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발견과 도전의 주체, "혼자가 아니야"
과학적 발견과 도전의 주체, "혼자가 아니야"
  • 강지희
  • 승인 2017.11.06 10:37
  • 조회수 9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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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roupon.com

인류 역사를 톺아보면 '과학자'라는 인물 대부분은 '남성'으로 치환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유독 과학계가 그랬다기 보다는 어느 사회에서든 남성의 업적이 중점적으로 기록됐고, 정치적·경제적 권력도 남성이 틀어쥐는 역사가 반복됐는데요.

 

그럼에도 위대한 과학적 진척을 일궈낸 여성 과학자들이 존재했습니다. 여성이 소외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펼친 사람들도 있었고요. <이웃집과학자>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콘텐츠도 제작한 바 있습니다.

 

 

여성 과학자 3인방, '차별•편견' 극복했다

잘 나가던 女프로그래머 '차별 편집'에 사라져

'콧수염' 난 여성과학자!?

 

저희 외부 필진 중에 이번에 남성 과학자의 배우자를 조명한 콘텐츠를 송고했는데요. '남성 과학자의 내조 잘한 아내'를 소개했다는 식으로 비칠 공산이 있겠다 싶어서 미리 주지해드리고자 합니다. 

 

전혀 여성을 과학자의 아내에 국한하는 이미지로 삼으려는 의도가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며 당대 남자 과학자와 결혼한 아내들 중에 '이 분들은 함께 알아보자'는 차원으로 짚어보자 합니다.

-편집자 주-

 

 

라부아지에 부인

 

앙투안 라부아지에. 출처 : Encyclopedia Britannica

앙투안 라부아지에는 산소 대신 유행하던 가상의 물질 ‘플로지스톤’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주장하고, 산소를 발견해 화학혁명에 이바지한 프랑스의 과학자입니다. 라부아지에의 옆에는 15살 연하의 부인 마리안느 라부아지에가 있었다고 합니다.

 

다비드의 그림. 라부아지에와 그의 부인 출처 : Wikipedia

홍성욱의 책 <그림으로 보는 과학의 숨은 역사>는 라부아지에 부인이 남편의 실험에 어떻게 참여했는지 나옵니다. 라부아지에 부인은 남편의 동료들에게서 과학을 배웠고, 영어를 잘한 덕분에 영국의 과학자 리처드 커원의 <플로지스톤과 산의 구성>이란 책을 번역해 플로지스톤 이론을 프랑스에 소개했다고 합니다.

 

라부아지에 부인이 그린 그림. 출처 : Kim Rendfeld

한문정의 책 <과학 선생님 프랑스 가다>에 따르면, 라부아지에 부인은 남편의 연구와 공무 수행에 직접 참여했다고 합니다. 라부아지에의 책에 실을 실험 장면의 삽화를 직접 그리고 그의 연구 내용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까지 맡았다고 합니다.

 

매릴린 옐롬의 책 <아내>에서 저술된 라부아지에의 친구 장 프랑수아 뒤시스가 쓴 시를 볼까요?

 

아내이자 사촌인 당신

당신에게 복종하는 라부아지에에게

사랑과 기쁨을 선사하는 그대

그대는 뮤즈와 비서

 

두 가지 일을 해내는구려.

 

책 <그림으로 보는 과학의 숨은 역사>에 따르면 라부아지에 부인은 라부아지에가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사형을 당한 이후 남편의 작업을 정리해서 <화학 논고>를 출판했다고 합니다.

 

 

수학 천재였던 아인슈타인의 아내, 밀레바 마르치

 

상대성이론을 표현한 그림. 출처: space.com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 등을 발표하면서 과학에 큰 이바지를 한 물리학자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두 명의 부인을 뒀는데요. 아인슈타인의 첫 번째 부인 밀레바 마리치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발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밀레바 마리치 출처: Wikipedia

이종호의 책 <천재를 이긴 천재들>을 보면 마리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수학과 과학에 탁월한 재능을 보인 천재 과학자였다고 하는데요. 마리치는 아인슈타인과 결혼한 이후 아인슈타인의 연구에 참여합니다.

 

아인슈타인과 마리치 부부. 출처: Tesla Memorial Society

아인슈타인은 대학 시절부터 마리치와 함께 최첨단 물리학을 연구했다고 하는데요. 수학에 능통한 마리치는 상대성 이론의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어준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학자들 중 일부는 1905년에 발표한 세 가지 이론(상대성이론, 광전효과, 브라운 운동)의 진짜 주인공은 아인슈타인이 아니라 밀레바 마리치라고 주장한다고 하는군요.

 

이 같은 내용은 아인슈타인과 마리치 사이에서 주고받은 편지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움직이는 물체의 전자기학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마리치에게 편지를 쓸 때, 상대성 운동에 관해 ‘우리의 이론’ 또는 ‘우리의 연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사벨 고댕

 

남편을 찾기 위해 험난한 아마존을 탐험한 아내도 있었습니다. 바로 장 고댕의 아내, 이사벨 고댕입니다.

 

이사벨 고댕의 초상화 출처: Alchetron

로버트 휘터커의 책 <이사벨 고댕, 지도 제작자의 아내>에 장 고댕과 이사벨 고댕의 소개가 나와 있습니다. 장 고댕은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가 적도에 파견한 원정대의 과학자이자 지도 제작자입니다. 장 고댕은 원정대 사람들과 페루를 탐험하는 도중에 페루에 있는 키토 시에 사는 이사벨을 만났고, 1741년에 결혼식을 치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함께하는 결혼 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니콜라 비트코프스키의 책 <딴짓의 재발견 - 두 번째 이야기>에 따르면 1743년 장 고댕은 원정대원 중 한 명인 라 콩다민과 함께 아마존 하류로 다시 탐험을 떠났다고 합니다.

 

댕 부부를 갈라놓은 아마존 강?! 출처: The Inquisitr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장 고댕은 6개월 후 아마존 하구 근처 카옌에 도착한 후 아마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데 필요한 여권을 취득하려고 대신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와 에스파냐는 포르투갈과 외교적인 갈등을 두고 있는 상태라 고댕의 요청을 무시했습니다. 고댕은 어떻게든 아내를 만나려고 배를 타고 아마존 강을 거슬러 올라가려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무심한 세월 약 15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홀로 남아있던 아내 이사벨은 남편에 대한 소식을 듣고 진위 여부를 세심히 확인한 뒤 가산을 처분하여 모든 가족과 함께 남편을 만나러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사벨 일행은 지도도 나침반도 없이 안데스 산맥의 정글을 파고 들어가 아마존 강에 도착했습니다.

 

이사벨 고댕과 장 고댕의 기념상. 출처 : Saint Amand Montrond

하지만 탐험은 험난했습니다. 게다가 이사벨 일행은 안데스의 가파른 협곡과 급류, 살인적인 정글 모기와 독거미, 그리고 식인종에게 시달렸습니다. 마지막에는 이사벨 혼자만 살아남아 구출되었고 아마존 부족들의 도움을 받아 남편과 재회했다고 합니다. 이는 남편과 헤어진 지 약 20년 만에 이뤄진 일이라고 합니다.

 

<외부 기고 글은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웃집 필진 강지희 (jihee04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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