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쓰레기장, 한국에도 있다
탄소 쓰레기장, 한국에도 있다
  • 함예솔
  • 승인 2018.08.29 12:00
  • 조회수 60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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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포집기술 출처:Wikimedia Commons
탄소포집기술. 출처: Wikimedia Commons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땅에 묻는 '탄소 쓰레기장'이 존재합니다. 바로 탄소포집기술(Carbon Captured and Storage, CCS)인데요. 이 기술은 대기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땅 속에 저장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이 기술로 연간 1백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현재의 화석연료 사용을 유지하면서도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어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사실, 이 기술은 새로 개발된 기술이 아닙니다. 원래는 석유회사가 석유를 더 많이 채취하기 위한 기술이었습니다. 석유는 여러 기체화합물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지하에서 지표로 뽑아낼 때 압력이 떨어져 가스로 바뀔 수 있고, 점성도가 높아 채취하기 까다롭습니다.

 

그런데 석유에 이산화탄소를 넣으면 석유의 점성도가 떨어지고 부피가 커져 석유 채취에 효율적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넣는 기술은 이미 꽤 오랫동안 연구됐기 때문에 있던 기술을 적용시킨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CCS 어떻게 이뤄지나? 

 

이산화탄소포집기술. 출처: 해양수산부
이산화탄소포집기술 개념은 크게 3가지. 출처: 해양수산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층에 저장하는 탄소포집기술(CCS) 기술은 크게 포집, 수송, 저장의 세 단계를 거칩니다. '포집' 단계에서는 대규모 공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배기가스로부터 분리합니다. 이후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저장되는 장소로 옮기게 되는데 이 과정을 '수송'이라고 합니다.

 

수송된 이산화탄소는 최종적으로 지하 심부의 암석층에 '저장'하는데요. 저장 단계에서 중요한 건 바로 저장되는 자리의 지질학적 특성입니다. 공극, 즉 토양 입자 사이의 틈이 많으면서도 저장된 기체가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덮개암층이 존재해야 합니다.

 

지중저장하는 곳. 출처: 해양수산부
여기에 저장해요~ 출처: 해양수산부

포집되는 이산화탄소는 초임계상태로 부피가 공기 중 이산화탄소 부피의 1/277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밀도가 높아지고 부력은 작아진다고 합니다. 참고로 초임계상태란 일정한 고온과 고압의 한계를 넘어선 상태에 도달해 액체와 기체를 구분할 수 없는 시점의 유체인데요. 분자의 밀도는 액체에 가깝지만 점성도는 낮아 기체에 가까운 성질을 띤다고 합니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부력이 작아진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이 남아있기 때문에 덮개암층이 필요합니다. 공극이 많은 층이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이산화탄소를 더 확실히 포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딴 나라에서도 써

 

이 기술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일부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일리노이 Decatur 프로젝트'를 통해 일리노이 주의 육상 분지 Mt.Simon Formation에 2014년부터 4년간 약 1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했다고 합니다. 2015년부터는 연간 100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sleipner 및 snohvit 이산화탄소 저장 프로젝트. 출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노르웨이 sleipner 및 snohvit 이산화탄소 저장 프로젝트. 출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노르웨이에서는 미국과 달리 해양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는데요. 'Sleipner 프로젝트'와 'Snohvit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Sleipner 프로젝트에서는 북해 노르웨이 해역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에서 추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생산정 주변의 해저 염대수층에 바로 저장하고 있습니다.

 

1996년부터 현재까지 저장 중에 있으며 2014년까지 약 1,5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했다고 합니다. 이는 2014년 기준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량 기록으로는 최고 기록였다고 하네요. 'snohvit 프로젝트'는 육상 천연가스 정제공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노르웨이 Barrents Sea의 수심 약 300m~2,600m 깊이의 해저지층에 저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약 3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저장소 지도. 출처: 해양수산부
이산화탄소 저장소는 빗금친 곳에~ 출처: 해양수산부

우리나라에서도 이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저장소 지도'를 만들었는데요. 해양 지층의 지질구조를 분석해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후보군을 파악할 목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저장할 수 있는 지질학적 공간이 육상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해양 지중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2016년, 포항 앞바다인 영일만에서 탄소포집기술(CCS)를 이용해 10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중소규모의 실증 프로젝트가 실시됐습니다. 2017년 1월 12일부터 3월 12일까지 약 100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항분지의 영일만 심부에 있는 저장층에 주입하는데 성공했는데요. 이 성과를 바탕으로 포항분지에서는 육지와 해저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 수송체계와 저장소 운영체계 구축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2017년 11월 15일 포항시 북구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인해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프로젝트'는 일시 중단됐습니다. 당시, 포항시 북구에서 수행 중이던 지열발전 연구 사업이 지진을 유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요. 덩달아 포항 영일만에서 추진되던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연구에 대한 안정성 우려도 커졌기 때문입니다. 앞서 2012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이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는 탄소포집기술(CCS)을 통한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은 지진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요. 이밖에도 미국립연구소(NRC) 과학자들도 이와 비슷한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제기됐던 지열발전 연구와는 별도로, 최근 대한지질공학회에 실린 <포항분지 해상 중소규모 CO2 지중저장 실증연구 안전성 평가>연구에 따르면 포항에서 실시된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과 지진과의 연관성은 적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 연구팀의 지진기록을 검토해보면 포항분지에서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 연구가 시행됐던 시기에 포항 지역에 규모 1.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이산화탄소 주입 시기, 주입량, 주입 심도, 저장층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는데요. 이산화탄소 주입 실증 프로젝트가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지진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참고자료##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상훈, 이산화탄소 해양지중저장 지층 모니터링 연구 국제동향보고서
공주대학교, 권이균, 포항분지 해상 중소규모 CO2 지중저장 실증연구 안전성 평가,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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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2019-01-10 14:48:07
2017년 1월 12일부터 3월 12일까지 약 1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항분지의 영일만 심부에 있는 저장층에 주입하는데 성공이라는 문구 100만톤이 아니라 100톤 인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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