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뒤를 이어 수소차가 새로운 미래형 이동 수단 후보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수소 생산 기술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방법이 나왔습니다. 전체 공정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소 생산단가를 산출하는 기법입니다. 수소 경제와 수소 사회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정책을 수립할 때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임한권 교수팀은 '글리세롤(Glycerol) 수증기 개질반응'을 통한 수소 생산 기술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글리세롤은 관장이나 윤활, 보습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일종의 알코올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수소는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수증기와 반응시켜 얻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생산 과정에서 환경오염은 불가피하죠. 때문에 과학자들은 다른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다양한 기술적 대안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UNIST 교수팀은 경유를 대체할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디젤(Biodiesel)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글리세롤'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에 주목했습니다. 글리세롤은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면서 버려지는 일종의 부산물인데, 이런 글리세롤로 수소를 만드는 기술의 경제성을 평가해본 것입니다.
이보름 UNIST 연구원은 "글리세롤을 수증기와 반응시키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데, 아직 기술 초기 단계라서 경제성에 대한 평가는 드문 상황"이라며 "이 기술로 수소를 생산하는 공정을 설계하고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변화시키며 생산 단가를 산출했다"고 이번 연구의 개요를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1시간 동안 700㎥의 수소를 생산하는 '분산형 수소충전소' 공정을 직접 설계했습니다. 분산형 수소충전소는 수소를 쓸 곳에서 직접 생산하는 시스템을 뜻합니다. 생산 규모는 미국 에너지부에서 제시한 최대 규모에 준하는 규모입니다.
이렇게 설계한 글리세롤 수증기 개질 반응 공정을 통해서, 연구진은 반응 온도와 반응물 비율, 유량에 따라 생산 비용이 달라진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와 같은 비율이나 유량을 조금씩 조절해가면서 연구진은 가장 저렴하게 수소를 얻을 수 있는 공정을 찾아냈습니다. 이때 수소 1kg의 생산단가는 4.46달러였다고 합니다. 즉, 아무리 수소를 싸게 만들어도 4.46달러 이하로는 만들 수 없다는 뜻입니다.
허주헌 UNIST 외부참여연구원은 "분산형 수소 충전소에서 수소를 산출하는 전체 공정에서 글리세롤 가격이 수소 생산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바이오디젤 생산량이 증가해 글리세롤 가격이 낮아지면, 분산형 수소충전소로 수소를 산출하는 방식은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거의 똑같은 기법을 활용하면 다른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더라도 해당 기술의 경제성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임한권 UNIST 교수는 "개발 초기단계에 있는 기술들은 불확실성 때문에 경제성을 분석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 방식을 적용하면 통합적인 기술‧경제성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에너지 컨버전 엔 매니지먼트(Energy Conversion and Management)>에 발표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