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 초' 이런 단위는 어떻게 정했을까?
'kg, 초' 이런 단위는 어떻게 정했을까?
  • 강지희
  • 승인 2018.08.31 23:30
  • 조회수 7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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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는 매우 작거나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일일이 세기 힘든 물건들을 한 다스나 한 섬, 한 묶음 등의 단위로 묶어 세곤 합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을 이루고 있는 원자나 분자 역시 마찬가지지요. 이들을 셀 때는 이라는 단위를 사용하는데,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이 단위의 기준은 탄소 12g안에 들어 있는 탄소 원자의 수였습니다.

 

라면 봉지의 단위는 묶음, 연필의 단위는 다스, 원자의 단위는? (출처: pixabay)
라면 봉지의 단위는 묶음, 연필의 단위는 다스, 원자의 단위는? 출처: pixabay

그러나 IUPAC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9520, 즉 세계 측정의 날에 몰의 기준이 정확하게 정의된 아보가드로 수를 사용한 정의로 새롭게 바뀐다고 합니다. 아보가드로 수는 1mol의 특정 입자 안에 들어 있는 입자의 수를 의미하는데, 그 값은 6.022 140 76 × 10^23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원래 몰 수 정의를 이용해서 아보가드로 수를 측정하면 측정할 때마다 그 값이 달라지는 불상사가 자주 일어났다고 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앞으로 설명할 kg의 정의가 바뀌는 바람에 몰수의 기준을 다시 정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죠.

 

따라서 독일을 주축으로 정확한 아보가드로 수의 값을 측정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몰의 정의를 다시 정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2018년 국제도량 총회는 아보가드로 수 만큼의 원자나 분자 등의 입자를 1mol로 정의하였습니다. 이 정의는 그전까지의 정의와 다르게 질량에 의존하지 않고 정확하게 정의된 상수를 사용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Peter W. Atkins 교수에 따르면 과거 정의와 달리 1mole이라는 단위의 정확한 의미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단위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사실 몰수 말고도 국제도량총회에서는 7가지의 기본 단위들을 세계 표준으로 지정했습니다. 이들은 Systeme International d'Unites를 줄여서 SI 단위라고도 합니다. 7가지 기본 단위들은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단위

기호

길이

미터

m

질량

킬로그램

kg

시간

s

온도

켈빈

K

몰수

mol

전류

암페어

A

광도

칸델라

cd

 

이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길이의 단위, 미터의 정의는 한국 표준과학연구원에 따르면 빛이 진공에서 1/299792458초 동안 이동한 거리라고 합니다. 이 정의는 1983년에 제정된 것으로 이전에는 미터 원기 혹은 크립톤 원자의 복사선 파장을 기준으로 미터를 정의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정의들을 활용하면 반드시 일정해야 하는 빛의 속력이 여러 한계로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빛의 속력을 일정한 상수로 고정시킨 후 그것에 맞춰 길이 단위를 정하는 해결책을 내놓습니다.

 

한편, 몰수의 정의가 바뀌는 2019, 미터의 정의 역시 실질적으로는 동일하지만 c=299792458m/s가 되도록 하는 길이의 단위가 되도록 상수를 활용했다는 사실을 좀 더 강조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고 합니다.

 

길이의 단위인 미터는 어떻게 정의된 걸까요? (출처: pixabay)
길이의 단위인 미터는 어떻게 정의된 걸까요? 출처: pixabay

한편, 위 표의 두 번째에 적혀 있는 질량의 단위 kg은 한국 표준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이번에 과거부터 계속 사용하던 국제kg 원기를 폐기하고 상수를 사용한 완전히 새로운 정의로 바뀐다고 합니다. 이렇게 새로운 정의가 적용되면 이제 실물을 사용해 정의할 수 있는 기본단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지요.

 

국제 kg 원기는 백금과 이리듐을 9:1로 섞어서 만들어졌으며, 원본과 6개의 복사본이 국제 도량형국에 보관돼 있습니다. 나머지 공식 복제본들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에 보관되고 있지요. 그러나 원기를 활용해서 질량을 정의하면 아무리 잘 보관한다고 해도 원기에 미세한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항상 있기 때문에 원기의 상태가 변할수록 kg의 정의도 매번 바뀌어버리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번 국제도량총회에서는 kg을 플랑크 상수가 6.62607004 × 10-34 J s가 되게 하는 질량으로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플랑크 상수는 상수인 만큼 절대 바뀔 일이 없기 때문에 우주가 멸망할 때까지 kg의 정의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겁니다.

 

무게의 단위 kg은 어떻게 정의된 걸까요? (출처: pixabay)
무게의 단위 kg은 어떻게 정의된 걸까요? 출처: pixabay

표의 세 번째 칸에 등장하는 시간의 단위, 초는 역시 한국 표준과학연구원에 따르면 0K에서 바닥상태인 세슘-133원자의 두 초미세 준위 사이의 전이에 대응하는 복사선의 9192631770주기의 지속 시간이라고 합니다. 원자에 존재하는 전자 궤도는 아래 그림처럼 일정한 에너지 준위를 가지는 몇 가지 종류의 궤도만이 존재하는 방식으로 양자화돼 있습니다.

