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란 무엇인가
숙취란 무엇인가
  • 강지희
  • 승인 2018.12.30 19:40
  • 조회수 7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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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반수치사량(LD50)이 3.4 g/kg(마우스 기준, 경구 투여)으로 반수 치사량이 11.4 g/kg(앞 물질과 동일)인 MSG보다 위험한 물질이 거의 규제를 받지 않은 상태로 음식점과 편의점 등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습니다(독성정보 제공시스템, 2009).

 

이 물질은 공업용으로 소독, 담배 향료, 헤어 라커, 식품 방부제, 페인트 등에 쓰이는 대표적인 화학 물질이기도 합니다(창해, 2013). 이 물질을 섭취하면 혈중 농도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되는데, 이 물질의 혈중 농도가 0.1~0.3%일 때는 몸의 운동이 제한되고, 균형감각을 잃게 되며, 기억상실, 언어장애 등을 겪게 됩니다.

 

이 물질의 혈중 농도가 0.3~0.4%로 올라가면 어지럼증, 의식불명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며 0.6% 이상 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Mcmurry, 2008). WHO에 따르면 이 물질로 인한 직·간접적인 사망자는 2012년 한 해 동안 3,300만명, 즉 한 해 동안 죽은 사람들 중 5.9%입니다. 병이나 사고로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하루에 1억 3,900만 명이고요(WHO, 2013). 동시에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지요. 임신 중 이 물질을 섭취하면 기형아가 태어날 확률이 커지고, 유산의 가능성도 많이 올라갑니다.

 

심지어 우리 중 대부분은 이 물질을 한 번 이상 섭취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조금 살벌한 분위기를 충분히 만든 것 같은데요. 이 위험한 물질의 이름은 과연 무엇일까요?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

 

바로, 에탄올입니다. 이를 적절히 희석하면 술이 되지요.

 

낚시지만.... 이래도 안 마실 거 아니잖아요... (출처: pixabay)
이래도 안 마실 거 아니잖아요... 출처: pixabay

에탄올은 아래 그림과 같은 형태를 가진 분자식 C2H5OH인 알코올의 한 종류입니다. 우리는 흔히 에탄올을 두고 알코올이라고 부르지만, 알코올은 포화된(즉 다른 원자 4개와 전부 단일 결합을 하나씩 하고 있는 sp3 혼성 오비탈을 가진) 탄소와 결합하고 있는 -OH기를 가진 물질들을 통칭하는 말입니다(Mcmurry, 2008).

 

그 중 에탄올은 두 개의 탄소를 가진 알코올로, 분자량은 46.069, 끓는점은 78.2도, 녹는점은 -114도이고 밀도는 0.79인 휘발성 물질입니다(pubchem, 2018a). 식용 에탄올은 주로 발효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상업적인 용도의 에탄올은 에틸렌을 산 촉매 하에서 수화시켜 만든다고 합니다(Mcmurry, 2008).

 

에탄올의 분자구조
에탄올의 분자구조

에탄올 섭취로 인한 다른 문제들은 잠시 놓아두고, 우리에게 가장 잘 다가오는 술로 인한 건강 문제인 숙취에 대해 먼저 생각해 봅시다. 숙취란 술을 과도하게 마신 후, 두통이나 메스꺼움, 어지럼증, 불면, 근육통, 목마름 등을 느끼는 증상입니다(Mayoclinic, 2017). 이렇게 숙취가 생기는 이유는 알코올이 간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 알데하이드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세트 알데하이드는 아래 그림과 같은 형태를 가진 분자식 CH3CHO인 알데하이드의 일종입니다. 알데하이드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유기물질이 가지고 있는 작용기입니다. RCHO 형태의 분자식으로 주로 표현됩니다(Mcmurry, 2008). 아세트 알데하이드는 분자량 44.053, 끓는점 20.23도, 녹는점 -123도이고 밀도가 0.78인 과일향이 나는 휘발성 물질입니다. 아세틸 알데하이드는 체내에서 만들어지면 빠르게 분해되어 없어지지만 간과 이자, 뇌 등 신체 여러 조직에 손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pubchem, 2018b).

 

알데하이드의 분자구조
아세트 알데하이드의 분자구조

몸에 들어온 암모니아와 같은 독성 물질들은 간에서의 물질 대사를 통해 독성이 덜한 물질로 바뀌어 흡수되거나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에탄올도 물론 마찬가지인데요, 에탄올의 분해 과정에 대해 간단하게 그림으로 먼저 살펴보자면 에탄올은 간에서 먼저 알코올 탈수소 효소(ADH)를 통해 아세트 알데하이드로 변한 후 알데하이드 탈수소 효소(ALDH)의 작용으로 아세테이트로 변한 후 세포 안에서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어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물론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에탄올을 아세트 알데하이드로 바꾸는 효소에는 catalase와 P4502E1도 같이 있는데요. P4502E1은 알코올을 많이 섭취한 경우에 같이 작용하는 요소이고, catalase는 몸에 들어온 알코올의 극히 일부만 분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적은 양의 알코올들은 종종 지방산과 결합하여 지방산 아세틸 에스터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ADH만 주로 알콜 분해에 이용됩니다(NIAAA, 2007).

 

에탄올의 대사과정
(출처: https://pubs.niaaa.nih.gov/publications/aa72/aa72.htm)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사용되는 효소인 ADH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ADH의 종류는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크게는 5가지, 작게는 9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이 중 class Ⅰ 효소는 사람의 간에서 흔히 발견됩니다. 아래 표의 알파, 베타, 감마형이 두 개씩 결합되어 존재한다고 합니다.

