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년 걸리는 화석 "하루 만에 만들어"
수백만년 걸리는 화석 "하루 만에 만들어"
  • 함예솔
  • 승인 2018.08.07 11:20
  • 조회수 5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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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 사진. 출처: Saita et al, Palaeontology
화석 사진. 출처: Saita et al, Palaeontology

위 사진 A~L 중에서 진짜 화석은 몇 개일까요? 딱 2개입니다. 바로 K와 L에 해당하는 화석인데요. K는 신생대의 에오세 시기에 만들어진 도마뱀 화석이고 L은 백악기에 형성된 깃털 화석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실험실에서 만든 가짜화석입니다. 진짜와 가짜를 확연하게 구분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최대 수백만년 걸리는 화석, 하루만에?!

 

 

자연에서 화석이 만들어질 때 가장 중요한 '화석화' 재료는 '시간'입니다. 수천년에서 수백만년가량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미국 시카고의 Field 자연사박물관 소속 고생물학자 Evan Saitta 등이 <Palaeontology>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이 긴 시간 동안 이뤄지는 화석화 과정을 단 하루만에 해냈다고 합니다.


화석화 과정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여러 각도에서 이뤄져 왔습니다. 보통 이 분야 연구를 인공성숙(artificial maturation)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과정은 높은 열과 압력을 가하는 방법입니다. 참고로 우리가 인공 다이아몬드를 만들 때에도 같은 방법을 사용합니다. 화석을 만들기 위해 높은 열과 압력을 가하는 이유는 수백만년 동안 퇴적물 아래 묻힌 유기물이 받게 되는 힘의 과정을 재현하기 위해서입니다. 퇴적물에 갇힌 유기물은 지구 내부의 지열로 인해 천천히 가열됩니다. 그 과정에서 탄소자국을 남겨 화석으로 발견되는 겁니다.

 

그러나 높은 열과 압력만을 가하는 기존의 방식은 온전한 화석을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고생물학자 Evan Saitta는 깃털을 이용해 위 과정을 시도했지만 그가 얻은 것은 화석이 아니라 냄새나는 유기물 찌꺼기였습니다.

 

화석화 과정, '퇴적물'에 열쇠가

 

Evan Saitta는 화석화 과정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높은 열과 압력뿐 만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화석을 만드는 과정에서 '퇴적물'에 주목했는데요. 퇴적물은 자연적으로 화석이 형성될 때 화석이 생기는 자리입니다. 투과성이 높은 퇴적물은 화석화 과정에서 냄새나는 액체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 화석이 퇴적물에 남길 수 있는 건조한 환경을 조성합니다.

 

이에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인공 화석 만들기에 돌입합니다.

 

1. 도마뱀, 새 깃털, 나뭇잎과 송진으로부터 샘플 채취

2. 수압기 사용해 직경 19mm(0.75 인치)의 작은 침전물로 단단히 압축

3. 침전물을 밀봉 금속 튜브에 넣고 약 240bar(3,500 psi)의 압력을 유지해 실험 오븐에서 약 483캘빈(210 ℃ 또는 410 ℉)의 온도로 가열

 

 

실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화석이 매우 잘 보존됐기 때문입니다. Saitta는 "그것들은 진짜 화석처럼 보였다"며 "피부와 비늘의 짙은 피막이 남겨져 있었고 뼈는 갈색으로 변했다"고 말했습니다. 

 

화석 사진. 출처: Saita et al, Palaeontology
화석 사진. 출처: Saita et al, Palaeontology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사진을 잘 봐주세요. K와 L이 진짜 화석이고 나머지는 인위적으로 제조한 화석입니다.

 

연구팀은 가짜화석과 진짜화석을 전자 현미경으로 정밀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 화석과 마찬가지로 가짜화석에 남겨진 피부와 비닐의 피막에서는 멜라닌 소체가 발견됐습니다. 멜라닌 소체는 동물세포에서 발견되는 세포기관으로 동물의 색깔을 나타내는 멜라닌 색소를 생성하고 저장합니다. 또한 실제 화석은 단백질과 지방 조직은 포함하지 않는데, 가짜화석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퇴적물, 즉 점토(Clay)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투수성이 좋은 점토 덕분에 불안정한 생체분자가 빠져나가 화석이 만들어지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는 설명입니다.

 

피부와 깃털 같은 조직을 보존하는 탄소질 화석은 드문데요. 탄소질 화석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면 동물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면밀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Evan Saitta는 "우리의 실험 방법은 커닝 쪽지와 같다"면서 "이 방법을 사용해 어떤 종류의 생체분자가 화석화의 암력과 열을 견디는지 알아낸다면, 우리가 실제 화석에서 무엇을 찾아야 할지 정확히 알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참고자료##

 

 Palaeontology, Evan T. Saitta et al, Sediment-encased maturation: a novelmethod for simulating diagenesis inorganic fossil preserv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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