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조상 루시 "자다가 추락사 한듯"
인류 조상 루시 "자다가 추락사 한듯"
  • 이상진
  • 승인 2019.01.18 08:25
  • 조회수 122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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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의 화석은 인간과 침팬지가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출처: pixabay

루시(Lucy)는 약 318만 년 전에 살았던 인류인데요. 지난 1974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아파르 지역에서 고인류학자 도널드 조핸슨이 루시의 화석을 발굴했습니다. 루시라는 이름은 비틀스의 노래 제목에서 유래했습니다. 고인류학자인 도널드 조핸슨은 조사기간 동안 캠프에서 비틀스의 노래를 자주 들었는데요. 그 가운데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를 가장 좋아했다고 합니다.

 

루시의 학명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입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318만 년 전 인류 조상의 화석을 발견한 조핸슨 박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비틀스의 노래제목을 따 'Lucy'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루시의 정식학명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로, 현재는 멸종된 인류의 종입니다.

 

루시는 흔히 고인류학의 보석으로 불립니다. 발견 당시 몸 전체의 뼈 가운데 40%나 발굴된 까닭인데요. 기껏해야 몇 개의 뼛조각을 발견하는 것이 일반적인 고인류학계에서는 전체 골격의 대부분을 발굴하는 사건은 굉장히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더군다나 루시는 300만 년 전을 훌쩍 넘는 시기에 살아간 인류인 까닭에 전례 없는 발견이었습니다.

 

침팬지와 인류의 과도기적 형태인 루시는 두개골이나 이의 크기 등은 침팬지와 가깝다고 합니다. 하지만 골반은 인간과 유사한데요. 때문에 고인류학자들은 루시가 살았던 시대부터 인류가 직립보행을 했다고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침팬지와 인간의 과도기적 삶이 루시를 추락사로 이끌어

 

루시의 화석은 침팬지와 인류가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지는 시기를 설명해주는 '미싱링크'의 역할을 하는 아주 중요한 발견이라고 해요. 이런 루시의 사인이 추락사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고인류학자들은 침팬지와 인간의 과도기적 육체를 가진 루시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서도 침팬지를 닮은 부분이 많았다고 보는데요. 그 가운데 하나가 나무 위에서 잠을 자는 습관이었습니다. 침팬지들은 보통 13m 높이의 나무 위에서 잠을 자는데요. 고인류학자들은 루시도 이처럼 나무 위에서 자다가 추락사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학술지 <네이처>에 루시의 사인과 관련된 연구 결과가 실렸습니다. 미국 텍사스대 인류학과의 존 카펠만 교수팀은 지난 2008년부터 컴퓨터단층촬영 방법으로 루시의 화석을 찍어 3D 형태로 데이터를 구축했습니다. 연구팀은 당시 3만5천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다고 하는데요.

 

루시는 침팬지처럼 높은 나무 위에서 자다가 추락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출처: pixabay

카펠만 교수는 작업 과정에서 루시의 상완골과 대퇴골, 경골 등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해당 부위의 뼈들이 강한 압력으로 압착돼 골절됐는데, 자연 치유된 흔적은 없었던 것이죠. 골절상을 입자마자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인데요.

 

이를 의아하게 생각한 카펠만 교수는  정형외과 의사인 스티븐 피어스 박사에게 루시의 골절에 대해 질의했습니다. 피어스 박사에 따르면 루시의 뼈에서 발견된 골절의 흔적은 상당한 높이에서 떨어졌을 때 입는 골절상과 유사하다고 합니다.

 

피어스 박사의 답변을 들은 카펠만 교수는 루시가 사망한 그날을 재구성하는데요. 연구에 따르면 키가 1m에 불과하고 불을 사용할 수 없었던 루시는 잠을 자는 동안 천적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침팬지처럼 10m 이상 높이의 나무에 올라가 잠자리를 잡았습니다. 루시가 자는 동안 몸을 뒤척이며 방심한 찰나에, 시속 60km 속도로 추락해 온몸에 골절상을 입은 뒤 사망했다는 결론입니다.

 

 


##참고자료##


강석기, <과학의 위안>, 서울:MID, 2017.

John Kappelman, Richard A. Ketcham, Stephen Pearce, Lawrence Todd, Wiley Akins, Matthew W. Colbert, Mulugeta Feseha, Jessica A. Maisano & Adrienne Witzel, Perimortem fractures in Lucy suggest mortality from fall out of tall tree, Natur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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