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승인 "구더기, 치료에 쓴다"
美정부 승인 "구더기, 치료에 쓴다"
  • 이상진
  • 승인 2018.11.17 18:50
  • 조회수 9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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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 당시는 의료기술의 한계로 절단하지 않아도 될 상처를 절단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출처:fotolia
1차 세계대전 당시 의료기술의 한계로 절단하지 않아도 될 상처 부위를 절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출처: fotolia

1917년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어느 전쟁터 군 병원에 병사 두 명이 긴급하게 호송됩니다. 호송된 환자들은 총상을 입은 채로 일주일 동안 풀숲에서 엄폐하며 버텨왔습니다. 시기는 가마솥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총을 맞아 벌어진 상처에는 구더기가 들끓었습니다. 

 

미국 원정군(US Expeditionary Force) 외과의였던 윌리엄 베어는 당시의 치료 과정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상처 부위의 옷을 제거하는 순간, 수많은 구더기들이 상처 부위에서 우글거리는 광경에 소스라치게 놀랐다...(중략) 역겨움을 씻어내듯 나는 서둘러 구더기들을 물로 씻어내고 식염수로 상처를 닦았다. 그러자 놀라운 광경이 드러났다. 상처가 아무는 선홍색의 육아조직이 보였던 것이다”

 

우글거리는 구더기들. 출처:fotolia
우글거리는 구더기들. 국산은 아닌 듯 하다. 출처: fotolia

1차 세계대전 당시 총상을 입어 상처가 벌어진 병사들의 사망률은 75%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것도 각국의 군 병원이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치료를 받았다고 가정할 때 말이죠. 총상을 입고 살아남는다고 할지라도 상처 부위가 조금씩 썩어 들어가, 결국 신체 일부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그런데 의도치 않게 '구더기 치료'를 받은 병사들은 생존은 물론 상처 부위가 괴사해 떨어져 나가는 괴저의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외과의 베어는 이같은 구더기 효과에 관심을 가졌는데요.

 

19세기까지 파리의 유충이 구더기라는 것을 몰랐다고 합니다. 출처:fotolia
19세기까지 닝겐들은 파리의 유충이 구더기라는 걸 몰랐다고 합니다. 출처: fotolia

베어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10년 뒤인 1928년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구더기 치료'를 실험합니다. 그는 직접 파리 배양을 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해 병원에 비치합니다. 89건의 케이스에 '구더기 치료'를 실험하는데요. 그 가운데 86건의 케이스가 치료에 성공합니다. 96% 이상의 성공률을 보인 것이죠.

 

어떻게 이런 일이?

 

사실 구더기는 이빨이 없기 때문에 화학 물질을 분비해 죽은 고기나 썩은 살을 녹인 뒤, 그것을 먹는다고 해요. 이 과정에서 깨끗한 조직은 영향을 받지 않고 괴사하거나 썩어가는 살만 녹는다고 합니다. 특히 구더기가 내뿜는 화학 물질은 항생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소독 효과도 동반합니다.

 

베어는 구더기가 옮길 수 있는 세균을 없애기 위해 멸균 표본을 얻는 방법도 도입했습니다. 그가 체계적으로 고안한 '구더기 치료법'은 캘리포니아 모나크연구소가 발전시켰는데요. 

 

의료용 구더기는 FDA의 승인을 받은 의료기구! 출처: fotolia

이 연구소의 의료용 구더기는 미식품의약청(FDA)이 인정하는 멸균된 표본이라고 해요. 미식품의약청은 지난 2007년 구리금파리 구더기를 의료기구로 승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구더기를 의료용으로 사용할 때 반드시 주의할 점이 있는데요. 모든 구더기가 의료용으로 사용될 수는 없고 구리금파리 유충만 의료용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똥파리나 집파리 등 다른 파리의 유충은 먹을 게 없으면 생살을 파먹기도 한다고 하니, 절대로 치료에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참고자료##

 

메리 로치, <전쟁에서 살아남기>, 이한음, 파주:열린책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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