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지구 '마그마 바다 흔적' 찾았다?!
초기 지구 '마그마 바다 흔적' 찾았다?!
  • 함예솔
  • 승인 2018.10.11 14:20
  • 조회수 8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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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마 바다. 출처: NASA Jet Propulsion Laboratory
지구의 '마그마 바다' 시절. 출처: NASA Jet Propulsion Laboratory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지구의 맨틀 깊숙한 곳에 약 45억년 전 미행성 충돌로 지구 표면이 녹아 만들어진 '마그마 바다'의 흔적이 존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약 45억 년 전 지구가 형성될 당시, 태양계에는 미행성이 많이 존재했습니다. 미행성이란 태양계가 생겨날 때, 원시행성계 원반 내의 먼지나 얼음, 기체가 결합하며 만들어진 유성 크기의 천체를 말합니다. (참고: 태양계 형성, 가장 유력한 가설은?) 미행성들은 중력에 의해 서로 충돌하고 합쳐지며 성장해, 원시행성 또는 지구와 같은 행성으로 만들어 질 수 있습니다.

 

지구 역시 형성 초기에는 무수한 미행성들이 서로 부딪히고 충돌하며, 눈뭉치 뭉쳐지듯 급성장했기 때문에 현재의 크기로 커질 수 있었는데요. 미행성이 격렬히 충돌하던 당시 지구의 표면은 불지옥과 다름 없었습니다. 충돌의 여파로 지구 표면이 녹아내리며 '마그마 바다' 상태가 됐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지구의 달 역시, 화성 크기의 거대한 미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당시 만들어진 마그마 바다의 깊이는 무려 수km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마그마 바다가 형성되면서 녹은 물질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밀도 차이로 인해 층을 형성했습니다. 무거운 철이나 니켈은 지구 중심부로 가라앉으며 핵을 형성했고, 뒤이어 맨틀과 지각을 만들었습니다.

 

 

맨틀 깊숙한 곳, 지진파의 속도가 급작스럽게 느려지는 '초저속도대(ultralow velocity zones)'라고 불리는 구간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진파의 속도가 달라지는 점을 봤을 때 이곳의 물질은 맨틀과 다르다고 추정합니다. 하지만 그게 '어떤 물질'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Geophysical Research>에 게재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맨틀 하부의 갑자기 지진파가 느려지는 초저속도대의 물질이 마그네슘과 산화철로 이루어진 'magnesiowustite'라고 불리는 광물일 수 있다고 합니다. magnesiowustite이 초저속도대를 야기시킨 물질이라면 이는 45억년 전 존재했던 마그마 바다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구를 잘라봤습니다. 출처: youtube/Science and more
지구를 잘라봤습니다. 출처: 유튜브/Science and more

맨틀의 두께는 약 2,900km입니다. 지진파의 속도를 본래 속도의 30~50%까지 줄일 수 있는 초저속도대는 약 100km 두께에 불과한 구간입니다. 하지만 이 초저속도대의 물질을 직접적으로 관찰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캘리포니아 공대 Jennifer Jackson 교수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맨틀 깊은 곳에 위치한 초저속도대의 압력을 모방해야 했습니다.

 

다이아몬드 앤빌 장치. 출처: Wikimedia Commons
다이아몬드 앤빌 장치. 출처: Wikimedia Commons

연구팀은 그곳의 광물 구성이 초저속도대의 특성을 가질 수 있는 magnesiowustite로 이뤄져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소량의 광물 샘플을 만들어 가압실(pressure chamber)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앤빌로 강하게 압착했습니다. 참고로 다이아몬드 앤빌은 2개의 다이아몬드 조각 사이에 암석 시료를 넣고 수만에서 수백 기압의 압력을 가하는 장치입니다. 또한, 연구팀은 광물의 결정구조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X-선 촬영을 실시했는데요, 여러 각도에서 X-선을 쏜 후 샘플을 맞고 튀어나오는 X-선의 에너지를 측정했습니다. 

 

magnesiowustite 광물. 출처: youtube/NoLinkNewsChannel
magnesiowustite 광물. 출처: 유튜브/NoLinkNewsChannel

실험 결과, 연구팀은 '압력'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기압에서 magnesiowustite 광물은 결정 구조의 어떤 면에서든 X-선의 파동이 항상 동일합니다.

 

그런데, 핵-맨틀 경계에 해당하는 압력을 가하면 magnesiowustite 광물을 투과하는 X-선의 방향에 따라 지진파의 속도가 최대 60%까지 차이날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광물을 통과하는 횡파는 한 방향으로 초당 3km/s 미만으로 움직이는데 반해 다른 방향으로는 초당 5km/s보다 조금 더 빠르게 지진파가 통과되는 점을 발견한 겁니다.

 

즉, 대기압에서 지진파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던 방향이 오히려 핵-맨틀 경계에 해당하는 압력에서는 지진파가 가장 느리게 진행되는 방향으로 바뀐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는 광물이 갖는 '이방성' 때문인데요. 광물의 이방성은 광물을 이루고 있는 이온의 화학 결합이 방향성을 갖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해양판 침강이 초저속도대에 영향을 미친다? 출처: youtube/NoLinkNewsChannel
해양판 섭입이 초저속도대에 영향을 미친다? 출처: 유튜브/NoLinkNewsChannel

연구팀은 이렇게 초저속도대에서 광물이 이방성을 띠게 되는 현상은 지각이 섭입하면서 찌그러 뜨리거나 누르기 때문일 거라고 해석하는데요. 참고로 섭입이란 하나의 지각 판이 다른 판 밑으로 들어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지각의 섭입과정에서 지각이 핵-맨틀 경계까지 내려와 초저속도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향후 지진학자들과 함께 초저속도대에 진입하는 지진파의 방향에 따라 초저속도대를 통과한 지진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조사해 magnesiowustite 광물 가설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이 가설이 확인 될 경우, 45억년 전 만들어졌던 마그마 바다의 신비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자료##

 

Finkelstein, Gregory J., et al. "Strongly Anisotropic Magnesiowüstite in Earth's Lower Mantle."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Solid Earth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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