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면 왜 배가 아플까
긴장하면 왜 배가 아플까
  • 함예솔
  • 승인 2018.12.18 06:30
  • 조회수 8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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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혹은 면접을 보기 전에 극도의 긴장과 함께 찾아온 대장의 위급 신호. 한 번쯤 경험해보신 적 있을 텐데요. 대체 왜 긴장되는 상황에 놓이면 이놈의 배는 눈치도 없게 뒤틀리고 화장실을 가라는 명령을 내리는 걸까요?

 

긴장했을 때 찾아오는 갑작스런 배변활동... 출처: pixabay
긴장했을 때 찾아오는 갑작스런 신호! 출처: pixabay

사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을 때 느껴지는 이 불편함은 매우 일반적인 일이라고 합니다. 넓은 의미에서 소화불량은 복부에 통증이나 불편함을 느끼는 것을 모두 포함하는데요. <Gut>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일반 사람의 약 4분의 1 가량은 이러한 소화불량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The Conversaion>에 소개된 시드니대학교 위장병전문의 Vincent Ho에 따르면, 이는 선사 시대의 수렵인 시절부터 이어져온 잔존물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긴장을 느끼면, 뇌 안에서는 복부로 전달돼 소화에 영향을 주는 여러 가지 과정들이 일어나는데요. 우리에게 해롭다고 인지되는 사건 혹은 생존에 위협이 된다고 느껴지는 일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도피 반응이라고 합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발견했을까요? 우리가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뱃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총상을 입은 한 환자와 고양이가 있습니다. 


복부 총상으로 소화 과정 지켜봐

 

복부의 총상이 밖으로 드러나는 끔찍한 일을 겪었다고 합니다. 출처: Wikipedia Commons
복부의 총상이 밖으로 드러나는 끔찍한 일을 겪었다고 합니다. 출처: Wikipedia Commons

1822년 19살 소년 Alexis St Martin은 복부에 총을 맞았습니다. 살아남긴 했지만, 위에 영구적인 구멍이 뚫렸습니다. 이 구멍은 그의 복부 바깥의 피부까지 연장됐습니다. 이는 소년에게는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지만, 군의관이었던 William Beaumont은 그의 상처를 통해 소화 과정을 직접 보며 실험에 착수할 수 있었는데요. William Beaumont에 따르면 소년이 화가 나는 감정 상태에 있을 때에는 그의 위장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고양이도 기분에 따라 소화 달라져

 

나도 감정있다고! 출처: pixabay
나도 감정있다고! 출처: pixabay

20세기 초, 투쟁-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이란 용어를 만들어낸 과학자 Walter Cannon은 스트레스에 따른 동물들의 반응을 관찰했는데요. 그는 고양이가 급성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고양이의 위와 소장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긴장↑, 소화 ↓

 

이러한 과학자들의 발견으로 우리는 감정 상태에 따라 신체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게 됐는데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편안한 상태에 있을 때, 우리 몸에서는 소화를 위해 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위와 소장의 움직임은 더 빨라지고 장에서 영양소의 흡수가 촉진됩니다. 반면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상황 동안에는 소장과 위의 움직임이 둔화되는 반면 대장의 움직임은 활발해진다고 합니다.

 

 

교감신경 vs 부교감신경

 

 

부교감 신경과 교감신경은 서로 길항작용. 출처: Wikimedia Commons
부교감 신경과 교감신경은 서로 길항작용. 출처: Wikimedia Commons

이 과정들은 우리 신체의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를 알아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두 신경계는 서로 길항작용 관계에 있는데요. 길항작용이란 생물체 내의 현상에서 두 개의 요인이 동시에 작용할 때 서로 그 효과를 상쇄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투쟁-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 출처: Wikimedia Commons
투쟁-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 출처: Wikimedia Commons

일반적으로 교감신경계는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 났을 경우 활성화되는데요. 교감신경계가 활성화 되면 투쟁-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이 일어납니다. 투쟁-도피 반응이란 긴장된 자극이 주어졌을 때 그 자극에 대해 반응하기 위해 몸의 근육 활동력을 높이는 반응인데요. 심장 박동과 호흡 속도가 증가하는 반면, 위와 장의 움직임은 저하됩니다.

 

반면 부교감신경은 우리가 쉴 때 활성화되는데요. 스트레스 상태가 지난 후 신체를 편안하게 해주면서, 심장 박동과 호흡도 느려지고 위장의 움직임은 활발해 집니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느낄 때,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시상하부에서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CRH)을 만들게 되는데요. 이 호르몬은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키는 주된 요인이 됩니다. 이후 부신피질자극호르몬(CRH)은 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을 촉진시키기도 합니다. 이 호르몬은 신장의 부신에서 코티솔(cortisol)을 방출하게 합니다. 이 호르몬은 우리가 위험한 상황에서 빠져나가거나 싸울 수 있도록 해주며, 소화 기관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듭니다.

 

이는 진화적 메커니즘으로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혈액을 위와 소장에서 골격근과 폐로 보내며 우리 신체를 보호할 준비를 합니다. 그러다가 부교감 신경이 다시 활성화되면 소장과 위의 움직임은 다시 촉진됩니다.

 

스트레스↑, '대장' 운동은 활발해져 

 

스트레스받으면 대장 운동만 활발해져 출처: pixabay
스트레스 받으면 대장 운동만 활발해져 출처: pixabay

그러나, 대장의 움직임은 다릅니다.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대장의 움직임은 오히려 증가합니다. 그리고 이는 교감신경계 때문이 아닙니다. 이는 부교감신경계통의 신경 섬유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신경 섬유는 주로 편안한 상태일 때, 대장에 신호를 보내는 기능을 하는데요.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CRH)이 대장 내벽에 있는 이 신경섬유로 직접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대장 내벽의 자극 수용체는 체액을 생성하고 대장의 움직임을 증가시키게 된다고 하는데요. 또한, 일부 스트레스의 상황의 경우 골반 신경이 직장의 내벽에 있는 신경 세포를 직접 자극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직장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배변 활동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결국 불안할 때 찾아오는 대장의 위급신호는 우리 뇌가 감정에 따라 보내는 신호에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Ford, Alexander C., et al. "Global prevalence of, and risk factors for, uninvestigated dyspepsia: a meta-analysis." Gut 64.7 (2015): 1049-1057.

Bertrand, Paul P., and Rebecca L. Bertrand. "Teaching basic gastrointestinal physiology using classic papers by Dr. Walter B. Cannon." Advances in physiology education 31.2 (2007): 136-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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