 

각 효소의 효율(kcat)의 순서는 에탄올이 불포화 상태일 때는 베타 2 > 베타 1 > 감마 1 > 감마 2 » 시그마 >> 베타 3 > 알파 >> 파이 형 순서이고, 포화 상태일 때는 시그마> 베타 3 » 베타 2 > 감마 1 > 감마 2 » 파이 > 베타 1 순서 입니다.  ADH의 효율이 좋을수록 알코올이 더 빠르게 아세트 알데하이드로 분해되어서 아세트알데하이드로 인한 숙취를 더 심하게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Ramchandani, 2013).

 

ADH의 여러가지 종류
(출처: Alcohol, Nutrition, and Health Consequences, Nutrition and Health,(2013), p 17)

ClassⅠ 효소의 종류는 인종별로 다르게 나타나는데, 베타형 효소들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자면 동북아시아인들이 가진 베타형 ADH의 가장 흔한 형태는 표의 효소들 중 베타 2 효소, 혹은 ADH2*2혹은 ADH1B*2형 효소입니다. 이 효소는 앞에서 볼 수 있듯이 불포화 상태일 경우 에탄올을 가장 빠르게 아세트 알데하이드로 바꾸는 효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숙취에는 취약하지만, 이러한 효소의 형태는 알코올 중독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사실 알코올 중독을 막아주는 효과가 생기는 이유는 술을 많이 마시기 힘들어서 그렇다고는 하네요.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서양인들이 가진 베타형 ADH의 형태는 ADH2*2효소보다는 천천히 에탄올을 아세트 알데하이드로 분해하는 ADH2*1 효소인데요. 그래서 알코올에 중독될 확률은 더 크지만 숙취에는 덜 취약하다고 합니다.

 

한편, 25 % 정도의 아프리카인들은 ADH2*3 효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ADH2*1 형 효소를 가진 사람들보다 더 빠르게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매우 적은 수의 사람들이 가진 효소이기 때문에 이 효소의 알코올 분해에 관련해서는 명확한 연구 결과가 아직 없다고 합니다(Ramchandani, 2013).

 

그러나 ADH의 종류가 알코올 분해 과정에 의미있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합니다. 사실상 우리의 숙취에는 ADH보다는 ALDH의 종류가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지요. ALDH는 ADH와 다르게 아세트 알데하이드 분해에 영향을 끼치는 종류는 ALDH1과 ALDH2, 이렇게 크게 두 가지로만 나누어진다고 합니다. ALDH1은 뇌를 포함한 조직들에 포함되어 있는 효소로 매우 느리게 아세트 알데하이드를 분해합니다.

 

한편, 간에서 아세트 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 ALDH2는 훨씬 빠른 속도로 아세트 알데하이드를 분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 만들어진 대부분의 아세트 알데하이드는 ALDH2를 통해 분해된다고 합니다(Ramchandani, 2013).

 

ALDH2에는 ALDH2*1과 ALDH2*2, 이렇게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이 중 ALDH2*1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아세트 알데하이드를 분해할 수 있지만, ALDH2*2는 상대적으로 활성이 느린 편입니다. 이 두 효소의 차이는 487번 자리의 글루타민이 붙어있는지, 라이신이 붙어있는지의 차이뿐이지만 아세트 알데하이드의 분해속도는 의미있게 차이가 나지요.

 

따라서 ALDH2*2의 이형접합, 혹은 동형접합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숙취에 약하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세계 인구가 가진 효소는 ALDH2*1 형태지만 안타깝게도 동아시아인의 50%는 ALDH2*2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Ramchandani, 2013). 이를 통해 우리는 동아시아인들이 상대적으로 술과 숙취에 약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지요. 

 

 


##참고자료##

에탄올 ,식품 의약품 안전평가원 독성정보제공시스템, last modified Dec 28, 2017, accessed Dec 13. 2018, http://nifds.go.kr/toxinfo/SearchUtil.action

글루탐산 모노나트륨 ,식품 의약품 안전평가원 독성정보제공시스템, last modified Dec 17, 2008, accessed Dec 13. 2018, http://nifds.go.kr/toxinfo/SearchUtil.action 

제품소개 ,창해, last modified 2013, accessed Dec 13. 2018, http://www.chethanol.com/changhae_ethanol_05.php   

Mcmurry, John, Organic chemistry (7th edition) Brooks/Cole, a division of Thomson Learning, Singapore, 494 (2008)

Alcohol ,WHO, last modified 2013, accessed Dec 13. 2018, https://www.who.int/substance_abuse/facts/alcohol/en/

Alcohol, Pubchem, last modified Dec 15 2018, accessed Dec 23 2018, https://pubchem.ncbi.nlm.nih.gov/compound/ethanol#section=Top

Hangover ,Mayoclinic, last modified Dec. 16, 2017, accessed Dec 13. 2018, https://www.mayoclinic.org/diseases-conditions/hangovers/symptoms-causes/syc-20373012

Acetaldehyde, Pubchem, last modified Dec 22. 2018, accessed Dec 23 2018, https://pubchem.ncbi.nlm.nih.gov/compound/177#section=Top

Alcohol alert, NIAAA Publications, last modified July 2007, acdessed Dec 25 2018, https://pubs.niaaa.nih.gov/publications/aa72/aa72.htm

Ramchandani. Watson et al. (eds.), Alcohol, Nutrition, and Health Consequences, Nutrition and Health, NY: Springer Science+Business Media, 2013

 

<외부 필진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웃집 필진 강지희(rkdwlgml0306@naver.com)
서울대학교 응용생물화학부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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