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간단히 말하면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결투'입니다. 싸움에서 암세포가 이기면 암에 걸리지만, 반대로 면역세포가 이기면 암에 걸리지 않죠.
KAIST 의과학대학원과 서울아산병원 공동연구팀이 간암 환자의 종양과 면역세포의 싸움을 연구했습니다. 암이 발생하면 인체는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서 면역세포(T세포)를 활성화하게 됩니다. 그러면 종양은 T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려고 하죠. 이때 종양의 공격을 받은 T세포는 한마디로 기진맥진해져 탈진(exhausted) 상태가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어하는 T세포를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을 '면역 관문 억제제'라고 부릅니다. 이 면역 관문 억제제는 T세포의 활성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암세포는 생존을 위해 면역세포로부터 몸을 숨기는데, 면역 관문 억제제는 암세포가 숨는 데 도움을 주는 단백질을 차단함으로써 면역세포가 정상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문제는 면역 관문 억제제가 모든 환자에게 통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약 20~30%의 환자에게만 효능이 있고 70% 이상의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습니다.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는 이유입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한 원리를 밝혀냈습니다. 간암 환자 중에서 약 절반 정도의 환자만이 특정한 단백질(PD-1)을 많이 발현하는 탈진 T세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입니다. 또 이러한 환자들은 복합 면역 관문 억제제로 인해 T세포의 기능이 효과적으로 회복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동물이 아닌 인간의 임상을 통해 새로운 면역 항암 치료 방법은 연구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간암 환자의 새로운 면역치료법 적용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로 평가받습니다. 박수형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간암 환자가 효과적으로 면역 치료를 할 수 있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향후 맞춤 의학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기반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소화기학(Gastroenterology)>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