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숨긴 도토리 기억으로 찾는다"
"다람쥐, 숨긴 도토리 기억으로 찾는다"
  • 함예솔
  • 승인 2018.11.26 10:25
  • 조회수 19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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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는 똑똑했다. 출처: fotolia
다람쥐는 똑똑했다. 출처: fotolia

가을엔 공원이나 숲에서 다람쥐들이 도토리를 주워 숨기느라 정신없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날씨가 추워지고 단풍과 은행나무의 색이 변하기 시작하면, 다람쥐들은 겨울을 무사히 보내기 위해 더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그런데 도토리를 숨긴 자리를 까먹진 않을까요? 다람쥐들은 그렇게 힘들게 모아놓은 먹이를 숨겨놓고 나중에 어떻게 찾는 걸까요? 

 

다람쥐는 전략가?

 

 

나름의 생존 전략? 출처: fotolia
나름의 생존 전략? 출처: fotolia

겨울을 잘 보내기 위해 음식을 저장하는 동물들은 먹이를 무작위로 숨기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하는데요. 첫 번째는, 모든 먹이를 한 곳에 모아 식료품 저장고를 만드는 방법! 두 번째는 먹이를 여러 장소에 나누어 숨겨두는 방법입니다. 

 

대부분의 다람쥐가 택한 전략은 후자입니다. 그래서 다람쥐들은 먹이를 묻어놓은 더미들 사이를 분주하게 왔다갔다 합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수의학 대학원의 Mikel Maria Delgado박사는 "다람쥐의 먹이 저장 방법은 아마도 큰 손실의 위험을 줄이도록 진화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다람쥐가 먹이를 한 곳에 저장해 놓으면 배고픈 다른 동물이 나타나 한꺼번에 먹이 창고를 쓸어버릴 수 있죠. 그래서 다람쥐는 먹이를 여러 군데 분산 저장해 이러한 위험을 낮추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 내꺼~ 출처; fotolia
다 내꺼~ 출처; fotolia

<Royal Socisry Open Science>에 게재된 최근 연구에서 Delgado 박사는 다람쥐가 먹이를 숨길 때, 먹이 종류와 같은 특성에 따라서 먹이를 배치하고 묻는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청킹(chunking)이라 불리는데, 청킹이란 단기 기억에 관한 연구에서 사용되는 용어 가운데 하나인데요. 기억 대상이 되는 자극이나 정보를 서로 의미 있게 연결시키거나 묶어 인지 과정을 수행하기 때문에 단기기억의 용량을 확대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연구팀에 따르면, 다람쥐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다른 동물들 역시, 머리를 써서 저장물을 관리하기 때문에, 나중에 먹이를 숨긴 곳을 기억해낼 수 있다고 합니다.

 

킁킁. 냄새로 기억하나? 출처: fotolia
킁킁. 냄새로 기억하나? 출처: fotolia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다람쥐들이 숨겨둔 먹이를 찾을 때 후각에 의존해 찾는다고 믿어왔습니다. 물론, 후각도 어느 정도 작용하긴 하겠지만, 점점 더 많은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다람쥐가 먹이를 찾을 때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기억'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1991년 <Animal Behavier>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회색다람쥐(Sciurus carolinensis)는 자신의 먹이를 서로 가까운 곳에 숨기더라도, 자신의 먹이를 은닉한 곳의 위치를 정확히 기억하고 찾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다람쥐의 공간 기억은 그들 주변에 먹이를 숨길 장소를 배치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만약 다람쥐가 먹이를 파묻은 곳에 눈이 내려 쌓였다고 가정해보죠. 그럴 경우 다람쥐가 후각에만 의존해 먹이를 찾기엔 한계가 있을 겁니다. 그러므로 다람쥐는 분명 자신이 숨긴 먹이를 찾기 위해 또 다른 단서가 필요할 겁니다. 

 

여깄지롱 난 기억하지롱~ 출처: fotolia
여깄지롱 난 기억하지롱~ 출처: fotolia

Delgado는 "다람쥐들은 아마도 후각을 이용해 먹이가 은닉된 장소를 찾을 수 있겠지만, 분명 은닉 장소를 찾는 데 기억에도 의존할 것"이라며 "하지만, 정확히 어떤 매커니즘을 통해 이뤄지는지는 아직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의 훗카이도 대학교 연구원 Pizza Ka Yee Chow은 "다람쥐들은 랜드마크를 이용하는 것 같다"며 "나무를 인식한 후 나무와 나무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고 인지하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다람쥐에게서 처음으로 확인된 청킹(chunkin)과 관련된 행동은 먹이를 은닉한 단서를 잊지않도록 해주는 단서를 제공합니다. 즉, 다람쥐들은 먹이를 숨긴 장소에 대한 정보를 서로 의미있게 연결시켜 조직화해 인지하기 때문에 기억 용량을 확대시킬 수 있던 것입니다.

 

2017년 <Animal Congnition>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다람쥐들의 기억 범위 또한 놀랍다고 하는데요. 연구팀은 다람쥐를 대상으로 레버를 조작해 해치를 열면 헤이즐넛이 나오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2년이 지난 후에도 이를 기억했다는 겁니다. 이 연구를 진행했던 Chow 박사는 다람쥐의 기억력이 뛰어나다는 점도, 그들이 먹이를 찾아내는데 도움이 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흠, 영양가 많은 도토린가? 출처: fotolia
흠, 영양가 많은 도토린가? 출처: fotolia

다람쥐는 자신의 도토리를 묻기 전에 오랫동안 관찰하며 영양 성분이 많은 견과류를 선택합니다. 또한, 주변에 다른 다람쥐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으면 도도리를 묻는 척 하기도 하고, 때로는 먹이를 다른 곳에 다시 옮겨 나뭇잎으로 세심하게 덮기도 한다고 하는데요. 작고 귀여운 다람쥐, 똑똑하기도 하죠?

 


##참고자료##


Delgado, Mikel M., and Lucia F. Jacobs. "Caching for where and what: evidence for a mnemonic strategy in a scatter-hoarder." Royal Society open science 4.9 (2017): 170958.


Jacobs, Lucia F., and Emily R. Liman. "Grey squirrels remember the locations of buried nuts." Animal Behaviour 41.1 (1991): 103-110.


Chow, Pizza Ka Yee, et al. "How to stay perfect: the role of memory and behavioural traits in an experienced problem and a similar problem." Animal cognition 20.5 (2017): 94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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