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준명 DGIST 교수와 이유리 IBS 식물 노화 · 수명 연구단 연구위원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식물의 꽃잎이 떨어지는 원리를 밝혔습니다. 식물이 발달과 노화의 과정 중에 리그닌(Lignin)이라는 물질이 핵심인데요.
참고로 리그닌은 식물의 목질부를 구성하는 고분자 화합물로, 식물 세포벽에 기계적 강도를 부여하고, 셀룰로오스 다음으로 많은 목재 중량을 차지하는 물질입니다.
IBS · DGIST 연구진은 낙엽, 낙과 등 식물 기관이 식물 본체에서 분리되는 현상인 탈리현상에 주목했습니다. 탈리가 일어나는 경계에 이웃하는 두 세포 중 이탈세포에서만 리그닌이 형성돼 꽃잎을 식물의 본체로부터 정확한 위치에서 떨어지게 하는 울타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기존의 연구에서는 리그닌이 잔존세포에서 식물 본체를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기존의 학설을 반증한 거죠.
리그닌은 세포를 분리하는 세포벽 분해효소가 꽃잎이 떨어지는 경계선 위치에만 밀집하도록 하고 주변 세포들로 퍼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나아가 리그닌이 육각형의 벌집구조를 형성해 기능을 발휘하는데 최적의 구조를 가지고 있음도 발견했습니다.
리그닌의 울타리 역할 덕분에 식물은 탈리가 일어나야 할 정확한 위치에서 잎을 분리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꽃잎이 떨어진 단면에 큐티클막이 형성되면서 외부 세균의 침입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생존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에서 새롭게 발견한 리그닌의 역할과 탈리 메커니즘을 응용해 탈리현상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화합물을 찾는 후속 연구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를 통해 낙과로 잃어버리는 식량 작물의 손실을 줄이거나 잎의 탈리를 조절해 수확량을 늘리는 등의 식량 생산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곽준명 교수는 "리그닌이 이탈세포에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조직을 정확히 이탈시켜 식물의 생존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과 탈리 경계의 두 이웃세포의 협업 메커니즘을 밝힌 것이 이번 연구의 성과"라고 말하며, "작물의 꽃과 종자, 과일이 떨어지는 것을 조절해 수확량을 늘리면 식량 생산 증대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Cell>지의 온라인 판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