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들레헴 별'은 신성이었을까?
'베들레헴 별'은 신성이었을까?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7.12.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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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달력은 AD(서기) 1년부터 시작하고, AD 1년의 전 해는 BC(기원전) 1년이다. 즉 0년이 없다. 이 달력은 AD 525년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Dionysius Exiguus)가 예수의 탄생일을 기초로 정립한 것이다. 예수의 탄생 시점을 계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로마 황제들의 재위기간을 셈하는 방법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그는 두 가지의 실수를 했다. 하나는 달력에 0년을 포함하지 않아 BC 1년에서 바로 AD 1년으로 넘어가게 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우구스투스(Augustus) 황제가 옥타비아누스(Octavian)라는 이름으로 황제의 자리에 있던 기간 중 4년을 빼먹은 것이다. 결국 디오니시우스는 이 두 가지 실수로 예수의 탄생일을 계산하는 데 있어 5년을 틀리게 계산했다. 때문에 예수의 탄생일을 찾고자할 때는 이 정도의 시차를 감안해야 한다.

 

아기 예수의 탄생은 하늘에서 그 징조를 보인 상서로운 일이었다. 소위 ‘베들레헴의 별’이다. 동방박사들은 이 별을 보고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아기를 경배하고자 900km가 넘는 먼 길을 왔다.

 

동방박사들은 별을 아주 잘 아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다섯 행성들의 하늘에서의 움직임을 정말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혜성을 자주 보았거나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 수백 년마다 일어나는 현상이긴 하지만 행성들의 합(合)과 달에 의한 행성의 엄폐, 유성과 유성우, 신성, 초신성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 어느 하나가 왕의 탄생을 알려주지는 못했다.

 

사진1. 아기예수의 탄생은 하늘에서 그 징조를 보인 상서로운 일이었다. 출처: Shutterstock

삼중합 이론의 헛점

 

먼 길을 걸어 온 동방박사들은 정작 이스라엘의 어디로 가야하는지는 몰랐다. 따라서 당시 이스라엘의 왕인 헤롯에게로 가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자신들이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물었다. 헤롯왕은 부랴부랴 예루살렘의 모든 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을 모아 그들의 의견과 해석을 구했다. 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이 숙고해서 얻은 결론을 듣고 나서야 헤롯은 박사들을 두 번째로 불러 별에 대해서, 그것이 언제 나타났는지에 대해 더욱 자세한 내용을 묻는다.

 

이 상황을 보건대 그 별은 초신성처럼 엄청나게 밝아 모든 사람이 주목했을만한 별은 아니었을 것이다. 또한 박사들이 예루살렘으로부터 남쪽으로 10km 쯤 거리의 베들레헴을 향해 가는 길에는 동방에서 보던 별이 그들의 앞 남쪽에 있었다.

 

그렇다면 동방박사들을 이끈 베들레헴의 별은 과연 어떤 별이었을까? 이에 대한 가장 유명한 이론이 1825년 독일의 이델러(Christian L. Ideler)에 의해 주창된 행성의 삼중합 이론이다. 보통 케플러(Johannes Kepler)가 창시했다고 알려져 있다.

 

둘 이상의 행성이 하늘에서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에 한 줄로 늘어서서 마치 하나로 보이거나 또는 아주 가까이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현상을 합(合)이라고 한다. 특히 두 행성이 하늘에서 한 번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얼마 후 다시 또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고, 세 번째 가까워졌다가 이번에는 아주 멀어지는 특이한 경우를 ‘삼중합’이라고 한다.

 

케플러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BC 7년의 목성-토성 삼중합에 주목하고 이것을 베들레헴의 별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사실 BC 1000년에서 AD 1년 사이에 목성과 토성의 삼중합은 일곱 번 일어났다. 특히 BC 7년보다 바로 전의 삼중합이었던 BC 146∼145년의 삼중합이 훨씬 장관이었다. BC 7년의 삼중합은 특별히 멋있거나 독특한 의미를 가진 사건은 아니었고 그저 여러 사건 중 하나였을 뿐이다. 

 

다만 예수께서 태어났으리라고 여겨지는 때 근처의 사건이어서 주목을 받았을 뿐이다. 삼중합을 베들레헴의 별이라고 한다면 동방박사들은 대를 이어 1000년 동안 일곱 번이나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예루살렘을 방문했어야 한다.

 

사진2. 동방박사들이 900km가 넘는 여정을 떠나게 만든 결정적인 현상은 BC 5년 2월 또는 3월 초에 나타난 신성(新星)으로 추정된다. 출처: Shutterstock

왕의 탄생 알리는 4개의 특이 현상

 

이에 스페인 까나리아 천체물리연구소의 마크 키저(Mark Kidger) 박사는 동방박사들이 별과 밤하늘을 아주 잘 안다는 가정 하에 새로운 제안을 한다. 즉 여러 가지 특이 현상의 조합이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다면,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1천년이나 2천년 또는 수 천년 안에 반복해서 일어나기 어려운 사건이라면 충분히 왕의 탄생을 알려주는 하늘의 징조로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키저 박사는 BC 7년∼4년 사이에 일어난 네 현상에 주목한다. 첫째로 BC 7년 5월과 12월 사이에 물고기자리에서 일어난 목성과 토성의 삼중합 사건이 먼저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BC 6년 2월에 물고기자리에서 화성, 목성, 토성이 가까이에 결집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세 번째로 BC 6년 초에 달이 목성을 가리는 엄폐가 물고기자리에서 두 번 일어났다. 위의 세 현상이 모두 물고기자리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은 천문학자이자 점성술사이기도 했을 동방박사들로 하여금 유대에 뭔가 일이 일어나고 있으리라는 짐작을 하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로 드디어 왕의 탄생을 알리는 새로운 별, 신성(新星)이 BC 5년 2월 또는 3월 초에 나타났다.

 

이 신성의 기록은 중국의 전한서(前漢書)와 우리나라 삼국사기(三國史記)에도 기록으로 남아 있다. 서양에 드문 고대 천체 관측기록이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그리고 바빌로니아에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바빌론 쪽은 언어의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연구가 잘 되지 못하는 반면 한자로 된 고대 한중일의 기록은 현대 천문학의 연구에서 빈 구멍 하나를 메워주는 아주 유익한 도구가 되고 있다.

 

어찌 되었든 희귀한 네 현상의 조합은 유대인의 왕이 될 새로운 아기의 탄생을 명확히 동방박사에게 알려 줄 수 있었다. 이 마지막 동쪽의 신성을 보고서야 이들은 900km가 넘는 여정을 떠날 준비를 시작했을 것이다.

 

글: 김상철 한국천문연구원 은하진화그룹 박사 /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KISTI의 과학향기> 제30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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