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장, 이제 ‘각도’로 잰다
자기장, 이제 ‘각도’로 잰다
  • 함예솔
  • 승인 2018.12.21 03:55
  • 조회수 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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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현존 기술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류에 의한 자기장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KRISS 스핀융합연구팀 황찬용 책임연구원과 문경웅 선임연구원은 자성물질에 전류와 자기장을 동시에 인가했을 때, 물질의 자화(Magnetization) 상태가 특정한 각도(angle)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연구팀은 이 각도를 통해 전류가 발생시키는 자기장의 크기를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향후 차세대 메모리의 효율을 측정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평가됩니다. 

 

물질의 자화상태가 특정한 각도 형성! 출처: fotolia
물질의 자화상태가 특정한 각도 형성! 출처: fotolia

대표적인 자기 저장매체인 하드디스크는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디스크를 회전시켜 디스크 속 자구(magnetic domain)들을 배열하지만 처리 속도가 느리고 에너지 소모가 큽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신개념 기술 '자구벽 메모리'는 디스크는 고정시킨 채 자구의 위치만 이동시킬 수 있어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류에 의한 자구의 이동. 출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류에 의한 자구의 이동. 출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자석은 N 극과 S극을 쌍으로 가지는데요. 자석을 아무리 쪼개도 N극과 S극은 항상 존재합니다. 이는 원자조차도 N극과 S극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S극에서 N극으로의 방향을 자화 방향이라고 합니다. 자성 원자들을 2차원 면에 균일하게 깔아놓으면 각 원자들은 각각의 자화 방향을 가질 수 있는데요. 이렇게 동일한 자화 방향을 가지는 부분이 넓은 영역에 걸쳐 분포하는 것을 자구(magnetic domain)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자성 물질은 각기 다른 자화 상태를 가진 자구들로 구성되는데요. 다른 방향을 가지는 자구들이 만나는 부분에서는 10nm 수준의 길이에서 자구 경계가 만들어집니다.  

 

하드디스크에 자석 가져다 대면 안되요~ 출처: fotolia
하드디스크에 자석 가져다 대면 안 됩니다~ 출처: fotolia

그런데 전류로 자기장을 발생시키지 않고 자석 등으로 외부 자기장을 직접 가하게 되면, 자화 방향이 동일해지기 때문에 자구의 경계가 사라지고 저장된 정보가 사라질 수 있는데요. 가령,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전류가 흐르면 데이터가 저장이 되지만, 자석을 갖다 대면 모든 데이터가 날아가는 식입니다.

 

자구의 이동은 자성물질에 직접 전류를 흘려줌으로써 발생하는 힘에 의해 일어나는데요. 이 힘의 크기가 곧 메모리의 효율과도 같습니다. 따라서 힘의 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 값은 전류가 발생시키는 자기장의 크기를 통해 알아낼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자기장의 크기를 측정하기 위해 얇고 긴 선 구조의 1차원 자성 박막에 전류를 흘려보낸 다음, 자구의 속력 차이를 비교했습니다. 속력을 구하는 과정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별도의 예산이 필요했습니다.

 

2차원 면 구조의 모식도와 자성현미경으로 관찰한 자성박막의 자화상태. 명암의 차이는 다른 방향의 자화상태를 의미. 출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2차원 면 구조의 모식도와 자성현미경으로 관찰한 자성 박막의 자화 상태. 명암의 차이는 다른 방향의 자화 상태. 출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에 KRISS 스핀융합연구팀은 수백nm 수준으로 얇았던 선 구조의 폭을 mm 수준까지 넓혀 면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연구의 영역을 1차원에서 2차원으로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인데요. 차원이 확장됨에 따라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변수들을 측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연구팀은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자화 상태의 경계선이 가지는 각도로 자기장의 크기를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는데요. 이제 전류에 의한 자기장은 기존의 번거로운 방법이 아닌 단순한 구조 이미지 한 장으로 알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연구팀은 수직, 수평 방향의 외부 자기장을 가해 자구 경계의 각도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또한 최근 자성분야의 대형 이슈인 쟐로신스키-모리야 작용(DMI) 등의 물성 수치를 구하는 방법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참고로 쟐로신스키-모리야 작용(DMI)이란, 차세대 스핀 기반 메모리에서 자구벽 이동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물리 요소로, 교환 상호작용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KRISS 스핀융합연구팀 황찬용 책임연구원, 문경웅 선임연구원. 출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KRISS 스핀융합연구팀 황찬용 책임연구원, 문경웅 선임연구원. 출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KRISS 문경웅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차세대 저장 기술로 주목받는 자구벽 메모리 등 다양한 소자의 효율을 결정짓는 핵심 측정 기술로 부상할 것"이라며 "기존 연구와 방식 자체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수많은 추가 연구 결과들이 출판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황찬용 책임연구원은 "본 기술은 차후 전자의 자기적 성질을 전자공학에 이용하는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 산업에서 자기장 측정표준 기술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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