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강승균 교수 연구팀은 노스웨스턴 대학 구자현 박사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절단된 말초 신경을 전기 치료하고 역할이 끝나면 몸에서 스스로 분해돼 사라지는 전자약을 개발했습니다. 몸에 녹는 수술용 실이 대중화된 것처럼 생분해성 무선 전자약을 통해 앞으로는 병원을 찾지 않고도 집에서 물리치료를 받듯 전기 치료를 받는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말초 신경 손상은 국내에서 연간 1만 건 이상 발생할 정도로 빈도가 높은 외상 중 하나입니다. 신경의 재생속도가 얼마나 신속하게 이뤄지느냐가 근육 회복율 및 후유증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이며 재생 속도가 현저히 저하되면, 슈반 세포의 소멸로 신경 재생이 불가능해지거나 탈신경 지연에 의한 영구 근육 장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슈반세포란 말초신경섬유를 살아있도록 하는 신경교세포로 슈반세포가 사멸하면 정상적인 자연신경 재생이 이뤄지지 않으며 평생 장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경 재생을 가속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돼 왔고, 전기적 자극을 통해 신경 재생을 촉진시키는 전자약의 효능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전자약이란 전기 신호를 통해 체내의 장기, 조직, 신경 등을 자극해 세포의 활성도를 높여 재생속도 향상과 생체반응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치료하는 기술입니다. 전자약을 통해 손상된 신경을 전기자극하면 신경 세포가 활성화되며 축색돌기의 분화가 가속돼 신경 재생이 빨라져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약은 치료 수술이 복잡하고 이로 인한 2차 손상의 위험성이 커 신경 치료에 직접적으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전기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전선으로 머리카락 두께의 신경을 감싸야 하는데 치료 후에 신경을 감쌌던 전선을 다시 제거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고 자칫하면 제거 과정에서 2차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장기적인 전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매번 수술을 반복해야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문제해결을 위해 초박막형 실리콘과 유연성을 갖춘 생분해성 고분자를 이용해 전체 두께가 300마이크로 수준으로 매우 얇고, 유연성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체내에서 수개월 내에 분해되는 전자약을 개발했습니다. 개발한 전자약은 체내에서 무선으로 작동되고 사용이 종료된 후 몸속에서 녹아 흡수되기 때문에 별도의 제거수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추가 수술 없이도 반복적인 전기치료를 할 수 있으며 제거를 위한 수술도 필요하지 않아 2차 위험성과 번거로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연구팀은 생분해성 무선 전자약 기술이 말초 신경의 치료와 더불어 외상성 뇌 손상 및 척추 손상 등 중추신경의 재활과 부정맥 치료 등을 위한 단기 심장 박동기에도 응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강 교수는 "최초의 생분해성 뇌압측정기를 개발해 2016년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한 뒤 약 2년만에 치료 기술로서의 의료 소자를 성공적으로 제시했다"며 "생분해성 전자 소자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