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로 불렸던 뇌전증이나 파킨슨병 등 여러 질병은 뇌의 신호전달에 이상이 생겼을 때 나타납니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약물치료로 간질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은 발작을 유발하는 뇌 영역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미국 칼텍의 연구진이 수술 없이 뇌 신호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습니다. ‘초음파', ‘유전자 치료’, 그리고 ‘합성 약물’이 생쥐의 기억형성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밝힌 건데요. 연구진은 이 기술을 ATAC(acoustically targeted chemogenetics)라고 명명했습니다.
뇌는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에 ‘혈뇌장벽(Blood Brain Barrier, BBB)’라는 장벽에 의해 외부와 차단돼 있습니다. 혈액이나 해로운 물질이 함부로 뇌에 들어가지 못하죠. 안전 장치인 혈뇌장벽 때문에 대부분의 약물 또한 뇌로 전해지지 않습니다.
칼텍 연구진은 혈액 내 ‘작은 공기방울’을 만들고, 초음파로 공기방울을 때리는 방법을 이용해서 혈뇌장벽을 일시적으로 여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열린 혈뇌장벽으로는 유전자 요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유전정보를 바꿀 수 있는 바이러스를 혈액에 넣어 뇌 안으로 보내면, 변형하고자 하는 세포에 화학 물질 수용체를 발현하라는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이 상태에서 특정 약물을 투여하면, 이 전 단계에서 유전적 정보가 변형된 뇌 세포들만 반응해서 뉴런을 끄거나 켤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이용해서 쥐가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걸 막는데 성공했다고 해요. 연구진은 앞으로 뉴런이 켜지거나 꺼질 때의 타이밍이나, 특정 뇌 영역과 세포 유형을 수술 없이 제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합니다.
‘가역적', 즉 되돌릴 수 있다는 점도 이 연구의 의의로 볼 수 있는데요. 뇌전증 환자 뇌수술의 경우 한 번 잘라낸 뇌 부위를 다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 ATAC를 이용한 경우, 시간이 지나면 뉴런이 다시 활성화됩니다. 따라서 약물 투여를 통해 뇌 영역을 얼마나 완전히 차단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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