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농도가 높은 당뇨환자에게서 간암 증식이 더 촉진되는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한림대학교 박재봉 교수 연구팀은 정상 간세포와 간암세포에서 인슐린의 작용 기전이 서로 달라, 간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점을 규명해냈습니다.
인슐린은 혈액 중 포도당을 글리코겐의 형태로 간이나 근육에 저장해주는 호르몬입니다. 인슐린이 정상 세포에 작용하는 기전은 활발히 연구된 반면, 암세포에서의 포도당 대사나 암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인슐린이 암세포의 당 대사 효소를 조절하는 방식이 정상세포와 다르다는 것을 규명했습니다. 정상 간세포에서는 인슐린이 피루브산 탈수소효소(PDH)를 활성화시키는 반면, 암세포에서는 인슐린으로 인해 피루브산 탈수소효소 효소의 활성이 저하됐습니다. 이로 인해 암세포는 피루브산을 온전히 분해하지 못하고 젖산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또한 활성화된 피루브산 탈수소효소는 다른 단백질들을 이용해 간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인슐린 농도가 높은 당뇨환자에게 간암세포의 증식이 더 촉진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간암 환자들 중 PDH의 인산화가 증가됐을 경우 이 연구에서 규명한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세포 성장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인슐린 신호 전달을 차단할 수 있는 물질은 간암을 치료하는 항암제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재봉 교수는 "이 연구결과는 간암환자 중 피루브산 탈수소효소의 인산화가 증가된 환자는 항암제를 달리 사용해야 하는 근거가 되며 이로써 맞춤형 항암제 개발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연구팀은 향후 더 많은 종류의 간암세포에서 인슐린에 의한 피루브산 탈수소효소의 활성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또 비활성화된 피루브산 탈수소효소가 어떻게 세포의 성장을 조절하는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는 생물학분야 국제학술지인 <FASEB Journal>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