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연필심으로 쓰이는 흑연은 사실 광범위하게 쓰인답니다. 배터리의 전극이나 스마트폰의 방열판 등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죠. 조금 과장에서 표현하면 최신 IT 기기에 흑연은 감초처럼 사용되는 재료입니다.
오늘은 고품질의 흑연을 만드는 방법이 국내에서 개발됐다는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로드니 루오프 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단결정 그래핀을 사용한 열처리 공정으로 흑연 결정이 나란하게 정렬된 ‘고품질 흑연’을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흑연을 포함한 대부분의 재료는 다결정 구조를 가집니다. 재료를 이루는 결정 속 원자 배열이 다양하다는 뜻이죠. 각각 다른 원자 배열을 가진 작은 결정들이 연결돼 하나의 물질을 이루는 식입니다.
그런데 이런 다결정 재료의 경우, 결정들이 만나는 경계면에 결함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물질 고유의 특성도 저하되곤 합니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흑연은 물론, 강제적으로 인간이 만든 인조 흑연 역시 이런 다결정 구조입니다. 아직까지 대면적 단결정 흑연을 만드는 기술은 개발되지 못했습니다. 현재 인류가 개발한 흑연 기술 수준은 단결정에 가깝습니다. 그마저도 고온·고압 조건에서 제조되기 때문에 제조비가 비쌀 수밖에 없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그래핀으로 해결했다고 합니다. 단결정 그래핀을 흑연 재료가 될 탄소 기반 물질 내부에 위치시켰습니다. 이후 높은 온도로 열처리하자 탄화(Carbonization)와 흑연화(Graphatization)가 진행됐습니다. 뜨거운 열 때문에 다른 물질은 사라지고 탄소만 남아 흑연으로 변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때 단결정 그래핀에 가까운 영역에서부터 고배향성 흑연을 가진 고품질 흑연이 형성됐다는 것이 연구진의 발견입니다.
물론 대면적 단결정 흑연을 합성하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대면전 단결정 흑연을 합성하는 것의 선행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의의입니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빈 왕 기초과학연구원 다차원탄소재료연구단 연구위원은 "얼마나 큰 고품질 흑연 필름을 만드느냐는 전적으로 단결정 그래핀 크기에 달렸다"며 "현재 약 4㎝ x 8㎝ 크기의 단결정 그래핀을 만드는 데서 크기를 더 키울 예정이라 더 큰 고배향성 흑연 필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Materials Horizons>에 게재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