 

원자 궤도의 모양입니다. 일정한 에너지 준위를가지는 궤도만이 존재하지요. 이것을 양자화되었다고 합니다.
원자 궤도의 모양입니다. 일정한 에너지 준위를 가지는 궤도만이 존재하지요. 양자화된 겁니다.

그리고 전자는 에너지 준위가 더 높은 궤도로 전자가 전이하면 두 궤도의 에너지 준위 차이 만큼의 에너지, 즉 빛을 흡수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그만큼의 빛을 방출합니다. 전자의 궤도가 양자화돼 있기 때문에 같은 종류의 궤도들 사이에서 전자가 전이한다면 그 경우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빛의 파장은 일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 정의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이고, 이번 개정에서도 변하지 않았지요. 시간의 단위는 그러나 그동안 상당히 많은 개정을 거쳐 왔는데, 최초로 정의되었을 때는 평균 태양일의 1/86400을 뜻했습니다. 그러나 지구의 자전은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들 때문에 본질적으로 불규칙했고, 매번 1초의 값이 달라지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19601초는 19001012시에 대한 태양년의 1/31556925.9747로 새롭게 정의됐습니다. 물론 이것을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수년에 걸쳐 측정해야 하지요. 여기서 비효율의 극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1967년 지금의 원자를 사용한 더 정확하고 측정이 용이한 정의로 바뀝니다. 이 정의는 아무리 이번에 대대적으로 SI 단위 정의에 변화가 생긴다고 해도 그래도 유지된다고 합니다.

 

시간의 단위인 초는 어떻게 결정되었을까요? (출처: pixabay)
시간의 단위인 초는 어떻게 결정되었을까요? 출처: pixabay

켈빈 단위의 정의는 한국 표준과학연구원에 따르면 물의 삼중점의 열역학적 온도의 1/273.16이었는데요. 기본 고정점을 물의 삼중점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물을 구성하는 원소들의 동위원소 비율에 따라 삼중점이 미세하게 변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볼츠만 상수가 k = 1.380 648 52×1023 JK-1로 정의되도록 하는 온도의 단위로 새롭게 정의됐습니다. 사실 이 정의가 그렇게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 킬로그램원기를 폐기한 것처럼 더 이상 정의를 물질에 의존하지 않게 만들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라고 합니다. 또한, 기술적인 제약도 없기 때문에 길게 보면 여러 장점을 가질 것이라고 하는군요.

 

온도의 정의는 그렇게 많이 변화하지는 않았지요.. (출처: pixabay)
온도의 정의는 그렇게 많이 변화하지는 않았지요. 출처: pixabay

몰수에 대해서는 맨 앞에서 언급했으니 이제 암페어의 정의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암페어는 전류의 단위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따르면 1948년에 무한히 길고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원형 단면적을 가진 두 개의 평행한 직선 도체가 진공에서 1m 떨어져 있을 때 두 도체 사이에 1m2*10^-7만큼의 힘이 작용하게 만드는 전류로 정의되었습니다이렇게 하면 진공의 투자율, 즉 자기장에 의해 자화되는 정도는 4π×10-7H·m-1로 고정되지요.

 

하지만 무한한 길이를 가지고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원형 단면적을 가진 직선 도체는 현실적으로 만들어서 1A를 측정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암페어의 정의 역시 2019년에 전자의 전하량이 e=1.602 176 620 8 ×1019 As가 되도록 하는 전류의 단위로 바뀔 예정이라고 합니다.

 

좀더 현실적으로 변한 암페어의 정의입니다! (출처: pixabay)
암페어의 정의가 좀 더 현실적으로 변했습니다. 출처: pixabay

마지막으로, 광도의 단위인 칸델라는 한국 표준과학연구원에 따르면 1979년 진동수 540 x 10^12 헤르츠인 단색광을 방출하는 광원의 복사도가 어떤 주어진 방향으로 매 스테라디안 당 1/683 와트일 때 이 방향에 대한 광도로 정의되었습니다.

 

빛을 방출하면 한때 칸델라는 101325 N/m^2의 압력 하에서 백금 응고점에 유지된 흑체의 표면 1/600000 제곱 미터의 수직방향에 대한 광도로 정의됐는데요. 이 정의가 각 나라마다 사용된 불꽃이나 전구의 광도로 정의되던 시절보다는 훨씬 낫긴 하지만 흑체를 실제로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기도 했고 복사도를 사용한 정의가 사용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이렇게 바뀌게 되었다고 하네요. 칸델라의 정의 역시 이번 개정에서는 변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광도의 단위, 칸델라는 어떻게 정의되었을까요? (출처: pixabay)
광도의 단위, 칸델라는 어떻게 정의됐을까요? 출처: pixabay

우리가 평소에 크게 의식하지 않고 사용하던 기본 단위들은 이렇게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오랜 시간 여러 협의와 개정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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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필진 강지희(rkdwlgml0306@naver.com)
서울대학교 응용생물화학부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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