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세포 안에는 DNA가 있습니다. 핵 안에 있는 DNA는 엄마와, 아빠에게서 반반씩 받는다고 알고 계실텐데요. 엄마로부터만 전달되는 DNA도 있습니다. 바로 핵이 아닌 '미토콘드리아' 안에 있는 DNA에요.
그림 중앙에 있는 것이 핵입니다. 바깥쪽 연한 주황색으로 그려진 땅콩 같은 소기관이 미토콘드리아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독자적인 원형 DNA를 가지고 있어요.
미토콘드리아가 모계유전인 이유는 정자와 난자의 구조 때문인데요. 유전자 외에는 이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관만 달고있는 정자와는 달리, 난자는 푸짐한 세포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질 안에 있는 기관이죠. 그 때문에 100% 엄마의 세포질로부터 유전이 됩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서 사용가능한 에너지인 ATP를 생산하는 일을 담당해요.
핵 DNA처럼 미토콘드리아 DNA에도 이상이 있는 경우 질병이 발생합니다. 서울 아산병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성 뇌근육병증, 레버 시신경 위축증, 아급성 괴사성 뇌척수염(리증후군, Leigh syndrome)등의 병이 미토콘드리아의 이상에 의해 발생해 유전됩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미토콘드리아 대체요법(mitochondrial replacement therapy, MRT)이 싱가포르에서 합법화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이 방법이 유명하고, 논란이 되는 이유는 생물학적 '부모가 셋'인 아이가 태어나기 때문이에요.
미토콘드리아 대체요법
미토콘드리아 대체요법은 뭘까요? 간단히 말하면 '남의 난자 세포질'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질에 있으니 기증자 난자에서 핵을 제거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아기가 될 핵을 넣는 건데요. 그 결과 세포 안의 DNA를 총 3명에게서 받게 되기 때문에 생물학적 부모가 세명이 됩니다.
미토콘드리아 대체요법이 치료법으로 승인된 나라인 영국에서는 현재 두 가지 방법이 허가됐습니다. 그리고 이번 싱가포르 논의에는 한 가지가 추가됐죠. 모두 기증받은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세포질만 남긴 뒤 다른 핵을 넣는 방법입니다. 첫번째는 예비 엄마의 난자핵을 기증받은 난자 세포질에 넣은 뒤 수정시키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는 예비 엄마와 아빠의 난자와 정자를 수정한 뒤 수정란의 핵을 기증받은 난자에 넣는 방법이에요.
이번에 새로 논의하고 있는 세 번째 방법은 '극체'를 이용하는 방법(polar body transfer, PBT)인데요. 생식세포는 정모세포나 난모세포가 감수분열과정에서 두 번 갈라지며 총 4개가 돼요.
같은 모양의 정자가 4개 생기는 정자와는 달리, 난자는 난모세포에서 분열할 때 한 쪽으로 세포질을 몰아줍니다. 그러면서 생기는 나머지 3개의 작은 세포들을 극체(polar bodies)라고 하는데요. 극체는 난자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나 세포질이 거의 없어 미토콘드리아도 거의 없죠. 따라서 미토콘드리아 대체 요법을 간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영국의 미토콘드리아 대체요법을 주도했던 의학 연구 협의회(Medical Research Council)의 Harwell Institute 소속 앤디 그린 필드(Andy Greenfield)의 말에 따르면 이 방법을 영국에서 채택하지 않은 "타이밍의 문제"라고 하는데요. 영국에서 논의하던 시점에는 "극체의 사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너무 늦어서 법으로 원활하게 도입 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했다네요.
미토콘드리아 대체요법을 공식적으로 승인한 나라는 아직 영국뿐입니다. 그리고 아직 관련 법률이 제정되지 않은 몇몇 국가들에서 시행된 바 있는데요. 예를 들면 2016년 멕시코에서는 아급성 괴사성 뇌척수염(리증후군, Leigh syndrome)을 치료하기 위해 미토콘드리아 대체요법을 받은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2017년에는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 성공적인 출생이 있었고요. 영국에서는 올해 두 명의 아이가 출생 예정이라고 합니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국가들에서는 법률로 금지되어있어요.
지금도 싱가포르에서 미토콘드리아 대체요법이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연구 목적으로는 가능한데요. 다만 '치료법'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관련법안을 바꿔야 한다고 해요. 다가오는 6월 15일까지 싱가포르 공공 및 종교단체 회원들은 생명윤리 자문위원회에 미토콘드리아 대체요법에 대한 피드백을 낼 예정이고, 연구 결과를 토대로 13명의 심사위원회가 올해 말 합법여부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결과가 어떻게 될지 주목해볼만 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