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세계에서는 수컷들이 어린 새끼들을 공격하거나 심지어 살해하는 경우가 관찰됩니다.
백수의 왕 사자는 우두머리 수사자가 어린 새끼들을 물어 죽일 때가 있습니다. 랑구르원숭이도 비슷한 행동 양식을 보이죠. 특히 랑구르원숭이는 그 정도가 심해서 암컷들이 무리를 이뤄 새끼들을 보호한다고 합니다.
이 동물들, 왜 이러는 걸까요?
카니발리즘? 집단선택이론?
연구자들은 동물 세계에서 수컷들이 새끼들을 살해하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가설을 세웠습니다. 연구 초기에는 어린 수컷 새끼들이 성장해 수컷 우두머리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아직 새끼들이 힘이 없고 자신이 늙지 않았을 때 새끼들을 죽인다는 것이죠.
하지만 해당 이론에 따르면 수컷 우두머리가 암컷 새끼들은 살려둬야 합니다. 실제로는 암컷 새끼들 또한 무사하지 못했습니다.
수컷 우두머리의 새끼 살해가 동물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카니발리즘(cannibalism)이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카니발리즘은 동물이 동족을 살해하거나 잡아먹는 현상입니다. 수컷 우두머리가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새끼들을 잡아먹는다는 설명인데요. 관찰 결과, 수컷 우두머리는 새끼들을 죽이기만 하고 먹지는 않았습니다. 카니발리즘 이론도 새끼 살해의 원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고심 끝에 연구자들은 수컷 우두머리가 한정된 먹이 때문에 무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새끼들을 죽인다는 이론을 세웁니다. 스코틀랜드 생물학자 베로 윈에드워즈가 주장한 '집단선택이론'에 기초한 가설인데요. 하지만 먹이가 풍부한 경우에도 우두머리가 새끼들을 죽이는 행태는 변함이 없었다고 합니다.
다양한 이론들이 있지만, 모두 수컷 우두머리가 새끼를 죽이는 이유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는 못하는데요. 현재 이에 대해 가장 유력한 이론은 '빠른 번식 이론'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동물 세계에서 암컷은 새끼를 기르는 동안 교미를 하지 않습니다. 이에 수컷 우두머리가 자신의 자손을 빨리 퍼뜨리기 위해 암컷이 기르는 새끼를 죽인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새끼를 살해하는 동물들의 유전자를 검사해본 결과, 수컷 우두머리가 자신의 유전자를 갖지 않은 새끼들만 살해한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참고자료##
정용, 정재승, 김대수, <1.4킬로그램의 우주, 뇌>, 서울:사이언스북스, 2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