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2.5%에 달하는 갯벌의 장점은 익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환경 오염을 자연적으로 정화하는 작용이나 다양한 생물들이 살 수 있는 생태계 환경을 형성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죠.
그런데 갯벌의 장점이 하나 더 있다고 합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은 서해안 갯벌에서 유래한 미생물 유전체군에서 새로운 기능의 효소를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이 발견한 효소는 ε-카프로락탐(나일론모노머)을 합성하는 기능을 한다고 합니다. ε-카프로락탐은 나일론 합성섬유를 생산하는 고리구조의 물질입니다.
원래 나일론은 플라스틱이나 포장지, 직물 같은 제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합성 섬유입니다. 나일론을 합성하기 위해서는 나일론의 원료인 카프로락탐이 있어야 하죠. 그런데 카프로락탐은 벤젠으로 만들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을 배출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카프로락탐을 생산하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카프로락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효소단백질을 갯벌에서 찾았습니다. 일단 카프로락탐을 만나면 형광빛을 내는 유전자 회로(씨엘-게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서해안 갯벌에서 발굴된 유전체들을 이용해서 씨엘-게스를 장착한 대장균을 만들었죠. 또 카프로락탐을 만드는 효소가 있으면 형광색을 띄게 유전자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ε-카프로락탐을 만들어 내는 효소 단백질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후 연구진은 초미세반응기로 짧은 시간동안 효소 반응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세포자동해석·분리장치를 통해 1초에 수천 개씩 흘려보내며 형광색이 진한 것들만 분리했습니다. 인공 유전자회로 기술을 통해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전혀 새로운 방식의 반응으로 ε-카프로락탐을 형성하는 효소 유전자들을 발견해 낸 것입니다.
이승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장은 "유전자 회로기술을 이용한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우리 연구팀의 유전자 회로기술은 새로운 플라스틱 생합성·분해에 필요한 유전자 발견에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 논문은 온라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