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에서 암컷은 어떤 수컷을 선호할까요? 약육강식의 냉혹한 자연법칙을 따르는 야생에서 암컷은 자식을 잘 지키고 먹일 수 있는 건강한 수컷을 선호한다는 게 통설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생존하는 일에는 그다지 실용성이 없는(?) 예쁜 수컷을 좋아하는 동물들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실용성보다는 아름다움을 선택하는 동물들
생존에 유리한 조건이 아닌 데도 불구하고 암컷이 아름다운 장식을 갖춘 수컷을 선호하는 대표적인 동물은 백수의 왕으로 불리는 사자입니다. 사자는 아시아의 호랑이와 함께 고양이과 가운데서는 최강의 맹수로 알려졌습니다.
수컷 사자가 목에 두른 풍성한 갈기는 보기에는 멋지지만 생존에 방해가 되는데요. 수컷 사자들의 머리 주위에 난 갈기는 암컷에게 선택을 받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요. 풍성하고 멋진 갈기 덕분에 암컷에게 선택을 받은 수컷 사자는 대신 사냥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갈기 때문에 먹잇감이 수컷 사자가 다가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리기 때문이죠. 또 아프리카의 뙤약볕에서 수컷의 갈기는 체온을 높이기 때문에 사냥처럼 격렬한 움직임은 사자를 상당히 어렵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통 10~20마리가 무리를 이루어 사는 사자는 주로 암컷이 사냥을 하고 수컷은 무리의 세력권을 지키는 역할을 도맡습니다. 백수의 왕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수컷 사자는 암사자들이 사냥을 해오는 먹잇감으로 근근이 살아갑니다.
많이들 알고 계실 테지만, 수컷 공작새 또한 불필요한 장식으로 유명합니다. 실제 통계적으로 수컷 공작은 포식자에게 더 잘 노출돼 공격을 받는데요. 그럼에도 수컷 공작새가 화려한 깃털을 진화시킨 것은 암컷 공작들이 그런 형질을 선호하는 까닭입니다. 흥미롭게도 본래 자연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수컷 동물의 화려한 외양도 암컷들은 더 선호한다는 것인데요.
지난 1998년 캐나다 뉴펀들랜드 메모리얼 대학교의 이안 존스 박사는 이와 관련된 재밌는 실험을 했습니다. 존스 박사는 본래 머리에 아무런 장식이 없는 작은바다오리 수컷의 머리 위에 인공깃털을 달았습니다. 그러자 작은바다오리 암컷들은 인공 장식이 달린 수컷들을 더 선호했다고 해요.
그는 또 작은바다오리 수컷의 인공깃털의 부위와 길이 등을 달리해봤는데요. 실험 결과 암컷들은 이마 앞쪽에 길게 달린 깃털을 선호했습니다. 참새목의 금화조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참고자료##
정용, 정재승, 김대수, <1.4킬로그램의 우주, 뇌>, 서울:사이언스북스, 2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