요건들과 심리적 측면들은 연애, 결혼 관계에 영향을 미침에 있어 ‘상호 보완적’이다. 물질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이 심리적 측면에서의 불안이나 불만족을 야기할 수도 있고, 반대로 연인과의 사이에서 오는 온갖 심리적인 혼란, 분노, 우울 등이 직장에서의 업무집중도를 떨어뜨리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과소비 몰입 등 물질적인 상황과 관련한 트러블을 일으킬 수도 있다. 

 

결국 생각해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연애하고 결혼하는 우리들의 삶이 무척 아이러니하기도 하면서 또 다행스럽다. 그 많은 어려움들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우리를 부추기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새삼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다.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는 없음을 유념하고 얻을 것은 얻되 포기할 것은 포기하며, 그렇게 서로가 타협해 간다면 물질적, 심리적인 요소들은 절대적인 장애물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가 사랑했고, 타협해왔던 시간들은 고스란히 자산이 되어 연인 관계 유지의 바탕이 되어 준다. 

 

심리학자 Rusbult(1980)가 보기에 애정 관계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변수는 ‘관계에 대한 투자(investment)'였다. 한 마디로 말해 서로 돈이 되었든, 애정이 되었든 서로 주고받은 것이 많고 공유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면, 설사 애정이 식은 상황에도 ‘지금까지 투자한 것이 아까워서’ 관계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나 사랑이 우리의 애정과 끊임없는 노력만으로 가꾸어나갈 수 있는 것이었다면, 차라리 다행인지도 모른다. 투자한 만큼 ‘정직하게’ 관계의 안정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제 3의 변수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연인 관계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음이 최근 심리학 연구 결과들을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 결과들은 관계의 안정성(relational stability)이 결코 우리의 의식적 노력만으로는 얻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체화된 인지’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심리 기저에서 작동되는 신체적 감각과 정서 간의 연합과 관련되는 심리학적 개념이다. 이해를 위해 예를 들어보자면 우리는 타인의 인상을 평가할 때 ‘따뜻하다’, ‘차갑다’는 표현을 사용하곤 하는데 왜 하필 ‘따뜻하다’, 혹은 ‘차갑다’일까? 우리가 그 사람을 직접 만져보는 등 실제로 그 사람의 체온을 감각적으로 경험해본 후 내리는 평가는 분명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사람이 ‘따뜻하다’ 거나, 혹은 ‘차갑다’고 느낀다. 

 

이러한 흥미로운 사실과 관련,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심리적으로 경험하는 ‘따뜻함’, ‘차가움’이 온도 지각과 관련된 감각 경험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한 바 있다. 예를 들어 비록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차가운 음료를 들고 있을 때에 비해 따뜻한 음료를 들고 있을 때 눈 앞에 있는 타인을 보다 더 ‘따뜻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야말로 ‘따뜻함’, ‘차가움’에 대한 감각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그와 밀접한 심리적 경험을 활성화시킨 것이다.

 

체화된 인지, 그리고 점화(priming)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의 신체 감각적 경험들이 우리의 사고 과정에 어떻게 교묘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꾸준히 밝혀 왔다. 

 

그렇다면 연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경험들이 제 3의 변수가 되어 연인 관계를 흔들어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심리학자 Forest와 그의 동료들은 무심결에 경험하게 된 ‘신체적 불안정성(physical instability)'이 현재 진행 중인 연애, 결혼 관계의 안정성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하였다. 

 

즉 신체의 균형이 무너졌거나, 자세가 불안정해진 상황에 처하게 되면 사람들이 지각하는 연인 관계의 안정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연구 가설이었다.

 

일단 해당 실험이 연인 관계에 대한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으므로 현재 연애 중이거나 결혼을 한 사람들만이 실험 참여자로 모집되었다. 실제 실험에서 참여자들은 신체적 불안정성 여부에 따라 두 개의 집단에 임의적으로 포함되었다(‘신체적 불안정성’ 조건 대 통제 조건). 

 

신체적 불안정성 조건의 참여자들은 연구자가 사전에 일부 훼손시켜 바른 자세로 앉을 수 없게 만든 의자(실험 1), 소파(실험 3)에 앉거나, 외발로 서 있을 것(실험 2)을 지시받았다. 통제 조건의 참여자들은 정상적인 의자(실험 1), 소파(실험 3)에 앉거나 두 발로 서 있을 것(실험 2)을 지시받았다. 

 

이후 모든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현재 연인 관계에 대한 만족, 지각된 현재 연인 관계의 안정성 등에 대한 문항들에 설문지 형식으로 답변하는 것으로 실험을 마쳤다. 그리고 실험의 결과는 연구자들의 가설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외발로 서 있거나, 자세가 불편한 의자에 앉아있는 등 신체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처한 참여자들은 통제 조건의 참여자들에 비해 현재의 연인 관계를 덜 안정적으로 인식하였다. 상대 연인에 대한 만족감 또한 통제 조건에 비해 더 낮았고, 연인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빈도도 더 높았다.

 

따뜻한 음료가 ‘따뜻한’ 인상을 만들어내듯, 우리의 감각이 얼마나 안정적이냐 하는 것은 곧 우리의 관계가 얼마나 안정적이냐 하는 인식으로 연결된다. 이렇게 본다면 연인 관계를 표현하는 말 가운데 ‘단단하다’, ‘부실하다’, ‘견고하다’, ‘안정적이다’ 등의 은유가 곧잘 쓰인다는 사실이 단지 우연만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앞으로 연인과의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면 무너진 자세로 있지 말고, 외발로 서 있지 말라’라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감이 없지 않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이다. 

 

연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은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식으로도 극적인 변화를 맞을 수 있다. 그러므로 예측이나 통제가 불가능한 변수들 속에서도 지금까지 당신이 무사히 연인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면, 그것은 축복이다. 당신이 연인과의 관계를 조금 더 소중히 여겨야 하는 이유다.

 

- 참고 문헌

1. Forest, A. L., Kille, D. R., Wood, J. V., & Stehouwer, L. R. (2015). Turbulent Times, Rocky Relationships Relational Consequences of Experiencing Physical Instability. Psychological Science, 26(8), 1261-1271.
2. Rusbult, C. E. (1980). Commitment and satisfaction in romantic associations: A test of the investment model.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16(2), 172-186.
3. Williams, L. E., & Bargh, J. A. (2008). Experiencing physical warmth promotes interpersonal warmth. Science, 332(5901), 606-607.

 

<외부 기고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허용회 심리학 강사(yonghheo@gmail.com)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대학원 졸업

원문 출처 : https://brunch.co.kr/@yonghheo/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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