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크고 활발한 화산 중 하나는 북유럽의 595km2에 달하는 거대한 빙모(ice cap)아래 있습니다. 빙모란 육지를 덮고 있는 5만km2미만의 빙하 덩어리를 말합니다. 그런데,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차가운 빙하와 뜨거운 화산의 조합이 엄청난 양의 메탄을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메탄은 온실가스입니다. NASA 고다드 우주연구소에서 수행한 '2012년 기후모델보고서'에 따르면 메탄 배출을 감소시키는 것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것보다 더 빨리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메탄 배출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면 지구 온도는 2030년에는 섭씨 1.5도, 2045년에는 섭씨 2도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빙하가 메탄을 대기 중으로 방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수많은 추측이 있었습니다. 빙하 아래 지층에는 미생물, 저산소, 유기물, 물 등이 포함돼 있는 환경이라 메탄이 생성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죠. 다만, 표면을 덮고있는 빙하가 메탄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가둔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구팀은 아이슬란드의 미르달스요쿨(Mýrdalsjökull) 빙모에서 내려 오다보면 발견할 수 있는 8km 길이의 분출빙하(outlet glacier), 솔헤이마요쿨(Sólheimajökull) 빙하에 주목했습니다. 이곳은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 카틀라 화산 인근에서 밀려오는 분출빙하입니다.
연구팀은 이 지역의 메탄 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해 2013년 여름부터 2017년 여름까지, 빙하 앞쪽에 해빙수로 이뤄진 호수의 가장자리에서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그리고 이 수치를 다른 지역의 퇴적물과 기타 강물들과 비교해봤습니다. 그 결과, 빙하 아래에서 솟아나와 호수로 흘러든 강에서 채취한 곳의 시료에서 메탄의 농도가 가장 높게 측정됐습니다.
일반적으로 메탄은 산소와 접촉하게 되면 이산화탄소로 전환됩니다. 하지만 솔헤이마요쿨의 빙하 환경에서 해빙수는 화산에서 생성된 가스와 접촉하게 되면서 물의 산소 함량은 낮아지고 일부 메탄은 물에 용해됩니다. 그래서 메탄을 다른 곳으로 운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원리로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의 양은 무려 젖소 13만 6천 마리의 소가 트림하는 양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이는 매일 41t에 달하는 메탄이 방출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연구의 저자이자 생화학자인 Peter Wynn은 "이는 차가운 해빙수에서 나온 엄청난 양의 메탄이 대기 중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28배나 더 높다"고 전했습니다. Peter Wynn에 따르면, 이는 빙하가 없는 강에서 대기로 이동하는 메탄손실의 평균적인 양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라고 하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메탄가스를 만들어내는 습지에서 방출되는 양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또한, (메탄 가스배출량을 알고 있는) 유럽의 다른 화산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20배 더 많은 양이라고 합니다.
이번 연구 결과로 빙하가 메탄을 방출한다는 강력한 증거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아이슬란드와 마찬가지로 남극 빙하 아래에도 활발한 화산을 갖춘 지열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저자는 빙하가 어떻게 메탄을 생성하는지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앞으로 기후 변화 모델을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예측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얼금과 불의 만남이 뜻밖에 메탄을 방출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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