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억년 전 움직인 생물체 흔적 발견"
"21억년 전 움직인 생물체 흔적 발견"
  • 함예솔
  • 승인 2019.02.18 15:00
  • 조회수 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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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1억 년 전 초기 지구에서 형태가 뚜렷하지 않았던 초기 생물체가 조금씩 움직인 흔적이 포착됐습니다. 이 조그만 생물체가 움직이며 남긴 흔적은 화석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참고로 이 발견 전까지, 지구에서 움직임이 발견된 생물체의 증거는 약 5억7천만 년 전의 화석 기록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발견으로 자신의 물질대사 에너지를 이용해 독립적으로 움직였던 생물체는 기존 생각보다 무려 15억년이나 앞서 존재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연구는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게재됐습니다.

 

생명체가 움직이며 남긴 흔적. 출처:  A. El Albani/IC2MP/CNRS - Université de Poitiers
생물체가 움직이며 남긴 흔적. 출처: A. El Albani/IC2MP/CNRS - Université de Poitiers

연구진에 따르면, 이 작은 생물체가 남겨놓은 작은 터널은 단세포 생물의 군집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 세포들이 줄지어 늘어서 민달팽이 같은 다세포 생물체의 형태를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 단세포 생물체 집단은 먹이를 찾아 진흙에 터널을 뚫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흔적이 화석으로 남게 된 것이죠.


비밀을 간직하고 있던 생흔화석(trace fossil)

 

아프리카 가봉에서 발견했어요. 출처: fotolia
아프리카 가봉에서 발견했어요. 출처: fotolia

연구진은 아프리카 서부 가봉(Gabon)이란 나라에서 이 화석을 발견했는데요. 화석은 일반적으로는 지질시대에 살았던 생물의 유해나 흔적이 지청에 남은 것을 말하지만, 생물의 뼈나 몸체 뿐만 아니라 알, 배설물, 발자국, 생물이 뚫은 구멍, 기어다닌 자취 등 생물이 생활했던 흔적도 화석에 해당합니다. 이를 생흔화석(trace fossil)이라고 하죠.

 

이번에 발견된 생흔화석은 일련의 가느다란 터널 형태로, 한때 '프랑스빌리언(Francevillian) 내륙해'라고 불리던 곳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이곳은 약 25억년~16억년 전까지의 지질시대인 고원생대( Paleoproterozoic)동안 산소가 풍부한 얕은 해양 환경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은 고대의 내륙해에서 수백 점의 표본을 채취했습니다. 그리고 생물체가 남긴 터널의 흔적이 남은 화석을 발견했는데요. 이 구조는 고대의 몇몇 다세포 생물이 진흙을 뚫고 지나갈 정도로 충분히 복잡한 유기체였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 터널은 직경 6cm, 길이 약 17cm인데요. 생물체가 진흙을 수평과 수직으로 움직이며 만들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연구진은 이 흔적이 정말로 살아있는 생물체가 남긴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분석을 진행했는데요. 첫 번째로 미세단층촬영(micro-CT)을 실시했습니다. 이는 시료를 3D로 분석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튜브 안에는 황철석(pyrite crystals)결정으로 채워져 있는데, 황철석은 박테리아의 조직이 변형되며 만들어진다.  출처:  A. El Albani & A. Mazurier/IC2MP/CNRS - Université de Poitiers
튜브 안은 황철석(pyrite crystals) 결정으로 채워져 있는데, 황철석은 박테리아의 조직이 변형되며 만들어집니다. 출처: A. El Albani & A. Mazurier/IC2MP/CNRS - Université de Poitiers

이후 연구진은 생흔화석의 화학 성분을 분석했는데요. 이 흔적은 생물학적 기원으로 만들어졌으며 화석 주변의 21억년 된 퇴적물과 연대도 일치했습니다. 게다가 이 터널은 미생물막(biofilms)이라고 알려진 화석화된 미생물 매트 옆에 있었는데요. 미생물 매트는 미생물의 생리적 활동에 따라 수생 환경의 표면에 발달한 미생물의 층상구조를 말합니다. 이를 통해 터널은 만든 미지의 생물체가 이곳에 있던 미생물을 먹어치운 흔적이 아닐까 하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편, 오늘날에도 이와 비슷한 생물체가 있는데요. 영양 섭취 단계에서는 아메바와 같은 단세포를 유지하지만, 다세포 군집으로도 작용하는 원생생물 중 하나인 세포성점균류(cellular slime)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생물체는 굶주리는 기간 동안 모여 집합체를 이룰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를 '이동성 슬러그 단계(migratory slug phase)'라고 하며 이 단계에서 서로 모여 음식을 함께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터널의 흔적을 화석에 남긴 이 생물체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지만, 생물체의 역사에 대해서 새로운 의문점을 제시합니다. 이 복잡한 유기체가 처음 움직였을 때 움직임은 점차 완벽해졌을까요? 아니면 이 생물체는 20억년 전 대기 중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졌을 때 사라졌다가 이후 다시 나타난 걸까요? 

 

스트로마톨라이트. 출처: fotolia
스트로마톨라이트. 출처: fotolia

그러나 모든 과학자가 이번 연구의 주장에 대해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MIT의 지구 대기 및 행성과학과에서 지구생물학을 연구하는 Tanja Bosak 부교수는 이 같은 분석이 "모호하다"면서 생물체가 만든 터널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는데요. Tanja Bosak 부교수는 "그들은 아마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움직임을 언급하고 있을텐데, 스트로마톨라이트 같은 훨씬 더 오래된 암석에도 움직일 수 있는 미생물이 존재해야 만들어질 수 있는 모양이나 구조가 있다"며 보다 차분하게 후속 분석을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참고자료##


Abderrazak El Albani et al., ‘Organism motility in an oxygenated shallow-marine environment 2.1 billion years ago’, PNAS published ahead of print February 1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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