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선 "총보다 설사가 더 위험하기도"
전쟁터에선 "총보다 설사가 더 위험하기도"
  • 이상진
  • 승인 2018.12.05 09:50
  • 조회수 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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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전장에서는 때로 설사가 생가를 가릅니다. 출처:fotolia
치열한 전장에서는 때로 설사가 생사를 가릅니다. 출처: fotolia

종종 생사가 오가는 치열한 전쟁터에서는 총알보다 설사나 이질이 더 위험하다고 합니다. 이질은 병원체가 창자의 내층에 침입해 세포와 모세혈관 속의 내용물이 항문으로 흐르게 하고, 타인에게 감염까지 일으키는 짜증나는 질병입니다.

 

현대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윌리엄 오슬러는 1892년에 이질이 화포와 총알보다 병사들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했는데요. 실제 1848년 멕시코전쟁 때 미국인 1명이 전투로 사망할 때마다 7명이 병으로 죽었습니다. 병사(病死)한 병사(兵事) 가운데 대부분은 설사 때문에 죽었다고 합니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에는 설사나 이질로 죽은 병사나 9만5천 명에 이르렀고, 베트남 전쟁 당시에는 말라리아에 걸려 입원한 군인보다 설사로 인해 병상에 누워있어야 했던 군인이 4배나 더 많았습니다.

 

이라크에 파견된 미군의 77%가 설사병에 걸렸습니다. 출처: fotolia

미 해군 의료연구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3~2004년에 이라크에서 전투를 벌인 군인 가운데 30~35%가 안전한 식품과 깨끗한 식수를 구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고 해요. 또 의료연구센터에 따르면 △이라크에서는 군인의 77퍼센트 △아프가니스탄에서는 54% 등 오지에 파견된 많은 군인들이 설사병에 걸렸습니다. 

 

세균에 대해 몰랐던 시절에는 전시에 왜 병사들이 설사를 하는지 몰라 전전긍긍했다고 하는데요. 세균에 대한 지식이 쌓이고 감염의 역학이 밝혀지자, 각국마다 파리나 모기 등 전염병을 옮기는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 위생담당관과 곤충학자들이 활발히 연구를 시작하게 됩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지부티에는 설사를 방지하기 위한 연구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연구소가 있는데요. 바로 레모니어라 불리는 미군 기지입니다. 해군 제3의학연구단인 NAMRU-3에 속한 레모니어는 선적용 컨테이너를 개조한 곳인데요. 그곳에서 약 3,500명의 군인과 연구원들이 설사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TrEAT TD'는 오지의 군인들과 시민들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출처: fotolia 

이 레모니어 연구소의 초대 지휘관이었던 해군 대령 로버트 필립스는 재수화액에 포도당을 넣으면 장 속의 염분과 수분의 흡수력이 높아진다는 걸 발견했다고 하는데요. 'TrEAT TD'라 불리는 이 발견으로 전장의 병사들이 병원에 가서 정맥주사로 수액을 맞지 않고 재수화액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현장에서 수분을 보충할 수 있게 됩니다.

 

'TrEAT TD'는 오지의 군인들 뿐만 아니라, 깨끗한 식수의 부족과 상하수도가 없는 지역의 사는 수많은 이들이 극심한 설사나 이질로부터 야기되는 수분 부족 현상을 극복하고 목숨을 구할 수 있게 하는데요. 1978년 의학분야 학술지인 <Lancet>은 이를 '금세기 가장 중요한 의학적 발견'이라고 찬탄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웃님들께서는 설사하면 쭉쭉 빠지는 물똥을 통해 안 좋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나가는 것으로 생각해 지사제를 드시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설사는 우리 몸이 병원체를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병원체가 우리 몸을 약화시키려고 하는 활동이라고 해요. 장 속에 있던 병원체가 대변을 통해 밖으로 자주, 그리고 빨리 빠져나가서 더 많은 곳에 퍼지려고 하는 술수인 것이죠. 그러니 설사를 시작하신다면 병원을 찾거나 지사제 등 약을 복용하시 게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메리 로치, <전쟁에서 살아남기>, 파주:열린책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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