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고 소화·흡수 한 뒤 항문을 통해 내보내는 배설물. 자신은 시원할지 몰라도 타인에게는 거부감을 주는 오물입니다.
그런데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이 이 배설물, 바로 대변을 주제로 상상력을 펼쳐봤습니다. 예술과 과학이 만나 '순환'의 의미를 담은 예술 작품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UNIST는 지난달 28일 '과일집'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과일집은 과학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집(Science Cabin)을 줄인 말입니다. 이번 예술가 상주 작업은 과학-예술 간 협력의 가능성을 엿보기 위해 기획됐는데요. 이 행사를 위해 실제로 약 한 달 동안 예술가들이 UNIST에 입주해서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 중 하나가 전원길 작가의 '몽유똥원도'입니다. 이 작품은 독특한 얼룩과 금이 어우러져 있는데요. 안견의 유명한 작품 '몽유도원도'와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작가가 먹고 마신 커피와 똥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혹시 작품에서 똥냄새가 나지는 않을까요. 다행히 그럴 일은 없어 보입니다. 전원길 작가는 자신이 UNIST에서 먹고 자며 배출한 그것(?)을 태우고 갈아 자신만의 물감을 만들었고, 이 물감을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전원길 작가는 "똥이 순환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일상 속에서 버려지고 지워지는 것들의 가치를 되살리려는 시도"라고 설명했습니다.
과일집은 3명이 동시에 거주할 수 있는 생활 시설을 갖춘 공간입니다. 인분을 에너지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평소엔 연구원들이 상주하며 각종 실험을 진행하고, 이번처럼 예술과 과학이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공간으로도 활용됩니다.
백경미 UNIST 기초과정부 교수는 "이번 예술가 상주 프로젝트는 융합연구과정에서 시도한 과학-예술 간의 협력 사례"라며 "이번 프로젝트가 과학도와 예술가 모두에게 대안 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나누고 확산하는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UNIST는 내년 1월 과학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집 프로젝트를 위해서 3명의 예술가가 새로 입주할 예정이라고 전했는데요. 다음 예술 작품은 어떤 게 탄생할지 기대해봐도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