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크기 공 '자기조립'해 만든 수소 센서?!
나노 크기 공 '자기조립'해 만든 수소 센서?!
  • 김진솔
  • 승인 2018.04.06 10:09
  • 조회수 47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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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조립이 뭔가요?

 

자기조립이라니, 어떤 분들은 좀 생소하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뭔가 자기들끼리 알아서 구조를 만든다는 것 같긴 합니다. 자기조립 개념을 설명드리기 위해 참고할 만한 영상을 하나 준비했는데요. 좌우로 발을 '슉슉' 움직이면 신발끈이 저절로 묶이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손 안 대고 신발끈 묶는 마술 같습니다. 자기조립이라는 말과 제법 어울리는 영상이기도 한데요. 트릭이 숨어 있다고 하는데, 자세한 방법은 소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노미터 단위 공을 쉐킷쉐킷 흔들면?

 

최근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박인규 교수와 정연식 교수의 공동연구팀은 신기한 그물 모양 수소검출기를 만들었습니다. 이 나노미터 그물을 만들 때 '자기조립'을 이용했다고 해요. 나노 공을 눈에 보이는 크기로 생각해볼까요? 비비탄 총알을 생각하면 되겠네요. 공 모양 총알을 쟁반에 부어놓고 판을 흔들어 보세요. 제 멋대로 무질서하게 돌아다닐 겁니다.

 

이제 앞서 보여드린 신발끈처럼 트릭을 써볼까요? 표면에 끈적한 본드가 발린 비비탄 총알을 쓰는 거에요. 이 녀석들을 붓고 판을 흔든다고 생각하면 표면끼리 달라붙어 결국에는 한 덩어리로 붙겠지요? 한 가지 전제는 이 총알이 쟁반에는 달라붙지 않는다는 점일 겁니다.

 

넘나 예쁘게 붙은 비비탄 총알.
비비탄 총알이 이렇게 달라붙지 않을까 싶어요.

공을 잡고 손으로 일일이 붙여주지 않아도 슉슉슉 흔들면 짠! 이런 걸 자기들끼리 조립한다고 해서 '자기조립'이라고 합니다. 그럼 나노미터 크기의 공에도 본드를 바르냐고요? 본드는 아니지만 서로 끌어당기는 인력이 있는 분자로 표면을 코팅해요. +, -전하를 표면에 붙이는 방법이 대표적입니다. 처리한 공을 섞고 젓거나 열을 가하는 등 분자가 움직이도록 만들면 나노 크기의 공끼리 일정하게 붙어버린 덩어리를 얻을 수 있어요. 물론 얇은 판으로도 만들 수 있지요.

 

자기조립 수소 검출기 만들어

 

이번에 연구진은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해 고성능 수소 센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자기조립한 공으로 틀을 만들고, 구멍이 '뿅뿅' 뚫린 실리콘 그물을 만든 뒤, 그 위에 팔라듐(Pd)을 처리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결과는 <small> 표지에 소개됐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드릴게요. 복잡하게 느껴지는 분들은 저 공이 미술에 쓰이는 '스텐실 도안'처럼 쓰였다고 생각하고 넘기시면 됩니다.

 

차례로 1 - 2 - 3 !
차례로 1 - 2 - 3 ! 출처: small

1. 바탕이 될 판 위에 폴리스티렌(플라스틱의 일종입니다. 포장해서 파는 편의점 커피를 보니 재활용 세모 안에 PS라고 적혀있군요. 이런 게 폴리스티렌입니다)으로 만든 약 500nm크기의 공을 자기조립으로 깔아놓습니다.

 

2. 산소 이온(O2 plasma)을 이용하면 표면을 깎을 수 있어요. 그러면 공 사이사이에 공간이 생깁니다.

 

3. 그 사이로 실리콘을 넣고 폴리스티렌 공을 없애면? 짠! 구멍 '뽕뽕' 그물이 만들어집니다.

 

눈으로 볼수는 없어서 이 모든 사진은 전자현미경으로 얻었습니다. 아직은 수소와 반응할 수 있는 것들이 없어요. 그래서 이 위에 수소가 반응할 팔라듐을 깔아줍니다. 이렇게 만든 나노 그물 표면에 수소가 닿으면 어떻게 될까요? 팔라듐과 상호작용하며 전기적 성질이 달라져요. 이 신호를 받으면 수소의 유출 여부를 알 수 있어요.

 

나노그물을 쓰리디로 그린 그림입니다. 크... 멋있다! 출처: Small 표지
나노 그물을 3D로 그린 그림입니다. 크... 멋있다! 출처: Small

<Small>지의 표지인데요. 은색 그물이 실리콘, 그 위에 있는 하늘색 구슬이 팔라듐, 그리고 다가오고 있는 분홍색 분자가 수소(H2)입니다. 그럼 만들어진 센서는 어떻게 생겼냐고요? 다음과 같이 생겼습니다!

 

센서를 확대하고 또 확대한 겁니다. 출처: Small

나노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센서는 잘 잡히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데 성능이 괜찮다네요. 이 센서는 휴대용 기기로 만들 수 있고, 여러 가지 기기에 붙여 응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소가 우리의 청정에너지로 쓰일 날, 큰 활약을 하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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