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왕립학회보(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키가 클수록 암에 걸릴 확률도 높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진화생물학자 Leonard Nunney는 수십만 명의 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 4건을 분석해봤습니다. 그 결과 키가 10cm 커질 때 마다 암 발생 빈도가 약 10%씩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해냈습니다.
키와 암 위험성 간의 상관 관계에 관한 연구는 1950년대부터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 연구는 큰 키가 암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점을 증명하는 연구는 아니지만, 키와 암 발생 간의 연관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습니다.
키 크면 암? 이유는 간단하다
Leonard Nunney 교수는 "키가 클수록, 신체에 더 많은 세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는데요. Nunney는 키가 큰 사람의 경우 신체의 기관이 더 크고, 더 많은 세포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키와 암 발생 위험 간의 상관 관계가 있다고 봤습니다.
통상적으로 암은 세포 내 DNA에서 변이가 일어날 때 발생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DNA 변이는 세포가 분열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데요. 세포 분열은 사람의 일생 동안 수도 없이 발생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무해합니다. 그런데 그 중 일부 세포에서 통제력을 상실하고 제멋대로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는데요.
Leonard Nunney 교수에 따르면 세포의 수가 많을수록, DNA 변이가 일어날 확률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통제를 벗어난 DNA 변이 중 하나가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 연구에서 Leonard Nunney 교수는 여성과 남성에게서 발병한 23가지 유형의 암을 조사했는데요. 그 중 키와 상관 관계가 강한 14가지 유형의 암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암의 유형 중 췌장, 식도, 위, 구강암의 경우, 키와 별다른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는데요. 이에 대해 Nunney 교수는 "이 네 가지 유형의 암이 키와 연관성을 보이지 않은 이유는 환경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구강암의 경우 알코올 섭취나 흡연과 높은 상관 관계가 나타납니다. 따라서 유전적 요인이 강한 키와는 상관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을 거라는 해석입니다.
한편, 이 연구에서는 갑상선암과 피부암이 다른 유형의 암보다 키와 더 관련성이 컸는데요. 갑상선암의 경우 성별이나 국적과 같은 다른 변수도 작용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키가 큰 한국 여성의 경우, 키가 작은 다른 국적의 남성이나 여성보다 갑상선 암 발병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한, 피부암은 성장 호르몬인 IGF-1 수치가 높은 사람에게서 암 발생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Nunney는 "이전 연구에 따르면, 키가 큰 사람은 IGF-1 수치가 더 높아지는 경향성을 보였다"며 "성인기에 IGF-1 수치가 높으면 세포 분열이 빨라진다는 데이터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Nunney는 신체 크기와 암 위험 간의 연관성이 나타나는 건 인간 뿐만이 아니라고 밝혔는데요. 예를 들어 큰 개의 품종은 작은 종의 개보다 암 발병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이 고래나 코끼리 같이 큰 동물이 쥐와 같이 작은 동물보다 암 걸릴 확률이 크다는 건 아니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고래와 코끼리는 작은 동물보다 더 오래 살고, 암 발병 확률도 낮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Nunney는 "커다란 동물의 경우 암을 억제할 수 있는 추가적인 진화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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