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인간의 면역 체계 연구로 새로운 암치료제 개발에 공헌한 연구진에게 돌아갔습니다. 미국의 제임스 앨리손 텍사스주립대 교수와 일본의 혼조 다스쿠 교토대 특별교수였죠.
면역세포로 암을 치료하는 연구분야에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배출된 것처럼 암을 정복하기 위해 지금도 전 세계 많은 과학자가 항암치료 방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포스텍 화학과는 "암세포를 '더블타격'하는 나노머신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나노 크기의 머신은 일단 광역학 효과로 1차로 암을 공격하고, 면역 증강제로 수지상 세포를 활성화하면서 2차로 암세포를 공격합니다.
지금까지 개발된 항암 치료법은 크게 암세포 특성에 맞는 항암 약물 주입과 면역 세포의 활동을 향상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면역 증강 방법으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암세포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환자 개개인의 상황이 모두 달라서 외부에서 주사되는 약물치료는 효과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면역 증강 방법 역시 암세포로의 전달 효율이 낮아 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보이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일어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노 복합체를 개발했습니다. 성공적인 항암 면역 요법을 위해선 3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개인마다 각 개체에 맞는 항원을 발생시키고, 둘째는 면역 세포를 암 조직으로 유인해야 하며, 셋째는 암과 싸우는 세포(T세포)가 적재적소에서 잘 싸울 수 있도록 T세포의 능력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 복합체는 혈류를 따라 몸속에서 돌아다니다가 산소가 적어지는 곳을 빛으로 공격합니다. 암 조직이 있는 곳은 산소가 적어지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빛으로 암을 1차 공격하면, 광역학 효과에 의해 빛 공격을 받은 암세포는 활성 산소종이 발생해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후 나노 복합체에서 2차로 면역 증강제가 뿜어져 나옵니다. 암세포에서 분출되는 항원을 잡아먹게 하려는 것입니다. 암 주변에서 T세포를 활성화해서 암세포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김원종 포스텍 교수는 "혈류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간 나노머신이 빛으로 한 번, 면역 세포 활성화로 또 한 번 암을 치료하도록 돕는다"며 "이 기술이 발전한다면 항암 치료의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ACS Nano>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