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어떻게 측정? '자주달개비'로 가능
라돈 어떻게 측정? '자주달개비'로 가능
  • 남두호
  • 승인 2018.05.28 13:13
  • 조회수 1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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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이어 최근 1급 발암물질인 라돈 공포까지 더해져 대기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폐암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인 라돈은 우리가 사는 집 주변에서 쉽게 노출되는 방사선 물질이다. 공기보다 9배 정도 무거워 지표 가까이 존재하는데, 건물의 미세한 균열이나 지하실 바닥 등을 통해 유입된다.

 

특히 라돈은 색이나 냄새, 맛이 없어 육안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을 쓰면 주변에서 라돈의 존재 여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바로 지표식물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지표식물이란?

 

지표식물이란 특정한 환경 속에서 식물의 생존상태를 통해 환경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종을 가리킨다. 예컨데, 노랑코스모스 잎에 담배연기를 내뿜으면 적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노랑코스모스 꽃잎에는 노랑색을 나타내는 플라본(Flavone)이라는 색소가 존재 하는데, 그 색소가 강알칼리성인 담배연기를 만나면 붉은색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랑코스모스 꽃잎의 색을 통해 주변 담배연기의 유무를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지표식물은 특정 대기질로 인해 식물이 변질되는 상태를 보고 오염 물질의 존재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방사선 감지식물 "자주달개비"

 

그렇다면 라돈의 지표식물에는 무엇이 있을까? 집 안의 라돈 존재 여부는 방사선의 지표식물인 '자주달개비'(품종 : Tradescantia BML4430)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자주달개비는 보통 자주색을 띄지만 주기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됐을 경우 꽃잎이 분홍색이나 무색으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주달개비의 우성형질은 자주색인데, 방사선 노출 시 자주색인 우성형질이 손상된다. 이때 분홍색을 발현하는 열성형질이 표현형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만약 방사선에 의해 우성 및 열성형질 모두가 손상될 경우 꽃잎이 무색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방사선 감지식물 '자주달개비'. 출처:pixabay
방사선 감지식물 '자주달개비'. 출처: pixabay

원전 주변에서는 이러한 원리를 통해 방사선의 유무 및 강도를 역추산하는 조사가 이뤄지기도 한다. 지난 1996년에는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전국의 10여개 환경단체가 '방사선 오염감시망' 운동의 일환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전남 영광과 경북·울진·월성, 경남 고리지역에 '자주달개비 꽃 보내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밖에도 대기질을 판단할 수 있는 식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나팔꽃의 색이 선명하다면? "대기 청정지역"
 

대기오염의 위험도를 예고해주는 대표적인 지표식물은 '나팔꽃'이다. 나팔꽃은 아황산가스(SO₂)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아황산가스란 화석연료 사용에 의해 방출되는 물질로, 대기오염물질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기오염의 전반적인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식물로 나팔꽃이 사용되는 이유다.

 

아황산가스의 지표 식물 '나팔꽃'. 출처:pixabay
아황산가스의 지표 식물 '나팔꽃'. 출처: pixabay

대기 중 아황산가스가 이 식물에 흡수되면 유기산 분해로 인해 생성된 알데히드와 작용하여 히드록시 슬폰산(Hydroxy sulfonic acid)을 형성한다. 히드록시 슬폰산은 나팔꽃의 엽록소를 공격해 잎에 하얀 반점이 나타나는 백화현상을 일으킨다. 일부는 황산(H₂SO₄)으로 변하여 세포를 파괴하고 잎을 고사시킨다.

 

따라서 나팔꽃의 잎이 선명한 지역은 대기오염이 심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잎에 하얀색 반점이 나타나거나 또는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대기질이 오염된 지역이라고 유추해볼 수가 있다. 토마토, 콩, 메밀, 지의류(이끼)등의 식물도 아황산가스에 민감한 종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은행나무, 철쭉, 백화나무 등은 아황산가스에 내연성이 강한 식물들이다. 따라서 이들 식물군은 아황산가스가 주로 배출되는 도심 차로변에 주로 식재된다.

 

반도체 산업단지에 "소나무"를 심자

 

반도체 산업단지 인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소나무를 눈여겨 보는 것이 좋다. 소나무는 불화수소(HF)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잎의  잎의 선단(끝부분)이나 엽록부를 상아색이나 갈색으로 고사시키는 등의 피해가 나타난다.

 

불화수소의 지표식물 '소나무'. 출처:pixabay
불화수소의 지표식물 '소나무'. 출처: pixabay

반도체 공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바로 이 불화수소(HF)이다. 특히 불화수소는 공기 중 수분이나 물과 반응하면 유독성 물질인 불산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불화수소의 누출 시 위급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소나무의 잎 선단이 갈색으로 변해 있다면 불화수소의 농도가 과다한 수준으로 축적되어 있음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잘 알려진 불화수소 지표식물로는 글러디올러스나 옥수수 등이 있다.

 

지표식물의 의의

 

이처럼 지표식물은 고가의 측정기기 없이도 오염 측정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누구나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식물들의 변질만 보고도 대기오염물질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이다. 반대로 측정기기와는 달리 즉각적인 측정에는 한계가 있으며, 목표로 하는 오염물질 외의 원인에 의한 간섭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지표식물은 대기오염의 지표로 유용한 자원임에는 틀림이 없다. 나날이 대기오염이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어떤 식물이 어떤 공해에 해로운지 등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아닐까.

 

<외부 필진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원 남두호(nam2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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