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밖 생명체 찾을 때 왜 꼭 물을 찾을까
지구 밖 생명체 찾을 때 왜 꼭 물을 찾을까
  • 함예솔
  • 승인 2018.09.06 00:00
  • 조회수 1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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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텍트 속 한장면. 출처: 유투브/horrornerdx46
영화 '콘텍트'의 한 장면. 출처: 유투브/horrornerdx46

 

외계인의 존재는 지구인의 호기심을 끝없이 자극합니다. 저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1985년 쓴 소설 <콘텍트>는 영화화되기도 했는데요. 주인공인 전파천문학자 앨리는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SETI 프로젝트에서 외계인과 교신에 성공하게 되고 실제로 이들과 접촉합니다.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 구조. 출처: JPL - NASA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 구조. 출처: JPL-NASA

전 세계 과학자들은 실제로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열심히 연구 중입니다. 지난 7월 화성의 땅 밑에서 대량의 액체 상태 물이 관측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화성에 정말 우주 생명체가 있는 건 아닌가 하며 전 세계 사람들이 흥분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물은 생명체 존재에 필수 요소로 여겨집니다.

 

또한 지난 6월 <Nature>에는 토성의 제2위성 엔켈라두스의 대양에서 복잡한 유기분자를 발견했다는 논문이 게재돼 생명체의 출현 조건을 갖췄을 거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과학자들이 외계 생명체를 찾을 때 '액체 상태의 물'과 '탄소 기반의 유기물'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탄소원자를 포함하는 생체분자는 생명체의 토대가 되는 물질입니다. 때문에 이러한 탄소 기반으로 이뤄진 지구상의 생명체에게 액체 상태의 물은 필수적이죠. 과학자들은 이를 준거틀 삼아 외계생명체를 찾고 있는 셈인데요.

 

'전혀 다른 기반'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런데 모든 생명체가 탄소 기반 생체분자로 이뤄져 있을까요? 꼭 물이 필요할까요? 우주가 이렇게 크고 넓은데 말입니다. 예를 들어 물 대신 액체 수은으로 이뤄져 해양에서 번성하고 있는 생명체를 고려해보면 어떨까요. 아니면 우리처럼 탄소 기반 생체분자가 아니라, 규소(silicon) 기반의 생체분자로 이뤄진 생명체가 어딘가에 살고 있을 가능성은 없을른지요.


알고 있는 게 이거라서

 

과학계가 '액체 상태의 물'과 '탄소 기반의 유기물'에 집중하는 이유는 인류가 현재 알고 있는 생명체의 구성 요소가 탄소 기반의 분자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외계행성을 탐사하다가 규소(silicon) 기반의 분자하나를 발견했다고 가정해봅니다. 이게 생명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체는 탄소 기반의 생명체가 전부입니다. 따라서 규소 기반의 생명체에 대한 조사를 더 이상 할 수 없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듭니다. 

 

주기율표, 같은 족에 속하는 탄소와 규소 

 

주기율표에서 같은족에 속하는 탄소와 규소
붉은 원 지점은 주기율표에서 같은 족에 속하는 탄소와 규소.

과학자들이 탄소 기반의 분자를 찾고, 액체 상태의 물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또 다른 이유로 탄소 기반의 분자와 관련된 '화학작용'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규소(silicon)는 주기율표 상에서 탄소와 같은 족(group)에 속합니다. 주기율표는 원소를 구분하기 쉽게 성질에 따라 배열한 표인데요. 같은 족에 속한다는 것은 화학적 성질이 비슷하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유사성은 가장 바깥쪽 전자 껍질의 전자 수가 같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탄소와 규소는 모두 최외각전자의 전자수로 4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동시에 4개의 다른 원자와 결합할 수 있죠. 만약 탄소 기반의 생명체 대신 다른 원소 기반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가장 가능성 높은 가설은 규소 기반의 생명체라고 과학자들은 말합니다. 

 

이산화규소 분자 구조. 출처: Wikimedia Commons
이산화규소 분자 구조. 출처: Wikimedia Commons

탄소는 쉽게 이중결합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가령, 이산화탄소는 탄소가 산소와 이중결합하며 만들어진 분자입니다. 반면 규소가 산소와 결합할 때는, 규소가 가지고 있는 4개의 전자가 4개의 산소 원자와 단일결합하게 됩니다.

 

산소 원자는 2가의 원자가를 가지기 때문에, 그들은 또 다른 규소 원자와 결합하겠죠. 그리고 이러한 작용이 반복되며 이산화규소(silicon dioxide)가 형성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이산화규소는 모래입니다. 이는 사소한 차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지구에 사는 생명체에게 매우 중요한 차이라고 합니다.

 

생명체가 에너지를 수집하고 저장하며 활용하려면, 주변 환경에서 일단 에너지를 흡수해야 합니다. 흡수된 에너지는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든 방출될 수 있어야 하죠. 이게 조절되지 않으면 모든 에너지가 한꺼번에 열로 방출될 수 있는데 이는 생명체를 파괴할지도 모릅니다.

 

탄소 기반의 생명체 기본적으로 Cx(HOH)y의 화학식을 갖는 탄수화물(carbohydrate)로 에너지를 저장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탄수화물은 물과 이산화탄소로 산화되며 주변과 반응합니다. '카테나화(catenation)'라 불리는 화학적 연쇄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이는 복잡한 생명체가 만들어지는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합니다.

 

또한 탄소 기반의 생명체는 효소를 통해 속도를 조절하며 에너지를 연소합니다. 효소는 반응이 일어날 때 마치 열쇠와 자물쇠처럼 꼭 맞는 짝을 찾아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몸 속 간에는 고분자 형태의 글리코겐이 있지만 나무에는 셀룰로오스 형태로 에너지가 저장됩니다. 이는 모두 탄수화물이 중합되거나 사슬을 형성할 때 만들어집니다.

 

이때 신기한 점은 인간은 셀룰로오스를 탄수화물로 분해하는 효소가 없다는 점입니다. 반면 박테리아는 가능합니다. 즉, 탄소 기반의 화합물은 다양한 생체분자를 제공할 수 있는 거죠.

 

규소 기반의 생명체 불가능?

 

버지니아폴리테크닉주립대학교 화학과 교수 Raymond Dessy가 <Scientific American>에 게재한 글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탄소 기반 분자를 이용해 규소로 이뤄진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실험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복잡한 생명체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일련의 연쇄적인 반응이 필요한데요. 이러한 반응은 좁은 범위의 온도와 pH조건 하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Raymond Dessy 교수는 "탄소화합물과 유사한 규소를 만들어 내려고 화학자들이 시도했지만, 만들 수 없었다"며 "열역학적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그것들은 불안적하거나 반응성이 커 형성하기 힘들다"고 전했습니다.

 

 

##참고자료##

 

<CURIOSITY, An Icy Moon of Saturn Is Spewing Life-Friendly Organic Molecules>

<Scientific American, Could silicon be the basis for alien life forms, just as carbon is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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